[창간 8주년 특집] 사회적기업 2000개 시대… 매출액 톱10 심층분석

사회적기업육성법(2007년)이 제정된 지 올해로 11년 차, 어느덧 사회적기업 2000개 시대를 앞두고 있다. 2007년 55개에 불과했던 인증 사회적기업은 2018년 현재 1937개로 11년 동안 35배 이상 증가했다. 사회적기업의 총 매출액도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9% 증가했다(고용노동부, 2016년 사회적기업 경제적·사회적 성과분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은 별도의 지원금을 받는다. 정부는 인증 사회적기업에 임대 지원, 법인세·소득세를 3년간 지원하며 이후 2년간 50%를 감면해준다. 또 신규 채용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와 사업주 부담 사회보험료 일부(1인당 172만4850원, 연차별 차등지원)를 제공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8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매출액 상위 사회적기업 10곳’을 전수조사하며 사회적기업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현재 사회적기업의 정보는 의무공시가 아니라, 자율경영공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매출액 상위 사회적기업 10곳의 리스트를 확인했고(2016년 기준), 2차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율공시 자료(2014~ 2016년), 3차로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설문·취재를 진행했다.

◇상위 10곳 사회적기업 성장세는 ‘상승 곡선’

2016년 매출액 1위 사회적기업은 연매출 4468억원의 행복나래주식회사(이하 행복나래)였다. 전년 대비 74.9%가량 상승했다. 행복나래는 지난 2012년, SK그룹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업체인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시킨 곳이다. 행복나래는 사회적기업으로부터 우선 납품받은 제품을 ‘사회적 구매공급망관리(SCM)’를 통해 SK그룹 계열사로 판매하며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지원한다. 행복나래 SCM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수는 2015년 44곳에서 지난해 말 186개사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창훈 행복나래 SE혁신센터 부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사무용 소모용품 조달 서비스에서 산업용 부자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다루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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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연매출 358억9700만원을 올리며 2위를 차지한 ㈜비전은 고철을 수집·가공해 제강사에 납품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08년 설립돼 2016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며, 경북 칠곡에 있다. 단, 고용하는 직원이 30명(취약계층 14명 포함)으로, 매출액에 비해 고용 규모는 작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지역 인근 대기업 공장이 폐쇄하면서 재활용품 수거를 ㈜비전이 도맡아 매출이 특수하게 오른 것으로 본다. ㈜비전 관계자는 “철강시장 점유율 상위권인 한국철강㈜의 1차 협력업체인 데다, 2014년 폐쇄한 LG 구미공장 재활용품 수거 사업 등 대기업의 사업을 여럿 수주해 매출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상위 매출액 3위에 오른 ㈜포스코휴먼스(341억6600만원, 3위)도 대기업인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포스코휴먼스는 지난 2007년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포스위드’와 2009년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한 친환경 스틸하우스 설계시공업체 ‘포스에코하우징’을 합병한 회사다. 현재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그룹의 사무지원, 클리닝, IT 지원, 건축사업, 차량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전체 직원 598명 중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 등 취약계층이 218명(36.4%)이며, 정부로부터 연간 6억원의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받는다.

상위 10곳 모두 1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며, 1~7위까지 사회적기업의 연 매출은 300억원이 넘었다. 매출액 상위 10곳 사회적기업의 성장세도 뚜렷했다. 10곳 중 5곳(▲행복나래 ▲정립전자 ▲아름다운가게 ▲㈔한국장애인이워크협회일자리사업장 ▲㈜레드스톤시스템)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 행복나래 다음으로 2015~2016년 매출 상승 폭(32.7%)이 큰 사회적기업은 정립전자(337억1700만원, 5위)였다. 정립전자의 모체는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가 1989년 전국 최초로 만든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이며,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및 전광판, CCTV 카메라, 지폐계수기 등 전자제품을 조립·생산하는 정립전자의 직원은 모두 108명. 이 중 약 70%(75명)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근로자다. 김석천 정립전자 경영기획부 본부장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아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해 불량품을 줄이고, 대기업에서 이전받은 LED 전구 기술로 내실을 다졌다”면서 “당시 정부가 LED 전구 교체 정책을 펴 관련 조명 수요가 확대될 것을 예상하고 발전소 등에 적극적으로 영업한 것이 매출 상승에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80%가 일자리제공형

10개 기업 중 8곳(80%)이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에 속했다. 사회적기업 전체 평균(69.2%)보다 10%가량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2017년 6월 기준).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고용률이 가장 높은 ㈔한국장애인이워크협회일자리사업장(190억9300만원, 9위)은 장애인을 80%(25명 중 20명) 고용해 인쇄 및 LED 조립 사업을 한다. 공공기관과 초·중·고등학교에 데스크톱 컴퓨터와 액정 모니터를 생산·납품하는 레드스톤시스템(324억 6900만원, 6위)도 전체 직원의 35%(110명 중 39명)가 장애인 근로자인 사회적기업이다. 숙박 시설 및 일반건물 관리 및 정비·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원남부주민(341억6300만원, 4위)의 취약계층 고용비율도 53%(844명 중 452명)에 달했다. 업력 20년의 수배전반 전문 생산기업인 ㈜일렉콤(169억4400만원, 10위)은 취약계층 고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2014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다. 현재 일렉콤의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약 42%(43명 중 1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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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형태는 어떨까. 10곳 중 4곳이 비영리로 운영되는 사회적기업이었다. 대표적인 곳은 2007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아름다운가게(314억6100만원, 7위)다. (재)아름다운가게는 자원의 재순환과 재사용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재단법인이다. 이외에 과일 산지직거래유통전문회사인 영농조합법인광수(229억1100만원, 8위), 정립전자, ㈔한국장애인이워크협회일자리사업장도 비영리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매출액 상위 10곳 사회적기업의 평균 임금은 시급 1만2596원으로 나타났다. 행복나래가 1만8280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립전자가 753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또한 기업 10곳 중 6곳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었고, ㈜비전과 (재)아름다운가게 총 2곳의 대표가 여성이었다. 정부지원금은 대부분 장애인 고용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만 받았는데, 1800만원(㈔한국장애인이워크협회일자리사업장)부터 8억원(정립전자)까지 규모는 다양했다. 10곳 중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은 곳도 4곳이었다.

한편 10곳 중 5곳이 사회적기업 경영자율공시를 하지 않았고, 2015년 이후 자료를 공시하지 않은 곳도 2곳이나 됐다. 기업들은 “인력 부족으로 공시하기가 어렵다” “자율공시라 의무는 아니지 않으냐”고 답했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은 “매출액 상위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아 성장한 만큼 경영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기업 발굴로 정부 주도가 아닌 사회적기업 스스로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영·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