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자녀 양육 전문가 Q&A
‘부모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다. 관련 서적이나 TV 프로그램,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찾아봐도 무엇이 아이에게 꼭 들어맞는 방법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루에도 몇 가지씩 생기는 양육 고민을 어디서 해결할 수 있을까. ‘좋은 부모 되기’에 정도(正道)는 있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동복지 NGO 굿네이버스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과 궁금증 150여 가지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취합(9/6~8일, 3일간)했다. 이를 보건, 심리 정서, 교육 및 학교생활, 아동학대, 부모교육 전반 등 5개 영역의 전문가 6인에게 물었다. 더나은미래 온라인을 통해 전문가 Q&A 전문을 공개한다.
[도움 주신 전문가 명단=김길수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김선희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혜경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팀장, 전우경 열린부모교육학회 이사(아이플러스 부모교육연구소장), 최영순 광주교대 광주부설초등학교 교장(가나다순)]
#부모교육 전반① (전우경 열린부모교육학회 이사, 아이플러스 부모교육연구소 소장)
Q. 아이가 ‘싫어’ ‘안해’ 하며 떼가 심해서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두 살이 넘은 후로는 더욱 심해져서 아이가 미울 때도 있습니다. 이맘때 아이들이 대체 왜 이럴까요?
전우경 이사=부모에게 ‘아이 키울 때 언제 가장 힘들었나’ 물으면 과연 언제일까요? 사춘기나 중2병, 고3 수험생 시기일 것 같지만, 연구를 정리해보면 아이가 2-3살 때라고 합니다. 부모가 두 살 전까지는 아이를 마냥 아기로만 보다가, 두 살이 넘고 나면 아이가 바닥에 앉아 떼를 쓰거나 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아이를 어떻게 볼까’하고 걱정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부모는 그때부터 아이를 훈육하려 하기 시작하고, 어제까지는 아기로만 대하다 갑자기 ‘엄마 말 들어’ 하니 아이 입장에서도 반항을 하니 힘이 들게 됩니다.
흔히 부모교육 계에서는 생후 24~36개월을 ‘병에 걸린 환자’라고 말합니다. 그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과도기적으로 거치는 성장통이 있다는 것인데, 이 병의 이름을 저희는 ‘거절증’이라고 붙였죠.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루종일 말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이 ‘안해’, ‘싫어’, ‘내가 할거야’ 등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왜 이럴까요? 아이 입장에서 이는 ‘신체, 인지, 언어 발달이 잘 된다’는 아주 건강한 발달의 증명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12개월경 아이가 혼자 걷기 시작하면 ‘나 혼자 살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해요. 그러다 12~24개월에 들어서는 슬슬 ‘싫어’ ‘안해’ 등 당당히 ‘거절’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는 신체 발달이 잘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요. 아이가 엄마아빠의 주의집중을 계속 받아보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으면, 부모는 처음엔 칭찬해주지만 10번만 하면 아이가 스스로 먹는게 당연해집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관심을 위해 밥을 먹어온 아이는 만사를 제치고 으름장을 놓게 되지요. 그렇게 떼를 써서 다시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부모 말에 순종 보다 반항하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이 말을 해야해’라는 타이밍을 선별할만큼 ‘기억력’이 발달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하루종일 거절하는 아이와 보내는 엄마와, 부모교육을 통해 ‘우리 애가 거절하는 것이 유별난게 아니고 잘 크고 있다는 신호구나’를 알고 아이를 보는 엄마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부모교육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Q. 친정어머니가 주로 아이를 봐주시는데, 저와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이 차이가 나서 소소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는 대부분 친정어머니와 더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를 일관성 있게 대하려면 부모인 저와 주 양육자인 어머니 중 어느 쪽의 양육법을 따라야 할까요?
전우경 이사= 주 양육자와 부모 사이에서 양육태도의 일치는 중요합니다. 문제는 정해진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누가 옳다, 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세워놓고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아이가 첫 돌 이전이라면, 그 시기에는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주 양육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아이가 어느 정도 애착 형성이 된 후에는 슬슬 어떠한 쪽으로 양육태도를 결정할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한 예로, 친정 엄마가 뜨거운 음식을 입에 넣어 식힌 후에 아이에게 준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일단 평소에도 엄마에게 ‘힘든데, 이렇게 아이를 돌봐주니 참 편하고 서방도 좋아한다. 고맙다’와 같은 식으로 자주 편하게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지마!”가 아니라, 우선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 후에는 “아이가 감기가 걸린다는 등의 상황이 걱정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어”처럼 ‘지혜를 구하는 방식’으로 엄마의 의견을 물어보세요. 그럼 친정 엄마도 “방송에도 많이 나오던데, 너는 아는 것 없어?”하면서 젊은 엄마에게 주도권을 넘길 것입니다. 조부모님들은 몇십년간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이 구식인걸 알고 있어 조심스럽고 불편한 마음도 있습니다. 다만, 대안을 모르니 계속 그렇게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채널을 확보한 후에는 서로가 소통하면서 양육법을 정해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2살까지는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발달 상 좋지만, 어린이집에 가고 점차 사회화를 경험하게 되면 아이도 어른도 ‘되는 행동이 있고, 안되는 행동이 있다’는 한계선을 깨닫게 됩니다. 조부모에게도 “이렇게 가르쳐야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처럼 한계선을 설정하고 소통해주세요.
Q. 남편과 양육법이 달라서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안 먹고 떼를 쓰면 저는 그래도 먹이고, 남편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밥을 안줘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사사건건 다르니 정답이 뭔지 애매하고 부부 간 다툼도 있습니다. 이때 어떻게 절충안을 찾아야 할까요?
전우경 이사=남녀의 차이일뿐,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도,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의 문제도 아닙니다. 남성은 보통 그가 가진 도덕적 기준을 훈육에 적용하는 반면, 여성은 아이에 대한 배려, 공감 등 정서적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성이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여성들은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애착의 측면에서도, 아빠들은 아이 출생 이후 후천적으로 같이 지내며 애착을 형성하는데 반해, 엄마는 임신-출산-수유, 세 가지 신체적 과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자녀와 유대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 그 위로 애착이 한 켜 더 세워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밥을 안먹고 떼를 쓰면 아빠는 ‘떼쓰는 것은 옳지 않아’로 해답이 깔끔하게 떨어지고, 엄마도 이에 동의합니다. 다만 엄마는 배가 고파 우는 아이를 못본 척 하기 힘들지요. 반면에 아빠는 유대관계가 없이 애착을 형성하다보니 더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간 의견 불일치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만 일치가 안 되는 것을 아이 앞에서 보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생존을 위해 엄마, 아빠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두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아이는 불안해서 더 진정하기 힘듭니다. “밥 안먹어도 되니, 하고 싶은 것 하고 있어” 하면서 잠시 시간을 확보한 후에, 부모가 옆방에 가서 따로 이야기 하고 합의를 하세요. 그후에 엄마아빠가 어느 방식이든 같은 방향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어느 한 쪽에 기댈 수가 없어지면서 정서적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Q. 주위에서 ‘교육을 받을수록 어깨가 무거워지고 더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들 합니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요? 부모교육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는 않을까요?
전우경 이사= ‘획일화된 정답을 찾자’는 태도가 오히려 문제일 수 있어요. 부모 교육이 아이 발달, 아이 살아갈 세상, 사회적 특성 고려해 이렇게 해보시라는 원리를 말씀 드릴 수는 있지만 이를 소화시켜서 아이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바꾸는 건 결국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물론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게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아무리 전문가라도 아이를 한번 봤다고 답이 나오는건 아닙니다. 가장 적합한 방법을 발견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부모 역할의 부담과 조급한 마음이 한결 덜어지실 겁니다.
부모 교육에는 ‘자기 고문’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어쩌다 회초리를 들었다면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때리지 말라’라는 부모교육을 받고 나서 아이를 때렸을 경우, 엄마 스스로 자기가 밉고 싫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부모들이 초기에는 부모교육에 열심히 참여하다 애가 크면 클수록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렇게 ‘모르는게 약’이라거나 아니면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을 전문가로 믿고 양육에는 참여를 안하시려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밥을 주고 정겨운 대화 나눠도 엄마와 교사는 아이에게 천지차이입니다. 교사 100명이 100번해도 엄마 1명이 1번하는 것을 못 채웁니다. 부모는 힘들어도 지쳐도 ‘내 아이에게 이걸 줄 수 있는건 나밖에 없다’, ‘내가 안하면 아이는 그 기회를 평생 놓쳐버린다’는 마음으로 부모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포기하지 말고 힘든 것들은 주변 어른들과 나누세요.
☞더 궁금한 사항은 iplusparent@naver.com 로 문의 바랍니다.
#부모교육 전반② (이혜경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팀장)
Q. 아이를 기르는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직 낯설어요. 저희 부모님 시절에는 사실상 그런 개념이 아예 없었고요. 어린이집에서 부모교육을 한다고 해서 참석했는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더라고요.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 참 당황스러웠어요. 이러한 양육기술 관련 부모교육이 아이를 양육하는데 정말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혜경 팀장=요즘 부모들은 SNS나 블로그, 책,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많은 육아 관련 정보를 얻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기질과 부모의 성향, 가정환경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정보들이 나와 내 아이에게 꼭 맞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양육기술 관련 부모교육은 자녀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과 함께 자녀의 행동을 통해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미숙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동’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합니다.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는 부모교육도 단순한 대화법만을 교육하지 않고, 아이의 연령에 따른 발달 과정 안에서 아이가 구사하는 언어와 보편적인 의미를 알려주고 그에 부모가 잘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가정에 어려움이 있거나 부모로서 불안감이 있을 때 물어볼 것도 마땅치 않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쉽게 주위에서 부모교육 및 양육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이혜경 팀장=굿네이버스는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 아래 다양한 가족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 20개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에서는 부모의 유형, 자녀 연령 등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어려움이나 부모로서의 고민, 아동 양육과 관련하여 구체적 도움이 필요한 부모들을 대상으로는 부모 상담을 진행합니다. 전문 심리치유전문가가 양육태도검사,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양육기술 등을 1:1로 상담합니다. 부모-자녀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자녀양육,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는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가족 캠프, 가족 문화체험 등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 좋은마음센터로 연락하면, 가족 구성원 각각이 가진 어려움에 따라 부모 상담, 아동 상담 및 멘토링 등 가족의 대상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GS칼텍스의 후원으로 EBS 육아학교와 함께 부모토크콘서트 ‘맘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맘터’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전문 강사의 강의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양육기술과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을 직접 강사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EBS 육아학교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실시간 방송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맘터는 10월 안양, 12월 대구, 서울 등 전국 각지의 부모들에게 직접 찾아가 소통하고자 합니다. (☞자세한 일정 보기)
Q. 부모의 유형도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등 다양한데요. 이런 유형별 부모교육도 있나요?
이혜경 팀장=통계청에 따르면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비율이 2016년 기준 44.9%에 달하며, 조부모의 주 양육 비율은 2013년 기준 2.2%입니다. 과거와 달리 가정의 유형이 변화하고 주 양육자도 다양해졌습니다. 부모의 유형에 따라 공감대가 다르며, 실제적으로 부모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도 다릅니다.
굿네이버스는 이에 맞춘 맞춤형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퇴근 후 저녁 시간대에 부모교육을 진행하거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부모교육에 참석이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의 정서지원 프로그램과 부모교육을 동시간대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집합 교육형 부모교육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1:1 부모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실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굿네이버스 ‘엄마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은 사별, 이혼,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유형의 한부모 가정과 그 외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대상으로 부모코칭, 양육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한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