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꼬박 5시간 수술, 젤레나의 구멍 난 심장이 고쳐졌어요

1.2㎏ 칠삭둥이로 태어난 딸은 유독 자주 아팠다. 잘 먹지도 못하고, 날이 갈수록 말라갔다. 아이를 돌보느라 엄마 요나이히어(35)씨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올해 초, 이상한 느낌에 캄보디아 현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딸의 심장에 구멍이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요나이히어씨의 딸 젤레나(6·사진)의 뻥 뚫린 심장이 메워졌다. 수술만 꼬박 5시간이 걸렸다.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에서 만난 요나이히어씨는 “수술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밥도 잘 먹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닌다”며 젤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 아빠랑 자주 통화하는데 온 가족이 소식을 듣고, 모두 좋아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요나이히어씨는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부천 세종병원 옥상 정원에서 요나이히어씨가 딸 젤레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김경하 기자

젤레나가 새 삶을 얻게 된 것은 구세군과 KB국민은행, 금융감독원의 ‘캄보디아 아동 심장병 의료지원사업’ 덕분이다. 세종병원이 의료협력 기관으로 도움을 주며, 매년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한다. 의료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 지금까지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66명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다.

왜 하필 캄보디아일까. 캄보디아는 매년 35만명이 넘는 신생아 중 1%가량 아이들이 선천성 심장병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의료·보건 인프라가 낙후돼 있어 어린이 사망률이 10%가 넘는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사업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 ‘KB국민은행 헤브론심장센터’를 건립해 현지 사람들에게도 의료 혜택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 6월 캄보디아 현지 헤브론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심장병 어린이의 모습. ⓒ김경하 기자

지난 6월 헤브론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올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아이들은 30명 중 10명. 그야말로 ‘선택받은 아이들’이다. 한 명당 평균 수술비 2400만원은 물론 보호자와 환자 항공권 및 숙박까지 모두 구세군과 KB국민은행, 금융감독원이 책임진다. 지난 22일 세종병원에서 만난 부모들은 연일 병원 잠을 자느라 지친듯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두 살배기 소티아라의 엄마 씨판(36)씨는 “숨 쉬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들이 잘 걸어다닌다”며 하얀 이를 활짝 드러내며 말했다. 막내아들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태어난 지 2개월 됐을 때였다. 소티아라네는 아빠가 부탄가스를 충전해주는 일로 다섯 식구가 먹고산다. 한 번 충전할 때 받는 금액은 100~150원가량. 2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씨판씨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고 속내를 표현했다. 낮잠에서 깬 소티아라는 잠투정을 한참 부리다가 엄마 손을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수술을 끝내고 회복중인 소티아라가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김경하 기자

아이들의 회복 속도도 눈에 띄게 좋다. 소아 심장병은 적절한 시기에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충분히 치유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015년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후, 선물을 주면서 안아주었던 아이가 1년 만에 건강해진 모습으로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웃는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캄보디아가 자체적인 심장병 어린이 의료지원 인프라를 마련해 외부 도움이 필요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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