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산학협력 지원, 인문학·예술·과학 등 분야 확대해야”

‘산학협력의 더 나은 미래’ 강연 현장 가보니

“아프리카 남부 칼라히 사막에 건기가 찾아올 때면 희한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떼를 지어 무서운 속도로 이동하던 스프링벅(Springbok)이 해안선 절벽 아래로 일제히 뛰어내리는 모습 말입니다. 연구결과, 집단 자살의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전국을 휩쓴 낯선 한마디,’따봉’을 기억하는가. 오렌지 주스 광고 속, 한 단어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당시 사람들이 쓰던 ‘최고’란 표현은 당연스레 ‘따봉’으로 대체됐다.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어를 만든 남자, 광고 속에서 ‘따봉’을 외치던 안경 쓴 음료회사 직원이 강당 위에 올랐다. 광고계의 전설, 대홍기획 최종원 대표였다.

지난 11월 18일,‘ 산학협력의 더 나은 미래’를 주제로 재능기부 강연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강단에 오른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 영원한 제국’저자 이인화 교수, 대홍기획 최종원 대표 모습.
지난 11월 18일,‘ 산학협력의 더 나은 미래’를 주제로 재능기부 강연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강단에 오른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 영원한 제국’저자 이인화 교수, 대홍기획 최종원 대표 모습.

“칼라히 사막에 건기가 찾아오면 녹색 풀을 찾아 아프리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던 스프링벅들 사이에 선두 경쟁이 시작됩니다. 무리 앞쪽에서 달려야만 풀을 뜯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끊임없는 달리기 속에서 스피링벅들은 자신들의 뛰는 이유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어느새 풀은 뒷전이 되고 서로 앞서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던 스프링벅은 결국 뒤에서 달려오는 무리들에 밀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맙니다.” 지난 11월 18일 오후 2시, 동국대학교 중강당을 가득 채운 대학생들에게 최 대표가 주는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처음 품은 원대한 꿈과 순수한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것.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면 애초의 비전을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경북대 환경공학과 김준혁(24)씨는 “최 대표님의 한 마디에 큰 용기를 얻었다. 평소 난 목표를 설정하면 밀어붙이는 성격인데, 여기에 진정성이란 키워드를 더해 비전을 키워가야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강의를 마친 최 대표는 “이 시대가 바라는 인재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필요하지만 나라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더 귀하게 쓸 것이다.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일을 즐겁게 또 재미있게 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내 이름에 대한 ‘자부심’과 도덕적인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와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제2회 재능기부 강연회 ‘산학협력의 더 나은 미래’는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두 번째로 강단에 오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대학과 기업의 만남, 그리고 긍정의 변화’를 주제로 교과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학협력 관련 정책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지역대학과 지역산업이 공생발전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의 활성화가 불가피합니다. 이에 교과부는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을 육성하는데 연 2300억원을 지원할 것입니다.” 이주호 장관은 청년창업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다. “창업교육, 경진대회, 사업화지원, 창업선도대학 및 인턴제 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과 고용부 등 중앙정부가 1131억원을, 지방자치단체가 288억원을 지원할 것입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손을 들었다. 자신을 산업기술대학교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석사 졸업을 해도 취업을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일부 대기업에 기회가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교과부에서 산학협력과 이공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IT 분야에 지원이 집중돼 있는데, 장관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장관은 “과학기술벨트 사업 투자비의 대부분이 대형장비를 구입하는 데 치중돼 있는데, 과학기술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 연구인 자리를 만들고, 특히 바이오 분야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공계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산학협력은 이제 문화콘텐츠와 지식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이자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이인화 교수가 산학협력의 동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기존의 산학협력이 이공계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유는 대학이 기술을, 기업이 자본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기술이 특허나 지적재산권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귀한 시기가 된 것입니다. 이는 고도화된 경제의 특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디지털미디어학부에서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과학 등 세 가지 학문을 융합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융합 교육의 장점을 암묵지(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는 지식) 향상으로 꼽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모여 있다 보니 서로 배우는 부분이 많습니다. 공대 논문을 처음 봤을 땐 정말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그때 옆에 있던 공학 박사가 ‘이 부분은 이 표만 보면 돼’라며 한 마디를 던졌는데 보다 쉽게 이해가 됐어요. 그런 지식이 쌓이다 보니 이젠 과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평소 융합 학문에 대해 관심이 깊다는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이현아(23) 씨는 “지금은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인문학과 영화에 대한 흥미를 발전시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다. 교수님께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의를 마친 이 교수는 산학협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으로선 기업의 요구와 대학의 시스템이 너무 달라서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기업은 콘텐츠를 손에 쥐고 있기보다는 이를 활용해야 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산학협력에 좀 더 애정을 쏟아야 하죠. 대학도 융합학부에 참여하는 교원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체계를 구축해 많은 이들이 산학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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