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미혼모 예방, 美 지역·학교가 적극 나서… 韓 교과 편성조차 어려워

[기고] 선진국 예비부모교육 현황과 실태
입시위주의 한국 교육 일부 대학·기관만이 진행
다양한 여건에 적용되고 위기의 예비부모 위한 보편적·치료적 교육 필요

김정미 삼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김정미 삼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가정불화나 생활고로 인해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하는 부모, 어린 생명을 무책임하게 유기하는 부모, 인터넷 게임에 빠져 신생아를 굶겨 죽인 부모,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부모의 자녀살해 사건 등 이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가정이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핵가족화로 인해 부모로서의 역할모델을 제대로 접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부모는 인간이 태어나 최초로 경험하는 의미 있는 대상이며, 인성의 기반이 다져지는 유아기까지 가장 밀접하게 관계 맺으며,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녀의 건강한 발달은 물론이며,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부모교육은 반드시 필요한데, 부모가 된 후 이루어지는 부모교육보다는 부모가 되기 전부터 부모됨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예비부모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10대의 임신과 출산, 미혼모의 증가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예비부모교육이 확장됐는데, 청소년 대상의 예비부모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지역사회 청소년 서비스 기관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과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 유형으로 나뉘어 발전됐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실시된 청소년 대상 예비부모교육의 초기 프로그램은 부모 됨에 필요한 보편적 내용으로 구성됐으나, 폭력, 마약, 10대 미혼 부모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차원으로 프로그램의 성격이 점차 변화됐다. 그리고 보다 실제적으로 10대 미혼모를 예방하고자, 성교육, 임신, 출산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루며, 그 대상도 현재 임신하고 있거나 출산한 10대 미혼모로 구체화됐다. 학교교육과정에 포함된 예비부모교육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청소년의 혼전 임신을 방지하고 아동발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교육개발센터에서 개발한 아동기 탐색 교육과정(Exploring Childhood)으로, 이 프로그램은 양육에 관련된 실질적인 경험과 아동발달 이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도 고등학교에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지역사회와 가족(Community and Family Studies)’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교과에서 ‘부모됨과 양육’이라는 세부교과로 부모교육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와 부모가 가져야 하는 양육과 보호의 책임감, 양육태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관계, 부모를 지원하는 사회 제도와 기관 등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일본은 고등학교에서 지역아동기관과 연계하여 현장학습을 통한 생생한 예비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생아를 안거나 기저귀 가는 경험을 해보고 어머니들의 생생한 육아 이야기를 들으며 임신과 출산에 대해 학습한다. 또는 6㎏ 정도 되는 추를 배에 부착해서 임신을 체험해보도록 하고, 특히 남학생들에게 이를 통해 만삭 임신부의 느낌을 경험해보도록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있는 유치원과 보육원을 방문하여 보육 실습을 해봄으로써 부드러우며 배려적인 태도를 익히도록 하는 등 실제적이고 현실감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러스트=홍원표(굿네이버스 재능나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고등학교에서 입시과목과 관련이 없는 예비부모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일부 대학에서만 교양과목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현재 기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은 굿네이버스가 2006년부터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예비부모교육이 전부인 실정이다.

외국 예비부모교육 프로그램의 교육내용은 시대적·사회적 환경과 사회구성원의 실제적 요구에 의해 발달되고 변화되어 왔다. 또한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 자아인식,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획득해 나가는 시기로 이러한 요소들은 한 개인의 인성발달 및 부모역할 수행 능력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Groom, 1999)에서도 이 시기의 정규교육과정을 통한 예비부모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리나라의 예비부모교육 프로그램도 우리 사회가 처한 다양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예비부모교육 프로그램 내용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지 등에 대한 고려와 프로그램 수혜자의 발달·심리적 요구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개발되어야 한다. 예비부모들이 처한 여건이 매우 다양하므로 부모됨을 준비하는 보편적 내용으로의 정규 교육과정도 필요하고, 위기에 처한 예비부모들을 구체적으로 돕고 지지하는 치료적 차원의 예비부모교육 프로그램으로도 개발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부모의 자격에 대해서 너무 관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사회의 안정과 가정의 행복, 특히 영유아가 건강하게 발달할 권리, 행복할 권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도 우리 사회에 예비부모교육 운동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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