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사각지대’ 해결하려면?
미혼모, 소년원 출소 청소년, 수감자 자녀, 노인, 발달장애인. 공익섹터 전문가 5인이 꼽은 ‘나눔 사각지대’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 같은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미혼모의 경력 단절 비율(93%, 2009)은 기혼여성(19.3%, 2011)의 네 배가 넘는다. ‘미혼모는 부도덕하다’는 편견과 ‘나 홀로 육아로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부모가 수감 중인 미성년자 수는 약 2만2000명인데, 전체 수감자 가정의 11.9%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을 받는 극빈층이다.(비영리단체 ‘세움’의 수용자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7)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탈북자, 취약 계층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학대와 차별은 한국 사회의 발전과 경제성장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도 주요 관심사가 아닌 데다, 시민사회 영역이나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에서도 큰 주목을 못 받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노인 소외 문제나 발달장애 등도 관심 사각지대이긴 마찬가지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61.7%로, OECD 중 압도적 1위다. 노인 우울증의 경우, 전체 노인의 27.1%, 독거노인의 41.7%가 우울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보건복지부 2014 노인실태조사)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탈농 현상이 가속화되고, 노인들이 넓은 지역에 산재해 있다 보니 안전이나 정신 건강 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발달장애인의 경우 교육과 주거, 취업 등에서 차별이 존재한다”며 “발달장애인이 생애 주기상에서 권리를 보장받고 차별이 없도록 한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법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집합적 임팩트)’ 전략과 시민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기업 사회공헌, 제3섹터와 시민사회가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 장용석 교수는 “사각지대에 대한 개별적·분절적인 관심으로는 전폭적인 시민의 참여나 파급력 있는 정부 정책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기업과 NGO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포괄적인 이슈를 찾아내고 협력해, 정부와 시민의 정책적 관심도를 높이도록 유도해내는 집합적 임팩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기업 지원에서 시작해 결과적으로는 시민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시민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지원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은 “정부는 고령화 정책 비중을 늘려 노인 일자리 확대, 정년 연장 등의 방안을, 기업은 노인의 문화 여가 향상 및 사회 참여를, 제3섹터는 노인을 성숙한 시민의 파트너로 관여시키는 등의 고민을 해야 한다”며 “더불어 시민은 노인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예방적 활동이나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기부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상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각지대 개별 대상자만 타깃으로 하는 지원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시민의식 전환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다문화 가정의 갈등,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실태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의식 전환을 유도하는 지원 사업을 통해 사각지대의 ‘각도’를 줄이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영·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