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마케팅이 답이다①…”영리·비영리 성장불균형, ‘3W’로 해소해야”

우리나라에서 ‘공익적 활동’을 위해 돌고 있는 돈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연간 기부금 규모는 약 12조4900억원(2014 국내나눔실태조사, 보건복지부)으로 대기업 1곳의 1분기 매출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해 미국의 기부금 규모는 3580억 달러(약 408조원, Giving USA)에 달한다. 비영리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된 외국과 달리, 국내 공익사업은 정부와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리와 비영리의 성장 불균형을 해소하고 기업과 고객, 사회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20일 “이기적인 마케팅의 종식”을 기치로 대치동 삼탄빌딩에서 개최된 ‘제1회 공익마케팅 콘퍼런스’의 핵심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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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23 조합원(사진 왼쪽부터 김진희 이사, 주정호 이사, 황인선 고문, 박일준 이사장, 공득일 이사)들이 공익마케팅 콘퍼런스 청중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펍23 제공

 ◇기업, 소비자, 사회가 모두 승자되는 ‘3W 마케팅’을 말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연간 사회공헌 예산은 약 2조6708억원(2015 주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 공익생태계를 유지하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금액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썩 달가운 지출은 아니다. 성과와 뚜렷하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해관계자에 대해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실천하는 경영모델)’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정부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이윤과 사회 공헌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기업이 비즈니스를 통해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 모델)를 실시하자니, 막대한 초기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

CSV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기업의 이윤도 추구하고 공익적인 역할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일준 공익마케팅 협동조합 펍23 이사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3W마케팅’을 제안했다. 마케팅 차원의 전략을 통해 공익과 사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사적 혁신이 필요한 CSR이나 CSV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고, 비영리 입장에서는 기부 외의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과거의 마케팅이 기업과 소비자만 이득을 봤다면(2W), 공익 마케팅은 기업의 마케팅이 비영리 기관의 사회문제 해결 과정과 결합해 기업과 고객, 사회가 모두 이익을 보는(3W)모델입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자유의 여신상 설립 100주년 기념 보수공사’가 대표적인 사례죠. 아멕스는 캠페인 기간동안 신규 고객 가입 시 1달러 적립, 카드 1회 사용 시 1센트를 적립해 보수공사 기금에 보태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신규 가입자는 17% 늘었고, 사용액은 27% 증가했습니다. 총 170만 달러(약 20억원)의 기부금이 조성돼 ‘자유의 여신상’ 역시 성공적으로 보수를 마칠 수 있었고요. 소비자들은 ‘미국의 상징’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고, 미국정부는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을 시민 참여와 기업 기부로 해결해 예산 절감 효과를 누렸습니다. 공익과 마케팅의 만남이 자칫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매우 직관적인 개념입니다. 좋은 3W 마케팅일수록 더 많은 관계자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익마케팅 사례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 자동가입을 방지하기 위해 흐릿한 글자 이미지를 바르게 입력하는 ‘CAPTCHA’ 테스트가 그것이다. 테스트에 활용되는 글자 이미지는 아직 전산화 되지 못한 고전서적의 사진이다. 허위 계정 생성을 막는 한편, 전 세계의 네티즌이 인류의 유산인 고전책을 전산화하는데 일조하는 ‘공익마케팅’인 셈이다.

구글은 아예 3W마케팅을 신사업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구글맵’은 이용자를 증가시키는 1차 마케팅 목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구글의 차세대 주력 사업인 무인자동차, 위치기반 서비스, IoT(사물기반 인터넷)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구글맵이 공공 서비스 역할을 소화하는 동시에 지질학, 환경보호 등 다양한 학문과 사회실천 영역에 쓰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사회문제가 기업과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환경에도 좋고, 가성비도 뛰어난 ‘일회용 식용 스푼’이 개발돼 있지만, 도시락이나 아이스크림 판매 기업에서 활용하지 않는 것 처럼요. 특별하면서도 소비자의 자긍심을 올려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부족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렇게 좋은 전략이 왜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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