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TALK]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B코퍼레이션(B-Corpora tion·이하 비콥)’ 인증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브라질의 최대 화장품 회사 ‘내츄라(Natu ra)’가 대기업 최초로 비콥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유니레버 CEO 폴 폴만 회장까지 동일한 인증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비콥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입니다. 2007년 시작된 비콥 인증은 온라인 설문, 전화 인터뷰 등의 단계를 통해 지배 구조·임직원·고객·지역사회와의 연계·환경 등 5가지 분야에서 180개 질문에 답하고, 80점(200점 만점) 이상이면 통과입니다. 지금까지 33개국에서 약 1000여 개 기업이 인증 마크를 달았습니다.
사실 미국에선 대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주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함에도, 그 대가로 주어지는 건 ‘소비자의 신뢰’뿐입니다. 이 때문에 유니레버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비콥 인증을 신청한 게 큰 화제가 되는 것입니다. 유니레버처럼 전 세계에 자회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은 비콥 인증을 위한 평가 과정 및 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폴 폴만 유니레버 회장은 “비즈니스는 단지 수익만을 위함이 아니라 사회·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비콥 인증을 위해 노력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앞서 200점 만점에 111점으로 비콥 인증을 받은 내츄라의 길헤름 릴(Guilherme Leal) 공동의장은 다른 대기업들의 비콥 인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남은 90점을 얻기 위한 지속 가능한 노력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는 내츄라와 유니레버처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진두지휘하는 CEO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비전 및 철학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모습을 보니, 무분별한 해고와 CSR팀 해체로 침체 상태에 빠진 한국 CSR의 민낯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