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팔레스타인 전쟁 300일…인도적 지원 화물 물동량 56% 감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이 시작된 지 300일째를 맞았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7월 30일 인도주의 단체 20곳과 함께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지정된 구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강화되고 국경이 폐쇄되거나 기능을 못 하게 됨에 따라 인도주의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7월 30일 인도주의 단체 20곳과 협업해 가자지구 내 활동 상황을 알리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위 그림은 팔레스타인 아동이 검문 받는 모습을 직접 그린 그림. /세이브더칠드런 인지고래 2호 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3일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파트너 NGO인 워 차일드(War Child) 소속 팔레스타인 직원 두 명이 사망하고, 가자지구 중부의 누세이라트 지역 공습으로 또 다른 직원 한 명이 다치고 자녀 네 명이 사망했다. 또 액션에이드(Action Aid) 직원의 집이 폭격을 당해 네 명의 딸이 사망했고, 해당 직원은 치명상을 입고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이스라엘이 주민들에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매우 짧게 준 다음 폭격해 민간인의 피해가 크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중부에서 피난민을 수용한 학교가 공격을 받아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남부 칸유니스와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나흘간 19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실향민이 됐다. 칸유니스에서만 73명이 사망하고 270명이 다쳤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이 가자지구 전체의 80%를 넘었으며, 190만명의 실향민들이 불과 17%에 해당하는 지역에 갇혀있다고 밝혔다.

구호 단체에 대한 잦은 공격과 국경을 통한 보급품 진입 지연으로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악화했다. 가자지구 진입 승인을 마친 구호 단체의 보급품 트럭이 ‘케렘 샬롬’으로 불리는 남부 카람 아부 살렘 국경검문소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진입이 몇 주간 지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과 물자 부족으로 인한 약탈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의 보급품에 의존하는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주요 의약품을 제때 보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가 온도 조절이 가능한 폐쇄형 트럭 진입을 거부해 냉장차에 실린 필수 의약품은 반입이 거부되고 있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은 한 달여간의 대기 끝에 케렘 샬롬 국경을 통해 인도적 지원 구호 트럭 4대를 가자지구에 보냈다. 구호 트럭에는 항생제, 심장병 치료제 등 표준 의약품 등이 담긴 팔레트 80개가 실렸다. 하지만 여전히 냉장 보관 의약품이 담긴 팔레트 17개 분량은 이집트 알아리시 국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옥스팜의 경우, 식수 탱크, 담수화 장치, 세면대, 발전기 및 화장실을 실은 트럭이 거부당했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의 주거용 텐트 864개를 적재한 트럭 역시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많은 구호 단체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올 4월 이후 인도적 지원 화물의 하루 평균 물동량이 56%가 감소했다. 가자지구 내 보건 시스템이 무너지고 지속적인 이전 명령으로 피란민 과밀화가 심각해지면서 수인성 전염병의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6개의 폐수 샘플 조사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돼 수만명의 아동이 위험하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바이러스가 가자지구 전역을 넘어 국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레미 스토너 세이브더칠드런 중동지역 사무소장은 “(이스라엘이)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한 비좁은 지역으로 민간인을 몰아붙이면서 더 이상 여유 공간도, 아이들을 살릴 구호품도 부족한 상황이다”며 “인도적 지원 단체의 직원은 결코 공격의 표적이 되어선 안 되며 보급품 수송대와 창고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이고 확실한 휴전만이 가자지구의 생명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현지 파트너 기관 14곳과 협업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30만 달러(한화 약 4억 1000만원)를 긴급 지원했다. 이와 더불어 5월 휴전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아동 보호를 위한 글로벌 행동의 날에 동참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아동의 구금 실태를 담은 한국어판 보고서를 발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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