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기후기술 다음은 생물다양성” 투자 전략 바꾸는 글로벌 금융사들

생물다양성에 투자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관련 펀드 3조원 규모로 성장… 2년새 2배

글로벌 금융 기업 HSBC는 지난해 12월 산림·해양 등 환경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6억5000만달러(약 8515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 투자운용사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HSBC의 선언 이후 1년새 글로벌 금융사들은 생태계 복원, 생물다양성 보전, 수질 개선 등 자연을 자본으로 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펀드 규모를 빠르게 늘렸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자연을 위한 금융(State of Finance for Nature)’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분야에 신규 투자된 민간 금융 규모는 2021년 13억달러(약 1조5350억원)에서 2022년 23억3000만달러(약 2조7500억원), 올해 9월 기준 25억6000만달러(약 3조210억원)로 증가했다. 2년 만에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만 전세계 네이처 포지티브 펀드 12개 중 9개(75%)가 출시됐다.

글로벌 금융사의 투자전략 "기후기술 다음은 생물다양성"

같은 기간 기후기술 분야 펀드 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글로벌 회계 감사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2023 기후기술 현황(State of Climate Tech)’에 따르면, 올해 기후기술 분야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특히 신규 투자는 2021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 중이다. 2021년 124억달러(약 12조원) 규모였던 기후기술 투자는 2022년 92억달러(약 10조원), 올해 9월 기준 34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줄었다. 투자 건수로 봐도 2021년 4918건, 2022년 4491건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2216건으로 반토막 났다.

이 기간 국제 사회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합의가 잇따라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네이처 포지티브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며 2030년까지 생태계의 30%를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24개국 153개 주요 금융사들이 생물다양성을 위한 금융 서약에 동참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24개국 153개 주요 금융사들이 생물다양성을 위한 금융 서약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는 우리은행이 참여했다. /로이터 뉴스1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24개국 153개 주요 금융사들이 생물다양성을 위한 금융 서약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는 우리은행이 참여했다. /로이터 뉴스1

네이처 포지티브 관련 투자 급증에 자산 운용사, 회계 법인들도 대응에 나섰다. 세계 최대 회계법인 PwC는 지난 4월 글로벌 네이처 포지티브 센터(Center for Naure Positive Business)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수자원, 재생농업과 임업 등 분야에 대응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펀드 운용 그룹 피델리티 인터내셔널(Fidelity International)은 지난 1월 ‘2023년 지속가능투자 리포트’를 통해 네이처 포지티브 투자 화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젠 후이탄(Jenn Hui Tan)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는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이처 포지티브’는 새로운 의미의 탄소중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이처 포지티브 펀드 성과를 추적 비교할 수 있는 표준 지표 개발은 아직까지 초기단계다. 현재 자연자본에 대한 지표를 개발한 곳은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뿐이다. TNFD는 3월 ‘자연자본 관련 공시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ESG 평가 분석기관 서스테이너블 피치(Sustainable Fitch)의 윌리엄 아트웰(William Attwell) 기후연구 이사는 “산림 복원의 경우만 해도 식재한 나무의 수나 복원한 산림 면적 등 통일된 기준이 없어 성과를 동등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자연 관련 성과를 명확히 추적·비교하기 위해선 많은 양의 데이터 확보를 통해 지표의 신뢰도를 높이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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