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식량·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기후변화, 양극화 등 사회문제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모든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을까.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하는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1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로 개최됐다. ‘기회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여섯 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경영학 ▲심리학 ▲고전문학 ▲농업경제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학자가 전하는 통찰을 공유한다. |
“우리 사회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결국 지속가능한 사회의 조건을 갖춰 나가는 과정 아닐까요.”
10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된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연사 대토론에서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위기 진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2부 주제인 ‘디스토피아에서 만난 기회’로 강연한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토론 진행은 최기환 아나운서와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이 맡았다.
2부 첫 연사로 나섰던 민승규 교수는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농업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순식간에 농업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 교수는 “디지털 농업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기술 연구 지원, 교육 등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태용 교수도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대비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관점에서 위기가 아니라면 왜 200 여 개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이 27년째 매년 모여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개최하겠느냐”라며 “다만 우리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사고까지 발생했지만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리 대비하면 기회가 열리지만,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현실에 부딪히면 대응에 급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에서 인구소멸 문제를 다룬 신경아 교수는 “인구 소멸을 둘러싼 여러 분석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인구 감소 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정서”라며 “최근 일본에서 노동시간 단축이나 유연근무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서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보도도 있듯이, 일과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시 조직해 가려는 사회적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토론에 참석한 연사들은 모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농업과 기후, 인구 문제 등을 기회로 여기고 사전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정태용 교수는 “올해 파키스탄에서 한국 면적의 두 배가 물에 잠길 정도로 대홍수가 났는데, 파키스탄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문제는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농업과 기후, 인구는 굉장히 긴밀한 관계”라며 “예를 들어 농업이 그 자체로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기후변화가 농업이나 생산에 영향을 주고, 또 인구 감소는 기후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인구절벽의 해결책으로 농업 기반 공동체나 강소농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각 분야의 대응법도 연결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경아 교수는 “이번 학기 ‘사회학개론’ 수업에서 다룬 주제 중 하나가 ‘생태학적 자아’”라며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회 각 영역의 문제가 독립적일 수 없고, 해결책도 따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민승규 교수도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식량도 더 많이 필요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식량 공급을 어렵게 한다”라며 “식량 문제 대책을 내놓을 때 인구 문제와 기후 문제를 고려하는 입체적 사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마지막 질문은 포럼의 대주제인 ‘기회는 누구의 것인가’였다. 정태용 교수는 “기회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익숙한 관행이라고 하면 인구는 인구전문가에게, 농업은 농업전문가에게 맡기는 과거의 방식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한데 뭉쳐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원 편집국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걸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해왔고, 그 결과 농업과 기후와 인구를 위기에 빠뜨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농업에 신기술을 도입하고,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맞추고, 출생률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공동체의 관계, 사람과 지구의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