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임팩트어스 인베스터스데이’
메타텍스쳐·퓨어플라텍·니즈·스위치이츠·그래도팜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0년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양은 6억5622만t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농업 분야의 배출량은 2105만t(전체의 3.2%)으로 전년보다 0.4% 늘었다.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방안으로서 ‘지속가능한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농축산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약 22.6% 감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투자자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따르면, 2020년 농업·식량 분야의 투자금은 58억 달러(약 8조2500억원)에 달했다. 혁신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은 농축산물의 1차 생산에 더해 가공·유통·판매 전 과정의 환경 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식물성 계란에 대한 새로운 접근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메타텍스쳐’는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단백질 식품군을 제조한다. 메타텍스쳐가 선보인 첫 번째 제품은 식물성 계란 ‘스위트에그’다.
스위트에그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양계산업의 수급 불안정, 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문주인 메타텍스쳐 대표는 “계란 가격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44%가량 상승했고, 현재 쿠팡에서도 계란 한판이 7000원대에 이르러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안전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계란 대체재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메타텍스쳐의 핵심 기술은 식감 구현이다. 메타텍스쳐 팀원들은 스위트에그의 흰자 식감을 기존 축산형 계란의 흰자 식감과 유사하게 구현하기 위해 2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스위트에그의 흰자 식감은 기존 계란의 식감과 90% 일치한다. 이 밖에도 메타텍스쳐는 노른자 향미 제조기술, 삶은 계란형 제조 공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위트에그는 11월에 정식 론칭될 예정이다. 메타텍스쳐는 앞으로 대체계란 상품을 활용해 에그마요 샌드위치, 달걀말이, 휘핑크림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 밝혔다. 문 대표는 “축산형 계란 대신 스위트에그를 소비할 경우 탄소배출량을 약 97.5% 감축할 수 있다”면서 “2023년까지 스위트에그 150t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국내 생산 시설을 확보해 대체계란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해내겠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팜 폐기물을 재활용합니다”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들도 있다. ‘퓨어플라텍’은 플라즈마 기술(산소로부터 발생하는 오존을 활용해 기체가 닿는 곳은 전부 살균하는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순환식 수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농업 생산 과정에서 각종 용수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수경 방식인 스마트팜에서 사용된 후 버려지는 폐양액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퓨어플라텍은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폐양액을 살균 처리하고 이를 재활용한다. 올해 9월 기준 폐양액 내 세균 등 살균처리 정도는 80% 수준이었다. 이 경우 폐양액의 50%는 재활용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체계적인 재고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니즈’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박상호 니즈 대표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일평균 1만5900t으로 그 처리비용만 1조에 달한다”면서 “이 중 87%는 가정·외식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 관리 시스템 ‘미리’를 활용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 폐기를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모든 식자재 관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문자·전화 등 다양한 발주 채널로 인해 발주 정보를 취합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이에 니즈는 발주부터 입고, 출고까지 전 범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맹점의 발주 정보를 취합해 본사에 제공하고, 본사는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의 발주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입고 과정에서는 사진촬영을 통해 유통기한을 자동으로 등록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또 데이터와 재고관리 시스템을 연동해 판매 정보와 보유 재고를 비교할 수 있다. 현재 니즈는 B2B 서비스 모델을 바탕으로 PC방 가맹점 5000곳을 보유한 피카와 제휴를 맺었다.
지속가능한 농업, 핵심은 ‘토양 회복’
‘스위치이츠’와 ‘그래도팜’은 양질의 친환경 식품 개발에 힘쓴다. 스위치이츠는 데이터 기반의 곡물 간편식 헬스케어 플랫폼 ‘먼슬리 시리얼’을 운영 중이다. 먼슬리 시리얼은 2만8000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곡물 간편식을 추천하고 제조한다. 이용자가 개인정보와 질환, 가족력, 알레르기, 복용하는 약물 등 30개의 설문에 답하면, UX·UI 기술이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재료를 선정한다.
현재 먼슬리 시리얼은 40가지의 원료를 선택지로 제공한다. 이 원료들로 만들 수 있는 식단만 6만5520개다. 박서진 스위치이츠 대표는 “먼슬리 시리얼은 로컬 오프라인 스토어 ‘시리얼 빌리지’를 통해 더욱 세심하고 친환경적인 맞춤형 솔루션으로 구현될 예정”이라면서 “첫 매장은 성수동으로 오는 11월 1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견과류, 식물성 우유를 활용한 친환경 비건 시리얼을 맞춤형으로 보급해 전 연령층이 지속가능하게 먹을 수 있는 곡물 기반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당일 제조로 신선도를 유지하고 ‘나만의 곡물 간편식’을 만들어 친환경 식품의 장벽을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도팜은 퇴비 제조, 토양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건강한 토양 환경을 조성하고 양질의 품종을 재배한다. 핵심 품종은 토마토다. 원승현 그래도팜 대표는 “국내 농경지 비옥도는 열악한 편”이라면서 “비옥도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단순히 영양분만 있는 게 아니라 물리성과 화학성, 생물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팜은 자가제조한 퇴비로 토양의 비옥도를 높였다. 40년 이상의 노하우가 담긴 제조기술을 통해 미생물 개체 수를 늘렸고, 토양의 양분을 증가시키는 양이온치환용량(CEC)을 확보했다. 그래도팜 농장 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품목 수도 지난해 말 6개에서 올해 9월 15개로 2배 이상 증가시켰다.
원 대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토양 회복, 양질의 종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그래도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 비옥한 토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토양에 다양한 품종을 정착시켜 소비자의 식문화를 선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