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헬로트랙터’가 바꾸는 아프리카의 농업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세계 최대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John Deere)’에서 케냐의 스타트업 ‘헬로트랙터(Hello Tractor)’에 투자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거대 기업이 25명 근무하는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게 생소했다. 어떤 배경에서 투자가 이루어졌는지 좀 더 깊이 들여다봤다.

아프리카의 농기계화율은 매우 낮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농경지 100㎢당 트랙터 수는 아프리카의 경우 28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개도국인 남아시아는 96대, 유럽은 815대, 한국과 일본은 각각 1620대, 4380대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서 농기계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넓은 농경지가 있어도 경작할 수 있는 면적은 한 가구당 1~2h(헥타르) 내외에 불과하다. 농기계의 부족은 아프리카 농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제한인자 중 하나다.

헬로트랙터는 농기계 임대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14년 창업했다. 소농들이 농기계를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헬로트랙터는 농기계 소유자가 자신의 농기계가 어디 있는지, 운영은 잘 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기계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농기계가 얼마나 많은 작업을 수행했는지, 얼마나 많은 연료를 소모했는지 추적하고, 농기계 운전자의 역량과 차량 유지관리에 필요한 사항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농작업 수요자를 그룹화하여 농작업 효율을 높이는 일부터 농기계 구매를 위한 대출 프로그램까지 시작했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헬로트랙터 플랫폼에 등록한 농기계 소유자는 약 3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바일 및 웹 프로그램을 통해 농민들에게 트랙터를 임대하고, 약 50만명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빌려 쓰고 있다. 이 중 87%의 농민은 농기계를 활용함으로써 소득이 증가했다고 한다. 현재 헬로트랙터의 서비스는 아프리카 5개국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제공되고 있다. 존디어는 이번 투자를 통해서 2026년까지 새로 출시되는 모든 농기계를 서로 연결하겠다는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농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때 ‘우리나라는 왜 헬로트랙터 같은 서비스가 없을까’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농가 규모에 비해 농기계에 오히려 과하게 투자됐다는 분석이다. 농기계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고, 한편에서는 농기계가 농가 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는 데는 농기계 임대 서비스 또는 농작업 대행 서비스가 유용하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농기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의 개입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기계 임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농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값비싼 농기계를 이용할 수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공공서비스 중 농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이다. 선거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들은 농기계 임대센터에서 제공되는 농기계의 수와 종류를 더 늘리고 싶어 한다. 이는 결국 농촌지도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혁신에서 멀어지는 건 또 다른 손실이다.

만약 우리도 헬로트랙터와 같이 민간의 투자를 통해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정부에서 농기계 임대센터를 운영하는 대신에 민간의 서비스를 활용하여 소농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접근했다면 현재 농기계 임대 또는 농작업 서비스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 청년들은 농업에 익숙해지면서 결국 자신의 농장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의 세대교체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육묘와 이앙 작업부터 방제와 수확까지 농기계 서비스가 고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건 결국 농민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다. 미래에는 농업용 로봇이 농업 현장에서 활용될 것이라 말한다.

농업용 로봇을 소농이 구매하기는 어렵다. 결국 미래는 농기계가 아니라 농작업을 구매하는 시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접근 방법을 바꾸는 게 어떨까? 혁신은 기술보다는 관점이 전환이 우선 되어야 한다. 농촌의 고령화 속도를 보면 머뭇거릴 시간이 별로 없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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