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뉴웨이즈 공동기획
[‘젊치인’ 전성시대]
<4> 우리도 ‘젊치인’ 한번 키워볼까<끝>
대선이 끝났다. 이제는 지선이다. 오는 6월 1일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지방선거’가 열린다. 투표 가능한 나이를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한 이후 치르는 첫 선거다. 입후보 자격도 만 25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췄다.
청년 유권자의 수는 늘어나는데, 우리나라 청년 정치인이 설 곳은 좁기만 하다. 지난 2018년 기초의원으로 당선된 40세 미만 청년 정치인 비율은 6%였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 당선된 청년 정치인의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도 ‘젊치인(젊은 정치인)’ 한번 키워보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가 대표적이다. 뉴웨이즈는 젊치인을 지원하는 일종의 ‘에이전시’다. 유권자를 이른바 ‘캐스팅 매니저’로 기용해 젊치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권자와 젊치인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권자들은 동네에서 발 벗고 뛰는 젊치인의 든든한 지지자가 돼준다. 그런가 하면 일부 기성 정치인은 청년 정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천받을 기회를 넓히는 등 더 많은 청년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70대도 응원하는 ‘우리 동네 젊치인’
기초의원은 동네에서 주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들을 해결한다. 다시 말해 유권자가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관심 분야가 비슷한 젊치인과 또래 주민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인천에서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모임을 운영하는 이영근(35)씨는 지난해 활동할 때 사용할 공공용 쓰레기 봉투를 구하다가 정진식(40·더민주·인천 서구) 의원의 도움을 받았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정 의원은 이씨가 쓰레기 봉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주민센터와 연계했다. 이후 뜻이 맞아 함께 플로깅을 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사실 저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멀게만 느껴졌거든요. 기존 정치인들을 안 좋게 보기도 했죠. 근데 직접 주민과 소통하고 움직이는 또래 정치인을 만나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씨는 주변 사람에게도 정 의원을 소개했다. 정 의원은 덕분에 지역에서 더 넓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지선에서도 이씨가 정 의원의 선거 캠프에 합류해 돕기로 했다.
‘뉴웨이즈’에서는 유권자와 젊치인의 네트워킹을 돕는다. 위 세대 정치인보다 인적 기반이 약한 젊치인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돼 줄 지역 유권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뉴웨이즈에서는 이 유권자들을 ‘캐스팅 매니저’라고 부른다. 연예기획사 매니저가 아이돌이 될 연습생을 발굴하는 것처럼, 유권자가 직접 젊치인 후보를 찾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현재 9200여 명이 캐스팅 매니저로 등록했다.
서울 마포구에 출마 예정인 김가영(37·정의당)씨는 벌써 17명의 캐스팅 매니저가 점찍은 예비후보다. “제가 아직 의원은 아니지만 주민청원을 통해 돌봄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자는 조례를 준비 중인데요. 정말 많은 분이 나서서 도와주셨어요. 주민청원으로 조례를 제정하려면 100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주변에 내용을 공유해주시고, 간담회에도 직접 참여해주셨죠.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젊은 정치인 후보라는 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젊치인 응원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30년 전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윤수경(76)씨도 캐스팅 매니저로 등록했다.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대부분 정치인이 진영 논리에 맥을 못 쓰더군요. 내 진영에 유리한 것부터 찾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어요. 젊은 세대는 진영 논리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있는 세대예요. 젊은이들은 모험을 해도 된다는 ‘허가증’이 있잖아요(웃음).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막으면 안 돼요. 변화하지 않는 것은 고여서 썩고 맙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가르쳐준 틀을 무시하고 깨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해요. 이런 마음으로 젊치인을 응원하고 있어요.”
우리 동네 젊치인 누가 있을까?
기성 정치인도 젊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병국 전 국회의원이 교장으로 있는 ‘청년정치학교’는 청년 앞에 놓인 정치 장벽을 허물고, 열린 정치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2017년 출범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청년 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키운다. 만 39세 이하 청년이라면 누구나 입학 신청을 할 수 있다. 커리큘럼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저명한 학자와 원로 정치인들의 강연, 토론, 모의 국감 등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2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다양한 정당의 당직자나 보좌진, 정당 연구소,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년에게 ‘공천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힘을 보태기도 한다. 젊치인은 경험이 부족하고 지역 기반이 약하다는 이유로 선거에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뉴웨이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대상으로 ‘열려라 젊깨’ 캠페인을 진행했다.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위원장과 당협위원장들에게 “더 많은 젊치인이 등장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해달라”며 응답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31명, 국민의힘에서 25명이 응답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영환·이소영·이탄희·장철민 등 현역 의원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젊치인들은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 신인은 얼굴을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우리를 알릴 기회가 너무 적죠. 언론도, 유권자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이승용·35·서울 중구·더민주) “‘정치인한테는 후원금이 가장 도움되는 거 아니야?’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하시지만, 후원금만큼이나 관심과 응원이 소중해요. 일이 제 뜻대로 안 돼서 풀 죽어 있을 때도 격려 문자 한 통만 받으면 힘이 나거든요.”(양기열·37·서울 은평구·국민의힘)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예비 후보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고도 공천을 못 받는 신인 젊치인이 많아요. 후보로 결정될 때까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뉴웨이즈 홈페이지에서 우리 동네 예비후보는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당원으로 가입하면 당내 경선에서 직접 젊치인에게 투표할 수도 있고요. 젊은 정치인을 조금만 더 눈여겨봐 주세요!”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