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로 보호시설에 입소한 아동 10명 중 4명은 전문가의 사전심의 없이 퇴소 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8~22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245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대 피해아동의 보호시설 퇴소심의 현황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를 제출한 전국 239개 지자체 중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곳은 165곳. 이곳에서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통해 퇴소한 아동은 모두 2437명으로 학대 피해 아동은 1294명이었다. 학대 피해아동 가운데 506명(39%)은 전문가들의 사전심의 없이 퇴소조치 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보호시설 퇴소 여부를 결정할 때 각 지자체의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서 보호 목적 달성 여부를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복지심의위원회는 지자체장 또는 유관 기관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있어 수시로 개최해 사전심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아동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서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시키려는 경우 5급 이상의 시·군·구 소속 공무원(시·도는 4급 이상)과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사례결정위원회의를 통해 사전 심의를 하도록 했다. 사례결정위원회에선 보호시설 퇴소 시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가 양호한지, 퇴소 후 생활하게 될 장소가 아동을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는 곳인지 등을 전문가들이 미리 파악한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전국 지자체 중 42%(103개)는 학대 피해 아동을 먼저 퇴소 조치한 후 사후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자치 법규 등에 규정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29명의 학대 피해아동은 여전히 보호시설 퇴소 전 사전 심의를 받지 못했다.
법무부는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사후심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대 피해아동이 재학대 우려가 있는 가정으로 복귀하지 않도록 해당 지역의 조례 개정을 당부했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