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비극 반복 막을 대책 시급”
아동학대 통계도 못 잡는 현실… 국가 개입 필요
올해 2월 충북 보은에서 한 어머니가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살해하려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한 달 뒤인 3월, 경기 수원에서는 10대 자녀 두 명을 포함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반복되는 비극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아동은 23명에 달했다. 이는 아동학대로 사망한 전체 아동(44명)의 절반 이상(52.3%)에 해당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돼,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지난해 ‘들리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 웹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페이지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자녀 살해 후 자살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판결문 102건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돼 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 같은 사건으로 사망한 아동은 66명, 생존한 아동은 81명에 달했다. 피해 아동의 73%가 9세 이하였으며, 사건의 76%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위험한 장소로 변한 것이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개입해야 할 문제”라며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과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사망검토제 도입 ▲사건을 아동학대 관점에서 규정하고 체계적 통계 구축 ▲자살 요인을 반영한 예방 시스템 마련 ▲생존 아동 및 유가족 지원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정 총장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동의 존재를 먼저 고려하고, 경찰과 언론이 아이들의 생사와 위치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명확한 문제 인식이 있어야 대응과 예방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응 캠페인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를 통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캠페인 참여 방법 및 자세한 내용은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