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아동학대 예방의 날 캠페인
19~20일 청계광장에서 아동 작품 전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개인적인 비극이나 가정의 불가피한 결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동의 시선에서는 동의 없는 죽음이며,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정책과 사회적 관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자녀 살해 후 자살 대중 인식 개선 캠페인 전시 ‘들리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다. 19일과 20일 이틀간 서울시 중구 청계광장에서 해당 주제를 중심으로 아동의 그림 작품과 미디어 아트, 인터뷰 영상 등을 공개한다.
이번 캠페인은 만 9세~12세 아동 12명이 참여해 ‘내가 내일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오늘 나를 어떻게 표현할까?’를 주제로 현재의 느낌, 꿈, 희망 등을 나눈 뒤 ‘내가 내일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어른들이 무엇을 해주면 좋겠는지’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 미디어 아트로 제작됐다.
아이들은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것 같지만,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가족, 친구들과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이유를 모르는데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나쁜 감정이 생길 것 같아요. 가족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계속하고 싶거든요”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전시 첫날인 19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참가 아동이 직접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 시간이 마련된다. 또 전시와 함께 지난 10년간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로 사망하거나 생존한 147명의 아동을 기억하며 14.7km를 달리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이와 더불어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판결문 102건의 기록을 ‘들리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 웹페이지로 구성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자녀 살해 후 자살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사건 102건을 분석해 피해 아동 147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피해 아동에는 피의자가 사망해 기록조차 남지 않은 아동의 죽음을 제외하고 부모에 의해 사망한 경우, 미수에 그쳐 살아남은 경우, 부모에 의해 형제자매가 피해를 당하는 상황을 목격한 경우 등이 포함됐다.
102건의 판결문 속 사망 아동 66명, 생존 아동 81명의 이야기를 사건 당시 아동의 시선에서 각색해 풀어냈다. 전체 피해아동의 73%는 9살 이하였으며, 76%의 사건이 집에서 발생했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한부모, 장애아동, 다문화 가정의 아동은 44%였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사건 속 아동들은 모두 살고자 했지만, 그 손을 놓아버린 것은 부모였고, 구조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라며, 자녀 살해 후 자살을 막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중 52.3%가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9명 증가한 수치다. 10년 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지만, 극단적 사건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반복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아동 사망검토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관계자는 “정신건강, 가정폭력, 경제적 위기 등 사건의 주요 요인을 아동의 위기 신호로 인식하고, 고위험군 가정을 조기에 발굴해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캠페인을 통해 시민 서명을 받고 있으며, 11월 19일 기준 서명 참여자는 1만942명이다. 서명은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내 캠페인 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