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기업의 남성 직원 수가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 주요 30개 대기업의 1999년과 2019년 남녀 성비·평균보수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국내 30대 기업 직원 54만5087명 가운데 남성은 43만6210명(80.0%), 여성은 10만8877명(20.0%)으로 나타났다. 20년 전인 1999년과 비교하면 남성 비율은 84.9%에서 4.9%포인트 줄었고, 여성 비율은 15.1%에서 20.0%로 늘었다.
이 시기 30대 기업 직원 수는 1999년 37만362명에서 2019년 54만5087명으로 17만4725명(47.2%) 증가했다. 이를 성비로 따져보면 남성은 31만4765명에서 43만6210명으로 12만1445명(38.6%), 여성은 5만5597명에서 10만8877명으로 5만3280명(95.8%) 증가했다. 고용 증가율만 보면 여성이 2배 이상 높지만, 전체 직원 수로 보면 여전히 남성 직원이 압도적이다. 한국CXO연구소는 “여성 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남성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불균형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30대 기업 중 20년간 여성 직원을 1000명 이상 늘린 기업은 ▲삼성전자 ▲롯데쇼핑 ▲대한항공 ▲한국전력 ▲LG디스플레이 ▲아시아나항공 등 9곳으로 조사됐다. 반면 KT의 여성 직원 수는 1999년 8355명에서 2019년 4080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는 888명, 현대건설은 494명 여성 직원이 감소했다. 여성 직원 비율로 보면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34.6%에서 2019년 16.1%로 감소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여성 직원 비율이 각각 28.9%에서 20.8%, 42.7%에서 36.3%로 줄었다.
여성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로 1999년 2.3%에서 2019년 20.9%로 18.6%포인트나 급증했다. 대한항공 역시 16.7%포인트(25.6%→42.3%), HMM 14.2%포인트(7.1%→21.3%), 롯데케미칼 10.8%포인트(2%→12.8%), DL 10.4%포인트(2.4%→12.8%) 수준으로 여성 인력 비중을 확대했다.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여성 고용 비율이 절반을 넘은 기업은 롯데쇼핑(68.8%)과 아시아나항공(52.7%) 등 두 곳에 불과했다.
남녀 보수 격차는 20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을 100%라고 했을 때, 여성 직원의 급여 수준은 1999년 65.8%에서 2019년 66.7%로 0.9%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에쓰오일의 경우 100%로 가장 높았고, 한전 99.3%, SK하이닉스 98.4%, LG디스플레이 96.4%, 기아 95.1%, 삼성전자 93.7%, 대한항공 93% 순으로 나타났다. CXO연구소는 “3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기업 10곳의 여성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평균 94%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