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시대, 코로나 이후의 사회 흐름을 진단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하 미래지식포럼)이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주제로 여섯 가지의 주제 강연이 차례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22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네이버TV 생중계로 강연을 지켜봤다. 이날 ‘연결’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을 차례로 전한다.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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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교수 ② “진심이 드러나는 시대가 온다” -허태균 교수 ③ “범죄를 이기는 연결의 힘” -박미랑 교수 ④ “잉여와 결핍의 연결” -정석 교수 ⑤ “AI는 인간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혜연 교수 ⑥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시간” -장대익 교수 |
‘2021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포럼’ 네 번째 연사로 나선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에서는 주택과 일자리가 부족한 결핍이 이어지고 지방에서는 빈집이 남아도는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연결을 통해 수도권 결핍과 지방 잉여의 간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정석 교수는 도시를 사물이 아닌 생명체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머리만 있는 생명체가 살 수 없듯, 수도권만 비대한 국토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도시는 마을과 지역, 국토로 확장된다”라며 “현재 우리 국토의 머리, 즉 수도권은 너무 크지만 손끝과 발끝에 비유되는 지방은 피가 돌지 않아 괴사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도시를 재생하는 것은 아픈 몸을 되살리는 것과 같다”라며 “도시 재생을 ‘삶터 되살림’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의식 안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석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에서 이어졌던 개발 중심의 도시 계획은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신도시 건설은 과거 단기간에 많은 인구를 포용하기에는 적합했습니다. 그런데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지요. 현재 저성장시대에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대규모 개발을 하면 다른 지역이 텅텅 비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개발에서 재생으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크게 크게, 신개발, 재개발을 중시하던 개발시대방식에서 작게 작게, 고치고, 채우기를 중시하는 재생시대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 교수에 따르면, 국토의 에너지가 수도권으로 쏠린 문제는 ‘연결’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날 정 교수는 “작은 것들이 연결돼 큰 변화를 만들었던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면서 “사람들이 마을에서 관계망과 공유공간을 일구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주택은 임대주택의 연결로 일궈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 곳곳에 있는 빈집을 고쳐 쓰는 방안, 공간과 물건을 함께 나누어 쓰는 공유사업, 여러 건물을 연결해 숙박과 서비스 시설을 갖추는 마을호텔 등도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정석 교수는 브라질 꾸리찌바 시장인 자이메 레르네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도시의 시설과 장소는 늘 다채롭게 이용돼야 하며, 재사용과 재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연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