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Cover Story] 하루 1100개의 셔츠 만들다 다친 소녀… 가족을 위해선 다시 그 공장에 가야 합니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참사 그 후]
아름다운가게·더나은미래 공동기획시리즈 <2> 당신의 옷은 떳떳합니까

“이제는 제발 시체만이라도 받고 싶어요. 죽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으니 떠날 수도 없고….”

나디아(여·50)씨가 손에 쥔 딸아이와 손녀딸 사진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서 10시간 정도 떨어진 디나스푸르 마을에 산다. 딸 크리스티안(여·20)씨는 한 달 전 붕괴한 라나플라자 뉴웨이브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했다. 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지도 벌써 한 달째. 딸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디아씨는 “한 살짜리 손녀를 앞으로 무슨 수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1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나플라자 사고 현장 옆 파란색 간이천막에는 끝도 없이 긴 줄이 있었다. 사람들의 손에는 앳된 얼굴을 한 소녀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딸들을 찾는 피해자 가족들이었다.

지난 5월 25일,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에서 가족들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피해자를 찾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에서 가족들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피해자를 찾고 있다.

◇ 희생자는 어린 여성들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라나플라자’ 참사 현장에서 희생된 이 대부분은 어린 여성, ‘여공’들이다. 방글라데시는 의류공장이 4500개 있고, 350만명이 고용돼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 부사장 아짐 무하마드씨는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80%는 교육률이 낮은 빈곤 계층 여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장에 의류를 하도급했던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자라(ZARA)’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375억달러로 세계 5위 부자,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의 스테판 페르손 소장은 260억달러로 세계 8위 부자다(2012년). 제조·유통 일괄형(SPA) 의류 산업의 글로벌 1위 브랜드인 H&M은 2006~2010년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23.2%로, 애플(21.7%)을 능가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여공들은 이런 성장의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라나플라자 부상자들이 모여 있는 다카 대학병원. 앳된 얼굴의 소녀들이 침대 30개에 누워 있었다. 로지나(여·23)씨는 “네 살 된 딸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걸을 수 있게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동안 의류 공장에서 일한 그녀는 기둥이 허리를 찌르는 바람에 척추를 다쳤다. 재봉사로 하루에 셔츠와 바지를 1100개 만들었다는 로지나씨가 받은 월급은 5000다카(7만2000원). 늦게까지 야근을 하면 7000~8000다카를 받았다.

“동료 대부분이 어린 여성들이에요. 집세로만 평균 2500다카(3만5000원)가 지출되기 때문에, 남편 월급만으로는 자녀를 키울 수 없거든요. 여성들도 공장에 나갈 수밖에 없고, 저도 임신 7개월 때까지 일했어요.”

남편과 함께 지난 5년 동안 열심히 저축한 돈은 고작 2000다카(2만8000원)에 불과하다. 그녀는 “공장 매니저들은 힘이 약하고 다루기 쉬운 여성들을 선호하는 편”이라면서 “욕하고, 성희롱을 하는 일도 많았다”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성들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여성들도 앞으로 생계가 걱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생존자 카디자(여·19)씨는 “다시 의류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함께 일하던 동료 대부분이 죽거나 실종됐고, 건물이 무너지던 순간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현재 임신 3개월째인 그녀는 “학교도 안 다녔고 집도 가난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의류 공장 말고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인력거꾼으로 일하는 남편의 불안정한 수입에 비하면 그녀의 월급은 가족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피아시 카림 방글라데시 브락(Brac)대 경제사회학과 교수는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들이 죽거나 다쳐서 일을 못 하게 된 것은, 장기적으로 방글라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이들이 안심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샤바르 = 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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