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플라스틱세 내년 시행
佛, 재활용 안 되는 상품에 부가세
인니 주요 도시선 비닐봉지에 세금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플라스틱세(plastic tax)’ 도입이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27곳에 플라스틱세를 도입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2021년 시행되는 EU 플라스틱세는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부과되는 세금은 1㎏당 0.8유로(약 1000원). EU 집행위원회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이 현재 수준일 경우 내년에 66억유로(약 8조8800억원)의 추가 세수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치로는 프랑스가 13억유로(약 1조7400억원)로 가장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유럽 각국에서도 자체적으로 플라스틱세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기업에 1㎏당 0.45유로(약 600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과세 대상 품목에는 플라스틱병, 폴리에틸렌 비닐봉지, 세제 용기, 가전제품 비닐 포장 등이 포함됐다. 영국과 스페인 역시 플라스틱세 도입을 결정했고, 현재 세율과 대상 품목을 조율 중이다.
상품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플라스틱세를 부담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한 상품에 최대 10%의 부가세를 붙이고 있다. 환경을 해치는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의도다.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주요 도시 22곳에서 비닐봉지 한 장당 200루피아(약 17원)를 부과하는 방식의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수개월 만에 사용량이 25% 급감하는 효과를 거두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페트병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17년 10월 유엔 해양정상회의 자리에서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당시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플라스틱금지법과 플라스틱세 도입을 제안하면서 “제조사에 대한 제재라기보다 소비자의 관심 촉구와 플라스틱 소비 습관을 전환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듬해 EU 차원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유럽 플라스틱 정책안’을 발표했고, 각국에서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와 세금 부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 단체들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세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14일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통해 국내 플라스틱세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했다. 2030세대 남녀 50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41.8%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27.9%로 나타났다.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0.3%였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담당자는 “플라스틱세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높은 의식 수준을 알 수 있다”며 “기업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는 게 우선이지만, 정치권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한 세금 부과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