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건 기자 6년 차 때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은 ‘선택’의 대상이었죠. “스마트폰이란 게 나왔다던데 쓸 거야? 말 거야?” 하는 식이었습니다. 자판이 없는 것도 어색하고 조작법 익히는 것도 귀찮아서 ‘안 쓴다’ 쪽에 손을 들었는데, 어느 기자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세상이 올 거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뒤처지고 도태될 것이니, 사용법이 다소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써야 한다.” 서너 살짜리 어린애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요즘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죠.
조선일보 공익 섹션 ‘더나은미래’가 이달로 9주년이 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살지 말지 고민했던 예전 기억이 문득 떠오른 건, 더나은미래의 역대 지면들을 살펴보며 비슷한 종류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공익에 대한 대중의 인식, 공익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 공익을 다루는 언론의 방식 등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초창기 발행된 더나은미래는 주로 기업 사회공헌이나 NPO(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려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도왔느냐’에 관한 이야기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커지고 모금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나눔, 기부, 국제구호개발 등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가 잔칫상처럼 푸짐하게 지면에 차려집니다.
이후 본격적인 ‘소셜(Social)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부나 기업, 소수의 리더가 주도하던 공익의 판이 시민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더나은미래의 내용과 관점도 확 달라지죠. ‘얼마나 많이 도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가들, 환경·난민·동물·젠더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무소속 시민 활동가, 윤리적 소비와 가치 소비를 즐기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요즘 저희 지면의 주인공들입니다.
지난 9년간 더나은미래는 ‘선택’ 대상이었습니다. “공익? 관심 없는데?” 하며 덮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스마트폰이라는 신문물이 놀라운 속도로 보편화된 것처럼, 전문 분야로 여겨졌던 공익의 영역이 우리 삶을 지배할 날이 머지않아 옵니다. 모든 사람이 활동가가 되고, 모든 기업이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를 향해 달려가는 이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더나은미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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