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단법인의 새로운 의사결정기구 : 평의원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이 2008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공익법인제도 중에서, 가장 큰 변화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재단법인의 ‘평의원회’ 제도를 소개한다. 일본이 재단법인 제도에서 평의원회 제도를 의무화한 것은, 재단법인의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투명성 및 재단 운영의 건전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2018년 12월 개정법의 시행에 따라, 일본의 재단법인은 최소한 3인 이상의 평의원, 3인 이상의 이사, 및 1인 이상의 감사로 임원을 구성하여야 한다. 이는 법령상의 최소한 인원이며, 실제로는 각 재단법인의 정관에 따라 최소한의 임원수보다는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비영리법인의 법인형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으로 나눈다. 그리고 전자는 의결기구 내지 집행기구로서 사원총회가 있는 반면, 후자는 사원총회 없이 이사회만 있었다.
사실 2008년 새로운 공익법인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주무관청의 지도감독이나 당해 재단법인의 임의판단에 따라 평의원회라는 임의기구를 가진 재단법인이 있었고, 이 평의원회는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하는 선임기관의 역할과 기타 그 재단법인의 중요사안에 관한 자문기관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평의원은 이사회에서 선임되도록 하였었다.
하지만 2008년 12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공익법인제도에서는 모든 재단법인이 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었고, 평의원회가 사단법인의 사원총회와 비슷하게, 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아니라, 집행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각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사회는 분기에 1회 이상 개최하여, 대표이사(또는 이사장)이 직무집행상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정관에 의해 이사회 개최를 년 2회 이상으로 완화할 수 있게 하였다.
한편, 평의원회는 재단법인 운영에 관한 기본정책을 수립하고, 사후 법인운용을 감독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사·감사·회계감사인의 선임 또는 해임, 이사·감사의 보수의 결정, 결산서류의 승인, 정관의 변경, 일부 사업의 양도, 합병의 승인, 이사 등의 법인에 대한 책임의 일부 면제 등은 반드시 평의원회에서 정하도록 한다.
또한, 정기 평의원회는 매 결산기 종료 후 반드시 개최하며, 임시평의원회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열도록 하고 있다. 이를 보면, 평의원회는 사단법인의 사원총회 내지 영리법인의 하나인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비영리 공익법인의 지배구조 및 임원의 권한과 책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주식회사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였다.
평의원회의 구성원이 되는 평의원 선임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각 재단법인의 정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의원회의 결의에 따라 선임하는 정관규정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외부조직 또는 외부인이 선임하도록 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한편, 평의원회는 이사 등을 감독하는 입장에 있는 관계로, 당해 재단법인의 이사회 또는 이사가 평의원을 선임할 수 없고, 평의원은 그 재단법인의 이사·감사·또는 사용인, 기타 당해 재단법인의 자회사의 이사·감사·사용인도 평의원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재단법인의 평의원회 제도는, 일본의 사립학교법에서 종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던, 학교법인의 평의원회 제도와 약간 다르다. 즉, 학교법인의 평의원회는 교수, 직원 또는 졸업생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하여, 이사 수의 2배를 넘는 평의원으로 구성해야한다. 또한, 교육법에 따라 반드시 설치하여야 하는 필수기관이지만, 의결기관이 아니라 자문기관의 성격을 가진다. 의료법에 의한 의료법인에도 평의원회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소개는 생략한다.
한편, 일본의 사회복지법인들도 일본 사회복지법 개정에 따라 2017년 4월 1일 이후부터는 일반 사단법인과 유사한 평의원회를 반드시 설치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의 평의원의 자격은 ‘사회복지법인의 적정한 운영에 필요한 식견을 가진 자’로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민대표자 및 민생위원·아동위원, 지역사회 복지협의회 임원, 자원봉사자 등 그 사회복지법인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복지 수요를 파악하거나, 사회복지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자들을 말한다. 2016년 관련법령이 국회에서 제정된 이래, 2017년 3월까지 일본의 사회복지법인의 화두는 새로운 평의원회 제도를 어떻게 도입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사회환경이나 제도 운영이 유사한 우리나라의 재단법인 및 사회복지법인에도, 일본의 평의원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는 재단법인의 무보수 비상근 감사로 근무하면서, 재단 이사들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다가, 이사회 결의로 해임당한 후, 그 해임결의의 취소를 위하여, 3년간 법정투쟁을 한 경험이 있다.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도 재단법인의 이사회를 견제할 내부기관이 반드시 설치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배원기 교수는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에서 32년간 회계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15여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4~5곳의 비상근 감사직을 맡으면서 공익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제정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 '비영리법인(NPO)의 회계와 세무'라는 책을 펴냈고, 홍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법인의 회계와 세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 세무그룹의 고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