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⑧] 비영리법인에 실질 소유자가 있을까?

기본재산제도 A to Z (3)

국내에서는 비영리 조직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한 회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영리법인에 맞춰진 회계 방식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비영리 회계 용어다.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는 차변(왼쪽)에 자산, 대변(오른쪽)에 부채와 자본을 표시하는데, 이는 ‘자산=부채+자본’이라는 회계등식에 따른 것이다. 이 회계등식은 ‘자산-부채=자본’으로 변경될 수 있다. 그런데 비영리 단체에는 지분권이나 잔여청구권이 없어서 자본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 때문에 ‘자본’을 ‘순자산’으로 바꿔 ‘자산-부채=순자산’이라는 등식을 사용한다. 영리기업과 구분하기 위해 자산과 부채의 차액개념으로 순자산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지난해 한국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한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이나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한 공익법인회계기준에서도 자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순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용어를 채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순자산이라는 용어 외에 ‘자산·부채차액’, 즉 자산과 부채의 차액에 불과하다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내 대형 비영리 단체들은 어떨까? 이들의 지난해 재무보고서를 살펴보면,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에 자산, 부채, 자본으로 구분해 표시하고 있다. 순자산이라는 용어는 아직 사용하지 않는 상황. 월드비전, 굿네이버스인터내셔널, 통일과나눔 등은 영리기업과 유사하게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의 용어를 쓰고 있는데, 앞으로 비영리조직 회계기준/공익법인회계기준에 따라 ‘기본순자산’ 또는 ‘보통순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익법인회계기준에도 비영리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순자산의 회계 처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기부금 등이 기본순자산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기본순자산의 증가로 인식한다’라고 하는 규정이다. 공익법인회계기준상 ‘기본순자산’이란 영구적 제약이 있는 순자산을 말한다. ‘영구적 제약’이란 법령이나 정관 등에 의해 사용이나 처분 시 주무관청 등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를 뜻한다. 결국 기본순재산이란 법령에 의한 ‘기본재산’을 말한다. 이처럼 기본재산의 출연을 운영성과표에서 사업수익으로 표시하지 않고, 바로 재무상태표의 기본순자산의 증가로 표시한다는 것은 영리기업이 자본금 출자를 재무상태표의 자본으로 계상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떤 면에서는 출연자에게 지분권이나 운영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비영리 단체에 기본재산을 출연한 사람이 영리기업에 자본금을 출자한 주주와 유사하게 비영리단체의 소유권을 지지하는 회계 처리로 보여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미국의 비영리회계기준이나 일본의 공익법인회계기준에서는 기본재산의 출연도 사용 용도 제한이 없는 기부금이나 출연금과 유사하게 운영성과표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단 운영성과표에 표시한 후에 재무상태표에도 올리는 식이다. 이는 기본재산출연자가 재단법인의 소유권과 운영권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회계처리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비영리 단체에서 기본재산의 출연에 관한 회계를 영리기업과 유사하게 하는 건 국내 비영리 회계의 연구가 부족한 탓이다. 국내 일부 학교법인,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의 출연자가 마치 법인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례가 종종 보이는데, 이런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도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기본순자산의 회계처리에 관한 규정은 빨리 고쳐져야 한다.

한편, 회계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의한 ‘실제 소유자(Beneficial Owner)’란 용어가 법에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비영리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Beneficial Owner’라는 말은 ‘수익적 소유자’로 고쳐 써야 맞다. 비영리 단체를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자는 ▲계좌를 개설하거나 ▲2000만원 이상 일회성 금융 거래시 ▲자금세탁의 우려 등에 한해 해당 법률에 따라 금융기관에 ‘실제 소유자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법률은 자금세탁방지 국제기준에 맞춰 마련됐다. 외국에서는 비영리단체를 이용한 불법 거래가 많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금융거래에서 Beneficial Owner가 누구인지를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서 실제 소유자는 ‘그 단체를 최종적으로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자’로 정하고 있고, 실제 소유자를 판정하는 방법은 3가지 단계로 나눠 판단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비영리 단체에도 실제소유자가 있는 것처럼 충분히 오해받을만 하다.  실제 소유자라는 개념이 없는 비영리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용어 선택이 필요하지 않을까?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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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원기 교수는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에서 32년간 회계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15여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4~5곳의 비상근 감사직을 맡으면서 공익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제정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 '비영리법인(NPO)의 회계와 세무'라는 책을 펴냈고, 홍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법인의 회계와 세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 세무그룹의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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