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지 5주년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출자금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 운영(1인 1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경제 조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로 누구나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 수는 1만 2388개(2017년 12월 1일 기준). 약 12만 여명의 시민들이 1600여 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기획재정부 협동조합 2014년 통계를 바탕으로 2016년 11월 말 기준으로 추계함).
1만2388개 협동조합, 사업운영률 55.5%.. 매출 발생한 조합은 3.18%
설립된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기획재정부가 2년마다 실시하는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의하면 사업운영률은 55.5%에 이르며, 매출이 발생한 조합은 31.8%로 낮게 나타났다.(2015년 기준). 사업자 등록 후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업모델 미비(27.2%), 조합원 미충족(14.6%), 사업운영자금 부족(14.3%) 순으로 응답했다. 현장에서는 “이젠 협동조합 설립 촉진보다는 운영 내실화에 정책적 초점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윤호중, 박광온, 김경수 의원 공동주관으로 개최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5년 평가와 향후 혁신과제’ 토론회에서 장종익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는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체 협동조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 협동조합’과 ‘프리랜서 협동조합’에 주목해야한다”면서 “기획재정부 업무지침에 의해 분류된 협동조합 유형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발제했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반영해 협동조합을 분류하고, 이에 맞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자 협동조합… ‘소상공인 협동조합’과 ‘프리랜서 협동조합’에 주목해야
장종익 교수는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실태조사 데이터에서 서울시 데이터를 추출해 ▲소상공인 협동조합(40%) ▲프리랜서 협동조합(26.9%) ▲직원 협동조합(1.9%) ▲지역공동체 증진형 협동조합(20%) ▲사회적협동조합(11.7%) 등 5가지로 유형을 재분류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은 “사업자·소비자·직원·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등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따른 유형분류는 현장의 실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협동조합의 결성 주체 및 조직 목적 등으로 유형을 재구분하는 시각은 의미가 있다”며 의견을 보탰다.
협동조합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 부처 간 역할 조정의 문제도 있다. 현재 사회적 경제 관련 제도와 정책은 협동조합(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등 부처별로 분산돼있다.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통합적인 정책환경 및 정부 부처 간 체계적 역할분담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협동조합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되, 부처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에 근거해 사업영역을 관장하는 부처가 실제 사업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방향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태양광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은 산업자원통상부가 통합적 정책을 수립하고, 프리랜서 협동조합은 고용노동부가, 돌봄 및 의료협동조합은 보건복지부에서 정책을 활성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로 1만개가 넘는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시민사회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다만 한국의 협동조합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분류기준에 따른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발전계획을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