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NPO지원센터 3주년 성과토론회를 가다
1576개 단체. 지난 3년간 ‘서울시NPO지원센터’(이하 센터) 협업공간을 거쳐간 곳들이다. 6만6000명.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관공간을 이용한 사람들이다. 2만여회. 홈페이지에 제공되는 공익활동 자료 1200여건의 조회수다.
서울시NPO지원센터가 벌써 3년을 맞았다. 2013년 11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시민사회 중간지원조직으로 출발, NPO(비영리조직) 역량 강화와 생태계 활성화를 이룰 마중물 역할을 해온 센터가 어느덧 제2막을 맞이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센터는 ‘서울시NPO지원센터 2기를 열며―잘하고, 자라다’라는 이름의 3주년 성과토론회를 개최했다. 1층에 위치한 공유공간 ‘품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140여명의 NGO, NPO 구성원와 활동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NPO지원 3주년…이제 진짜 ‘변화’를 만들 때
“2기의 핵심 슬로건은 ‘마중물 지원에서 변화를 만드는 지원으로’ 입니다. 지금까지 센터가 조직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왔다면, 앞으로는 운영방식과 사업방식에 대한 보다 혁신적인 실험을 적극 지원하려 합니다.”
정선애 서울시NPO지원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정 센터장은 “그간 서울시NPO지원센터를 다녀간 단체들이 서울시에 등록된 단체 중 79%이며, 이는 중앙 등록 단체를 합해도 47.5%나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3년, 센터가 이뤄낸 성과는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진 건, ‘NPO 조직운영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조직진단컨설팅,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지원뿐 아니라, 신입활동가 교육, 회계전문가부터 194개 협력기관까지 NPO와 타 영역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NPO가 강해지기 위해선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센터는 지난 3년간 다양한 시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활동비와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미트쉐어(Meet share)’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모임은 472개, 참여자 수는 3400여명에 달했다.
홈페이지에는 1239건의 공익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30년 시민활동 역사를 아카이빙했다. 8회의 정책포럼과, 활동포럼 개최로 취합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실제 문재인 정부의 시민사회, 시민성장 공약에 반영되기도 했다. 3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직원 8명에 기본자본 10억 규모로 시작한 센터는 설립 3년만에 약 두배 이상 규모의 성장을 거뒀다. 올해 사업신뢰도 및 브랜드 신뢰도 조사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4.38점(5점 만점)도 기록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센터의 2기 슬로건과 함께 2017년 ‘4대 핵심 목표’도 공개됐다. ‘NPO 조직운영의 건강한 문화 확산’, ‘새로운 공익활동 주체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 조성’, ‘NPO가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의 다각화’, ‘사회변화를 위한 NPO 활동의 혁신을 지원’ 등이 그것이다. 정 센터장은 “(센터가)1기에 단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했다면 2기에는 사회 변화를 위한 혁신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과 더욱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신원철 서울시 의원, 정현백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 등 참석한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일련 사건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고장난 데에는 깨어있는 시민 조직, 즉 민간분야가 허약했기 때문도 있다”며 “시민사회가 정부, 시장과 더불어 거의 똑같은 정도의 규모와 크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시장은 “국내의 NGO, NPO가 우거진 ‘숲’이 될 정도로 많아져 온 국민이 적어도 시민단체 한 개 이상에 소속돼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정현백 이사장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지역 내 새로운 사업을 벤치마킹하는 역할을 할뿐 아니라, 전국 NPO지원센터를 연결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데서도 실무적 역할을 맡고있다”며 “이제는 센터가 중간지원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센터는 ‘믿을 구석’…비영리 생태계에 봄바람 불어 넣는 중간조직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협동의 맛이 ‘꿀맛’이란걸 알게 됐죠.”
이재현 NPO스쿨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2부는 실제 센터를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첫번째 발표는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이 맡았다.
정 사무국장은 “센터의 방식은 ‘하고 싶으면 해보라’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를 찾아 이야기해보라’는 식”이라며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단체와 일하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새로운 경험 속에서 협력하는 기쁨, 협동의 맛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국장은 “센터를 만나고 후원금이나 회원수 같은 한 치 앞의 것들이 아닌, 5년, 10년 후의 우리 단체의 모습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며 “2기에는 보다 ‘문턱 낮은 센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도 밝혔다.
비영리단체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돕는 알트랩(Alt.Lab)의 이효정 수석연구원은 3년간 비영리단체 지속가능보고서 지원사업을 하면서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일방적인 컨설팅이 아닌 함께 고민을 나누는 조언적인 관계(advisory engagement)를 형성하며 다함께 공존할 수 있는 NPO 생태계를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승희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 간사는 센터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곳’으로 정의했다. ‘활력신공’, ‘미트쉐어(Meet share)’ 등 센터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본 노 간사는 “센터를 통해 스스로 조직 내에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다”며 “센터를 ‘믿을 구석’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것에 겁 없이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연결, 협력, 제도 개선…센터 2기에 바란다
행사의 마지막은 참가한 NPO, NGO 관계자 및 활동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대화의 장으로 마무리됐다. 2부 시작 전, 참가자들은 센터의 4대 핵심 목표로 구분된 테이블에 각각 나눠 앉았다. 이들은 이재현 대표의 진행에 따라 O와 X가 그려진 엽서 키트를 들어 의견을 표하고, 센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자유롭게 공유했다. 다음은 대화 시간에 나온 제언들 중 일부다.
이날 행사 전반을 준비한 이재현 NPO스쿨 대표는 “비영리 조직의 실체적 운영이 지금까지는 총회나 이사회에서의 부결 등 형식주의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처럼 실질적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조직이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2기를 시작한 서울시NPO지원센터가 만들어갈 미래 비영리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박원순 시장의 이날 축사처럼, 제3섹터가 울창한 ‘숲’을 이루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