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⑤] 미세먼지 손해배상하라…韓·中 정부에 최초로 소송 제기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⑤]

韓·中 정부에 최초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

환경 이슈 중심에서 사회를 바꾸는 남자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인터뷰 

“이 사건 만큼은 커져야함. (Star****)”

“난 우리 정부가 직접 중국에 항의하는 줄 알았다, 젠장. 항상 이 나라는 국민이 셀프로 모든 국가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나라. 정부는 왜 월급 받나 몰라. (tomb****)”

“저도 이 소송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judi****)” 

지난 5일 식목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기사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기사에 큼직하게 실린 사진 속엔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장을 접수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환경운동의 ‘대부(代父)’ 최열(68) 환경재단 대표였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를 한국 및 중국 정부에 묻는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최 대표는 안경재 변호사,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곽현 우원식 국회의원 수석보좌관, 기관지염·폐렴 등을 앓는 주부 3명 등 총 7명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명당 300만원씩 총 2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였다. 한국의 환경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변화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꿔가는 최 대표에게 미세먼지 해법을 물었다.

◇ 韓·中 정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최초 제기, 최열 환경재단 대표 

지난 5일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소장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나은미래
지난 5일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소장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나은미래

성인이 하루에 숨쉬는 공기의 양은 어느 정도 일까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최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하는 중요한 정보이자,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무려 1만 리터(ℓ)입니다. 20리터 생수통 500개의 양이죠. 무게로 따지면 약 13킬로(㎏)의 공기를 매일 마십니다. 음식이 없어도 물만 있다면 한 달은 살 수 있지만, 공기는 달라요. 코와 입을 막고 3분만 있으면 숨을 못쉬잖아요. 공기가 안좋다고 자각할 때쯤엔 이미 엄청나게 나빠진 것입니다.”

최 대표는 40년 넘게 환경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1985년 한국판 ‘이타이이타이병(중금속 카드뮴 중독)‘으로 불리는 ‘온산병 사태’를 대대적으로 알려, 정부가 주민 3만명의 집단이주를 시키도록 했고, 두산전자 공장이 페놀 30t을 낙동강 상수원으로 흘려보냈을 땐 OB맥주 불매운동을 벌여 그 해 매출 1000억원을 줄였다. 이번 소송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 한국,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최초의 소송이다.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는 보장도 없이 왜 싸움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 않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여론이 형성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미세먼지 심각성을 알리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 전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양국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참여 의지가 생긴다면 1차 성공이다. 정부가 못한다면 국민이 나서야하지 않나. 실제로 1930~40년대에도 미국과 캐나다 접경 지역에서 있었던 제련소를 둘러싸고 소송이 제기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트레일 지역의 제련소가 아황사캐나다 접경지대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아황산가스가 배출돼 미국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42만 달러의 배상을 받아냈다. 국민의 관심이 사회 문제를 바꿀 수 있다.”

– 소송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우리 집이 언덕 위에 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요즘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옇다. 얼마 전 서강대에서 강의를 하는데, 건장한 대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아침부터 콜록콜록 기침을 하더라. 보름간 목이 계속 붓고 아팠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대다수가 그런 증상을 호소했다.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에 심각성을 알리자, 안경재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4월 5일 식목일에 소송을 제기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마침 4월 1일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함께하던 김성환 전 농림부장관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며 뜻을 함께 했다. 주부 3명은 내 페이스북 글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모두 본인 또는 자녀가 기관지염, 폐렴, 비염, 중이염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 소송을 제기한 이후 한국과 중국의 반응이 궁금하다.  

“대중들의 반응이 뜨겁다. 미세먼지 소송단 100명을 목표로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는데, 벌써 50명을 넘어섰고 후원금을 전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중국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소송 제기 다음날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신보는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국민의 95%가 ‘중국의 미세먼지로 한국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금껏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이 낮았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소송과 동시에 미세먼지 소송모임이란 온라인 카페도 개설했다. 많은 분들이 카페에 가입해서 자신의 생각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남기고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미세먼지 인식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환경재단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미세먼지 인식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환경재단

최 대표는 지난 2015 12월, 베이징의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직접 천안문 앞에 섰다. 흑연가루를 얼굴부터 온몸에 바른 뒤 ‘석탄 그만’이란 피켓을 들었다. 지나가던 중국 시민들의 집중 관심을 받았지만, 중국 경찰이 출동해 관련 사진을 전부 수거해갔단다. 2000년부터는 미세먼지 예방을 위해 중국에 직접 가서 나무를 심었다.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최 대표는 그것이 ‘시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가 핵심, 미세먼지 해결 위한 우리의 역할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나 학계 모두 뚜렷하게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최 대표는 ‘기후변화’ 이슈에 더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 사태의 원인이 무엇일까요? 지난 6년간 시리아에 비가 안왔어요. 2300만 인구가 사는 나라에 비가 오질 않으니 밀농사를 망쳤고, 이에 농촌 사람들이 대거 도시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전부 도시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교 분쟁으로 인한 내전이 발생했고, IS가 나타났습니다. ‘굶어 죽고 전쟁 때문에 죽느니, IS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었죠.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재스민 혁명’도 기후변화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대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났고, 그 해 1억톤을 생산하던 밀이 6000만톤으로 급감합니다. 수출이 줄어드는데 정치적 탄압이 가해지니 폭동이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온난화라고 하면 전세계가 똑같이 더워진다고 생각해요. 아닙니다. 추운 지방은 더 추워지고, 더운 지방은 더 더워집니다. 비가 많이 오던 곳은 더 많이, 안오던 곳은 덜 오게 되죠. 해류의 이동도 바뀝니다. 영국은 멕시코 난류의 영향을 받아서, 위도가 높은데도 날씨가 따뜻합니다. 기후변화는 미세먼지 문제를 넘어선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핵심 어젠다입니다.” 

– 그렇다면, 미세먼지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측정이 안된다는 점이다. 대기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석탄화력발전소, 제철소, 시멘트회사 등이다. 실제로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통계의 40%를 넘어선다. 집계되지 않는 공장, 개별 난방 등도 많다. 4차 산업혁명에 그 해답이 있다. 한국,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포집해야한다. 석탄화력발전소뿐 아니라 디젤차, 중형차, 건설장비, 제철소, 시멘트 회사 등 관련된 모든 업종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한다. 이명박 정부가 ‘클린 디젤’ 정책을 폈는데, 디젤은 연소가 되면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 1급 발암물질이 된 것이다. 게다가 디젤차에 매기던 환경부담금을 없애다보니, 연비 좋고 연료값 저렴한 디젤차가 인기를 끈 것이다. 다각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해야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동참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가급적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집에 태양광을 달아보자. 그것만으로도 대기 오염 물질이 상당히 줄어든다. 나무를 심는 것도 추천한다. 환경재단은 방글라데시 뱅골만 지역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번 나무심기 행사엔 3000그루를 심는데 학생 1000명이 왔다. 한 그루 심는 비용이 2000원이다. 2000원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는 귀중한 참여를 할 수 있다. 미세먼지 소송에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소송 비용은 총 10만원이다. 한 명당 300만원씩 손해배상을 받도록 소송을 제기하는데, 소송에 이기면 이 비용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사용된다.”

방글라데시 학생이 미세먼지 예방을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모습. ⓒ환경재단
방글라데시 학생이 미세먼지 예방을 위해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모습. ⓒ환경재단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샴푸 대신 비누를 사용한다는 최 대표는 “5월엔 후원자들과 함께 당진 화력발전소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여론을 만들고 정부와 기업을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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