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주목! 임팩트 비즈니스] 전국 수유실 위치를 한 곳에서 확인하세요, 위드마이베이비

“사촌 언니와 공원에 놀러갔는데, 조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려서 당황했어요. 언니가 젖이라도 물리면 좀 나을까 싶어 인근 수유실을 찾았는데 정보가 없더라고요.”

대학생이었던 안주형(28)씨. 사촌 언니 덕분에, 엄마들이 수유실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기 엄마들이 백화점을 약속 장소로 선호하는 이유도 수유실 영향이 컸다. “엄마가 되고나면, 활동 공간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공원에 가도 제대로 갖춰진 수유실이 없어서 산책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백화점 산책’을 택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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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위드마이베이비 안주형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김경하 기자

창업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엄마가 됐을 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2014 삼성투모로우솔루션’ 공모전 문을 두드렸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선배였던 함종우(31)씨와 함께 본격적으로 어플을 만들어보겠다고 의기투합했다. 

먼저, 약 6개월간의 시간을 걸쳐 전국의 수유실 정보를 통합했다. 지하철, 백화점, 호텔, 음식점 등 곳곳에 산발적으로 수유실이 설치돼있었으나, 위치 기반으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던 것. 전자레인지, 정수기, 아기 침대 등 수유실 안에 구비된 물품, 정확한 위치, 운영 시간 등 진짜 살아있는 정보를 찾았다. 그렇게 전국 1200개 수유실 정보를 한 곳에 모았다. 과정도 쉽진 않았다. 

위드마이베이비 메인화면
위드마이베이비 웹사이트 메인 화면. 사진을 클릭하시면 홈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위드마이베이비 홈페이지

“엄마인 척 전화를 돌렸어요. 대학생이라고 말하면 제대로 응대도 안해줘요.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까칠하게 대답하기 일쑤죠. 카페에 앉아서 친구와 둘이서 돌아가면서 전화를 했는데, 콜센터 직원인 줄 알았어요. 정확하게 어느 관에 있냐, 수유실 안에 무엇이 있냐 등 꼬치꼬치 물었어요. 여자분들이 받으면 괜찮은데, 남자분들이 응대하면 ‘한 번도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수유실 빅데이터를 모으자, 엄마들에게 불편한 지점들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별 수유실 개수 편차도 컸고, 수유실이 없는 유명 관광지나 공원도 있었다. 그리고 설치된 수유실도 엄마친화적이라고 보기엔 위생상 문제가 있는 곳도 있었다. 안씨는 “수유실 데이터가 있는 웹페이지를 보고 ‘수유실 자문을 해줄 수 있느냐’고 의뢰가 왔다”면서 “여성친화도시 등 시대적인 요구는 커지는데, 아직 전문가도 없더라”고 말했다. 

안씨와 함씨는 지난해 5월, 법인 ‘위드마이베이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나섰다. 수유실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이나 공공장소에 엄마친화적인 수유실을 제작하기로 한 것. 단, 공공성을 가진 수유실 정보는 무료로 공개한다. 그렇게 위드마이베이비는 2016년 10월, 성남시 율동공원에 첫 수유실을 제작했다.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던 창고 안에 벽을 설치하고, 2평짜리 수유 공간과 기저귀 공간을 분리해서 조성했다. 이용률이 저조하단 이유로 없어졌던 수유실이었는데, 설치한 다음날 2명의 엄마가 새롭게 만들어진 수유실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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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율동공원에 조성된 수유실 사진. ⓒ위드마이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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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성남시 율동공원에 조성한 수유실 사진. ⓒ위드마이베이비

“수유할 때 엄마의 기분이나 상태가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생각해보면 당연한거죠.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합니다. 수유실 공간을 보면 백화점이 가장 잘 만들어져있어요. 수유실이 한 칸씩 나눠져있고, 가족 수유실 공간도 따로 있죠. 율동공원 수유실도 필요 없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단지, 제대로 만들어진 수유실이 없었던 것이었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안씨는 “육아 관련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이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됐어요. 엄마들의 니즈를 파악하니, 해결책을 고민하게 되거든요. 제가 엄마가 될 때쯤이면 우리 회사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위드마이베이비 안주형 대표와의 Q&A

 

Q. 창업을 고민하는 기업가들을 위해 구체적인 창업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A. 먼저 2014년 삼성투모로우솔루션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멘토링 과정에서는 삼성임직원 멘토로부터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 등 어플을 만드는데 도움을 받았다. 이후로는 지난해 4월, 성남시 사회적경제기업 창업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19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시드머니로 활용했다. 지금도 정자동 창업보육센터 공간을 지원받고 있다. 창업 아이템이 사회 문제와 연관이 있다보니,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작년 말에는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사)신나는조합에서 주관한 ‘2016년 여성가족형 예비사회적기업 활성화사업’에도 참여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고, 덕분에 사업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Q. 이미 수유실이 설치된 공공기관이나 기업들도 있다. 수유실 설치는 어떻게 진행되나. 
A. 공공기관에서는 보통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유실은 다른 공간을 만들거나, 리모델링할 때 묶어서 만든다. 대부분 인테리어 업체들이 수유실을 만드는데, 전문가가 없긴 없더라. 자문해달라고 연락왔을 때 처음엔 당황했었다(웃음). 그런데 경쟁 입찰로 사업자를 뽑게 되면, 인테리어 경력이 없는 우리는 참여하기가 어렵더라. 

Q. 성남시 율동공원에 수유실을 설치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A. 아무래도 공공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쉽진 않았다. 실무자분들과는 이야기가 잘 진행되도, 보고 과정에서 엎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처음에는 5년 전에 수유실이 있었는데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없앴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다만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커뮤니케이션했다.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도 설치했다. 또 하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서 수유실 공간을 짓겠다면서 설득했다. 공무원들 특성상 기존 공간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Q. 엄마와 아기에게 좋은 수유실은 어떤 공간인가.
A. 가장 중요한 것은 ‘간접조명’이다. 모유수유를 할 때, 아기들은 천장을 쳐다보게 된다. 직접적으로 불빛을 받으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 또 하나, 수유 공간과 기저귀 공간을 분리하면 좋다. 출입문을 따로 만들어주면, 엄마가 편안한 마음으로 수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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