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로 비행기가 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행기가 하늘을 날면 고소한 팝콘 냄새로 세상이 뒤덮일 것 같은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2011년, 옥수수로 만든 연료로 친환경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알래스카 항공사는 80%의 화석 연료와 20%의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친환경 비행기 75대가 항공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에너지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습니다.
화석 연료 고갈에 직면한 인류에게 세상을 구할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바이오 연료.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연료 사용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땅을 빼앗기는 사람들
“마을을 떠나지 않으면, 불을 지르겠다고 했어요. 저희를 내쫓기 위해 커다란 차를 몰고 밤낮으로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왜 우리가 쫓겨나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케냐에 사는 13살 모하메드 아브디(Mohamed Abdi)는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끝까지 마을을 지키던 427가구가 쫓겨난 뒤, 감바 만야타(Gamba Manyatta)마을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남은 것이라곤 뼈만 남은 앙상한 집들뿐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쫓겨 나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바이오 연료였습니다. 화석 연료와 달리 재생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은 보조금과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며 바이오 연료 산업의 성장을 독려했습니다. 이렇게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바이오 연료 산업은 무럭무럭 성장했고, 개발도상국의 드넓은 땅은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이는 옥수수, 사탕수수, 콩, 팜 농장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이 결과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사용되는 전 세계 농장을 합치면 우루과이 국가 면적에 달합니다. 감바 만야타 마을도 곧 사탕수수 농장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문제는 바이오 연료 농장이 커져가는 만큼 기업들에 땅을 뺏기는 농민들도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바이오 연료와 땅 뺏기(Land Grabbing)가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이유입니다.
바이오 연료=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연료라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연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해 숲을 태운다면, 오히려 사회나 자연환경에 해롭습니다.”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ransport and Environment)의 바이오 연료 담당자 조리 시보넨(Jori Sihvonen)씨는 바이오 연료가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바이오 연료용 농작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때문입니다. 기존 농경지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숲을 없앤 자리에 대형 농장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수 많은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숲보다 20배 이상의 탄소 저장 능력을 가지고 있는 습지가 사라지면서, 그 안에 있는 탄소가 무방비하게 바깥으로 방출되고 있습니다.
실례(實例)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팜유를 많이 생산하는 콜롬비아는 5년도 채 안돼서 팜 농장의 수가 두 배나 늘었으며, 유럽으로 수출하는 팜유 양도 세배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가로 50만 헥타르의 숲을 잃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도서 『바이오 연료 개발』에서는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숲이 바이오 연료용 농장으로 변하면서 방출하는 탄소가 바이오 연료로 감축하는 탄소 양보다 17-420배는 많을 거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바이오 연료 생산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해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면
2008년 3월 31일 코트디부아르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1,500명의 사람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외치며 거리로 뛰쳐 나왔습니다.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한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하루에 한 끼 먹는 것도 힘듭니다. 식품 가격이 말도 안되게 올라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어야 하며, 어떻게 학교에 보내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2007-2008년, 코트디부아르를 포함한 30여개 국가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식량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 시위의 원인은 바로 급등한 식량 가격이었습니다. 2007년 초부터 2008년 중반 동안 밀 가격은 80%이상, 옥수수 가격은 약 90% 가량 상승하면서, 국제적인 식량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세계개발운동기구(World Development Movement)에 따르면, 2007년에 만성적 영양실조로 고통받은 사람이 수가 7,500만 명 증가 했고, 2008년에는 4,000만 명이 더 늘어 났습니다. 갑자기 식량 가격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데, 그 당시 곡물의 수요를 증가시킨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 연료였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오 연료가 기아를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바이오 연료가 비판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식량을 태운다’는 사실입니다. 옥수수, 밀, 콩과 같은 작물은 생존에 꼭 필요한 식재료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재료들은 사람의 배가 아닌,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식량 위기가 일어 났을 당시에도, 사람들은 배고픔을 호소했지만, 농작물은 트럭에 실려 연료통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사회학자 장 지글러도 매년 유럽에서 소모하는 바이오 연료를 식량으로 바꾸면 1억 명의 사람을 먹일 수 있다고 말하며, 바이오 연료 사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빼앗긴 집을 되찾아 준 서명의 힘
바이오 연료는 과테말라 북서쪽에 위치한 폴로시크계곡(Polochic Valley)에 비극을 가져왔습니다. 해외 기업이 마을에 바이오 연료용 사탕수수 농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주민들을 내쫓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게 된 주민들은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거대 기업과 정부를 당해낼 수는 없었습니다. 집과 농작물은 불타고, 세 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769가구의 주민들은 2011년 마을을 모두 떠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된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이들의 억울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10만 명이 넘게 참여한 서명을 과테말라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시민 사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정부는 140가구에게 다시 땅을 되돌려 주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남은 529가구를 위해 기나긴 싸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태양으로 하늘을 날다
‘화석연료에 이어 바이오 연료까지 문제가 있다면, 도대체 어떤 연료를 사용해야 할까?’라고 의문을 던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태양열 비행기가 이 의문에 답을 해줄 수 있습니다. 2015년, 보잉 747비행기 보다 더 긴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양 날개에 1만 7천 개 이상의 태양광 전지를 가지고 있는 태양열 비행기 ‘솔라임펄스’가 세계일주를 성공하며, 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신호탄을 알렸습니다. 기름 한 방울 없이 23일 이상을 비행한 솔라임펄스는 낮 동안은 태양광 전지를 충전하며 29,000피트를 날고, 밤에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5,000피트를 상공 했습니다.
솔라임펄스는 상용화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조종사를 제외하면 승객도 한 명 밖에 탈 수 없으며, 속도도 일반 비행기의 1/7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솔라임펄스의 창립자이자 조종사인 버트랑 피카드(Bertrand Piccard)씨가 태양열 비행기의 개발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솔라임펄스는 재생에너지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솔라임펄스를 본 모든 전문가들은 정부나 기업에 친환경적인 기술에 대한 조언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바이오 연료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바이오 연료가 이렇게까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연료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입니다. 과정을 무시 한 채 결과만 놓고 보면 친환경 재생 에너지가 되고, 생산 과정을 생각하면 환경과 인간에 해로운 연료가 됩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라오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에 바이오 연료용 농작물을 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장의 규모를 합치면 경기도 면적의 3배에 달합니다.
바이오 연료 붐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바이오 연료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