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유니버스] 청년을 위한 기후 일자리는 어디에

기후 관련 공론장에 참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미래세대를 위한’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며 기후위기 대응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청년에게 이 말은 왜 공허하게 들릴까. 기후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대로 지목되면서도, 막상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청년은 주체가 아닌 ‘수혜자’나 ‘보호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의 가장 절박한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일자리’다. 경총이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39세 구직자 1000명 중 20.4%가 향후 5년간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분야로 ‘환경·에너지’를 꼽았다.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도 ‘청년 일자리’와 관련한 행사를 개최했을 당시 예상보다 신청자가 몰려 모집 인원을 추가로 늘려야 했다. 행사 당일 불참자도 거의 없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여전히 기후 분야로 진출하는 길목에서 헤매고 있을까.

기후 분야의 일자리 전망은 밝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파리협정 이행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850만 개의 일자리가 순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MIT 정치경제연구소와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경우 국내에서 2030년까지 최대 86만 개, 2050년까지 추가로 12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달리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세계 에너지 고용 보고서 2023’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8%가 숙련 인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40% 이상은 채용의 어려움이 사업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2023년 환경부와 고용부 발표에서도 국내 에코업·기후테크 분야의 인력이 7만7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97%는 중·고급 전문 인력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공급되는 인력의 84%는 초·중급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고, 청년은 어디에 일자리가 있는지, 어떤 경력을 쌓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인력 수요와 공급이 서로 엇갈리는 거대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5년 기후부 예산 14조8262억 원 중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전체의 0.86%인 1272억 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공공기관 인턴, 창업 경진대회, 이공계 석·박사 연구 지원 등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이 실제 취업과 창업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녹색일자리 분류체계 마련과 같은 국가 차원의 기초 연구는 2016년을 끝으로 중단되어 있다. 기후 일자리 사업은 이어지고 있지만 예산은 부족하고 내용도 부실하다. 청년들에게 기후 분야 취업은 나침반 없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기업을 지원하면 고용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 일자리를 늘리려면 K-GX와 같은 산업 정책뿐 아니라 노동·교육 등 다른 분야의 정책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해외 사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영국은 2025년 에너지·노동·교육 정책을 하나로 통합한 ‘클린에너지 잡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86만 명의 고용을 목표로 청년 대상 기술직 교육을 확대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의 표준을 설정했다. 싱가포르는 ‘녹색 직무-기술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업무 중 ‘녹색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일자리를 녹색일자리로 정의하고, 산업별 직무 전환 경로를 보여주는 ‘일자리 전환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직업교육훈련(VET) 체계를 개편해 모든 직업훈련 표준에 ‘지속가능성 및 환경 보호’를 필수 역량으로 포함했다. 스코틀랜드는 ‘녹색일자리 인력 아카데미’를 통해 노동자가 현재 보유한 기술과 녹색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의 차이를 분석하고, 개인별 맞춤형 훈련 경로를 안내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금과 같은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가 고착된다면 청년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열심히 일할수록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고, 결국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협하는 모순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후 일자리’이며, 그 일자리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력 사다리’와 신뢰할 수 있는 ‘직무 정보’다.

정부가 명확한 일자리 정보와 훈련 경로를 제시한다면, 청년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도덕적 당위성에 대한 호소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의 동력을 얻으려면, 청년들의 삶에서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 지구는 조상으로부터 빌려온 것이 아니라 자손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듯, 청년들의 일자리와 미래 역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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