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열매 SIGNAL 프로젝트, 기업 사회공헌 활용 방안 논의
신규 사업 발굴부터 기존 사업 개선까지…기업 실무자들 해법 모색
“현장에서 발굴한 ‘경계선지능’ 문제를 기업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기존 사업과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죠. 그래서 ‘경계선지능’을 포함하는 ‘사회진입 취약청년’이라는 큰 틀로 바꿨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에서 열린 ‘2026 사랑의열매 기업사회공헌 컨퍼런스’에서 김경희 사랑의열매 사회공헌본부장이 밝힌 사업 제안 사례다. 사랑의열매는 이후 금융권과 3년간 사업을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김 본부장은 이처럼 현장에서 발견한 사회문제를 기업이 이해하고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사랑의열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의 사업 방향에 맞추는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의식이 달라지지 않도록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날 공개한 ‘SIGNAL(시그널)’ 프로젝트는 현장에서 포착한 사회문제를 기업 사회공헌과 연결하기 위한 시도다. 미래세대, 디지털·AI, 인구·지역, 기후·안전, 마음건강 등 5개 영역의 현장 전문가 100명에게 의견을 물어 사회문제 신호 104개를 발굴하고, 이를 8대 어젠다로 정리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 같은 현장 신호를 실제 기업 사회공헌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기업 관계자들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더라도 기업 내부에서 필요성을 설득하고, 성과를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영 카카오뱅크 팀장은 “경영진은 명확한 정량적 효과를 요구하지만, 사회공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많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을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가 모두 지원 인원이나 사업 실적과 같은 숫자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업과 비영리기관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과제로 꼽혔다. 이승환 LG 사회공헌 담당 총괄은 기업과 비영리기관이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서로 고려해야 할 조건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사업의 지속성과 성과를 따져야 하는 반면, 비영리기관은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와 실제 지원 사이의 간극을 크게 체감한다는 것이다.
사랑의열매는 SIGNAL에서 발굴한 현장의 신호가 기업이 새로운 사회공헌 의제를 찾거나 기존 사업을 점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새로운 사업 찾고, 기존 사업의 빈틈도 살핀다
SIGNAL 프로젝트의 연구 파트너로 참여한 신현상 한양대 교수 겸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는 기업 사회공헌에도 ‘지도’와 ‘레이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관심과 기존 통계·연구가 사회문제의 전반적인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라면, SIGNAL은 아직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현장의 변화 징후를 포착하는 레이더라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관심도가 높다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은 아니고, 통계가 아직 듣지 못한 변화도 현장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SIGNAL을 새로운 사회공헌 사업을 발굴하는 데만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운영 중인 사업에서 지원 대상이나 성과 측정 방식에 놓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 취업 지원사업이라면 단순히 몇 명이 취업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1년 뒤에도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AI 교육사업이라면 교육 기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학교 밖 청소년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같은 사업이라도 누구를 지원하고 어떤 변화를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발견한 사회문제를 기업의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현 한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차장은 자립준비청년 문제가 현장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사회적 관심을 얻고 지원이 확대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신호를 발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까지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고유의 역량을 활용하고 공공부문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나영훈 포스코홀딩스 상무보는 SIGNAL이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검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원이 부족한 사회문제를 파악한 뒤에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초기 지원 이후 정부나 지자체가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진석범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SIGNAL을 통해 기업의 자원과 현장을 연결하는 ‘사회공헌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진 사무총장은 “기업이 새 사업을 시작할 때 ‘SIGNAL에서 나온 주제’라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