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 사회적 비용 5조3000억 원…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나

국내 고립·은둔청년이 약 54만 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취업난과 장기 실업이 은둔 위험을 높이지만, 일자리 제공만으로는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 회복과 낮은 강도의 일경험을 거쳐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고립·은둔 청년, 우리 사회에 연결을 묻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경제단체가 고립·은둔청년 문제를 복지 영역을 넘어 청년고용과 노동시장의 문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사회적 비용 5조3000억 원…대부분 생산성 손실

이날 제시된 고립·은둔청년 53만7863명과 사회·경제적 비용 5조3000억 원은 한경협과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연구 결과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19~34세 청년의 5.2%가 은둔 상태로 추정됐다.

은둔 청년 1명에게 발생하는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983만 원으로 계산됐다. 실업급여와 기초생활보장 등 정책비용은 35만8000원이고, 경제활동 참여와 직무 성과 감소에 따른 생산성 비용이 947만2000원이었다. 전체 비용의 대부분이 청년의 노동시장·사회활동 이탈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은둔생활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도 ‘취업의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32.8%가 이를 꼽았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11.1%, 학업 중단은 9.7%였다.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청년 2.7%의 약 6.6배였다. 구직 1개월 차 실업 청년의 은둔 확률은 15.1%였지만 14개월에는 24.1%로 높아졌다. 실업 기간이 42개월에 이르면 추정 확률은 50%를 넘어섰다.

지난 8월 15~29세 청년 고용률도 44.1%로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15~64세 고용률이 70.4%로 역대 8월 중 가장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 일상 복귀해도 45.6% 재고립…취업 전 단계 필요

그러나 취업이 곧 고립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실태조사에서는 고립·은둔청년의 45.6%가 일상생활로 돌아오려 시도한 뒤 다시 고립·은둔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장은 “고립·은둔청년을 일반 노동시장에 곧바로 투입하기보다 부담이 낮은 일경험과 직무체험을 거치는 ‘노동시장의 중간 지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고립·은둔 경험에서 회복한 청년이 다른 당사자를 돕는 ‘피어 서포터’로 활동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고립 경험을 경력의 공백이 아닌 당사자를 이해하는 경험자산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립·은둔 경험자인 신현재 안무서운회사 디렉터는 “안전한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 취업부터 하면 조기 퇴사와 재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생활을 통해 일상과 관계를 회복하는 셰어하우스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 기업 역할도 채용에서 ‘회복 과정 설계’로

기업의 역할 역시 후원이나 채용 인원 확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짧은 직무체험과 저강도 일경험, 멘토링 등 일반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단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고립·은둔청년을 대상으로 정서 회복과 직무 탐색, 기업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경협은 관련 지원을 복지지출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은둔 청년 1명에게 발생하는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983만 원인 반면, 정부 시범사업의 1인당 지원 예산은 약 342만 원으로 추산됐다.

기업의 참여 성과도 취업자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청년이 관계와 일상을 회복하고 일경험을 거쳐 취업한 뒤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 다시 고립되지 않는지까지 추적하는 성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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