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케이팝 공연, 이제 ‘어떻게’…“측정부터 데이터 공유·지원까지”

문체부·콘진원, SM·하이브·JYP와 탄소배출 시범 측정
공연장·예매처·협력사 데이터 공유하고 지원체계 마련해야

케이팝 공연의 저탄소 전환이 개별 기업의 실험을 넘어 산업 차원의 기준 마련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와 공연업계, 공연장,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는 탄소배출 측정부터 데이터 공유, 비용 지원까지 실제 공연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 출범식과 1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문체부가 후원하고 이정문 의원 등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6명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케이팝포플래닛,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이 공동 주최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앞서 ‘케이팝 카본 헌터스’ 캠페인을 통해 저탄소 콘서트를 원하는 글로벌 팬 1만 명의 서명을 모았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 1차 정책토론회에서 케이팝 공연의 저탄소 전환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향을 논의했다. /케이팝포플래닛

현재 정부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앞서 실제 공연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쌓는 단계다. 김유미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현황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며 데이터를 통해 적용 가능한 분야와 감축 수준을 확인한 뒤 내년 업계와 가이드라인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SM·하이브·JYP와 서울·인천 공연장을 중심으로 탄소배출량 시범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콘텐츠 전반의 탄소중립 연구를 시작한 뒤 방송과 공연·행사 분야로 탄소배출 계산기 개발을 확대했으며, 올해 측정 결과를 반영해 계산기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 “공연은 ESG팀만으로 만들지 않는다”…데이터 연결부터

토론에서는 기획사뿐 아니라 공연장과 예매처, 무대·조명·음향 등 여러 협력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관객 이동과 물류, 외주 제작까지 포함할 경우 측정 범위와 자료 수집 방식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문규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는 지난달 인천 ‘서스테이너블 웨이브 페스티벌’ 운영 경험을 소개하며, 저탄소 공연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스태프들이 변화의 취지와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와 현장을 잇는 소통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탄소배출량을 측정했다.

지난 8월 29~30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서스테이너블 웨이브 페스티벌’은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재생에너지 활용, 폐기물 감축 등 저탄소 공연 방식을 적용했다. /사운드얼라이언스

조효진 내일의쓰임 대표는 블랙핑크 콘서트 등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한 경험을 소개하며,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확보하기보다 이동·에너지·식음료·폐기물 등 수집 가능한 데이터부터 일관된 방식으로 축적할 것을 제안했다.

공연장별 여건을 반영한 단계적 측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복합 공연장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어도 특정 공연의 전력 사용량을 별도로 산출하려면 추가 계측 인프라가 필요하다. 김강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 이사는 “탄소중립 공연의 출발점은 거창한 기술보다 우리가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라며 공연장 여건에 맞게 데이터를 축적할 기반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친환경 선택에 따른 추가 비용을 제작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서윤 공연기획사 에이오디 대표는 친환경 현수막 제작비가 일반 인쇄보다 약 3배 높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SS 등 초기 투자가 필요한 설비와 함께 실무 교육과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공연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태영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대형 기획사와 달리 전담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사업자가 많다며 “가이드라인은 법도 아니고 처벌을 위한 것도 아니지만, 공표된 뒤 지키지 않은 주체가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공연 규모와 시설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적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지은 법무법인 세종 선임연구위원은 “공연은 기획사, 공연사, 예매처, 교통, 폐기물 사업자, 관객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산업”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주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디까지 역할을 배분할지 명확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향후 공연 에너지 전환과 폐기물 감축·관리, 인센티브 설계 등을 논의한다. 문체부는 시범 측정 결과와 업계 의견을 토대로 내년 가이드라인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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