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공익활동이 변호사에게 남긴 것

로펌 변호사에게 공익활동(Pro bono)은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시혜적 봉사에 그치지 않는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건을 경험할 기회이자 변호사로서의 직업적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치열한 현장에서 타성이나 번아웃에 빠지지 않고 변호사 업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 역시 공익활동에서 나온다. 때로는 가슴 깊이 남는 뜻밖의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필자는 2010년 4월 법무법인 광장에 입사해 16년째 도산 분야 전문 변호사로 일해왔다. 이와 동시에 광장 공익활동위원회 간사로서 로펌 내 공익활동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업무를 병행해왔다. 별도의 공익재단이나 전담 변호사를 두는 다수 로펌과 달리 광장은 법인 소속 구성원들이 직접 공익소송과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현업 변호사들이 삶의 현장과 맞닿은 다양한 공익 사건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간 맡았던 공익소송은 다양했다.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이 문제 된 민사 가처분 사건, 6·25전쟁에 비군인 노무자로 참전했다가 사망한 이의 유가족을 위한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 처분 취소소송, 장애인 참정권 차별을 문제 삼은 행정소송, 메르스 사태 당시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중단에 맞서 제기한 차별구제조치 소송, 다수의 난민 불인정 결정 처분 취소소송,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이혼소송과 형사소송 등 수십 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인이 활동보조인으로부터 경제적 피해를 본 사건의 형사공판에 참여해 피해자를 조력하고 있으며, 언어발달장애와 관련한 보험사 분쟁 사건도 맡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난민 사건 수행 건수가 특히 많았다. 난민인권센터와 로펌공익네트워크가 업무협약을 맺고, 난민인권센터가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개별 로펌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 좋은 협력 사례로 자리 잡았다.

난민 사건을 다루며 잊지 못할 일도 있었다. 난민인정 심사 절차가 길어지고 인정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한 한 콩고 출신 여성 난민이 서둘러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콩고가 아닌 인접국으로 출국하려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는 한국에 들어올 때 지녔던 돈이 거의 바닥나 가장 저렴한 항공권만 겨우 예약해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예약한 항공편은 중국 내 두 도시를 경유해 싱가포르로 가는 일정이었다. 환승 과정에서 중국 체류 시간이 24시간을 넘으면서 비자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인천공항에서 출국하지 못했다.

당황한 그는 공항에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돈마저 떨어진 상황이어서 필자는 다음 날 직접 인천공항으로 가 새 항공권을 예약해줬다. 이후 그가 가나에 정착한 뒤에는 서울 노량진 숙소에 남겨둔 이민가방을 가나로 보내주기도 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떠나야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필자가 같은 처지였더라도 얼마나 막막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로펌이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해준 덕분에 2010년 입사 당시보다 훨씬 다양한 영역의 공익소송과 사회공헌활동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로펌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도 크게 늘었음을 체감한다.

그러나 여전히 로펌에는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며 공익 지원을 요청하는 간절한 이메일이 끊이지 않는다. 법률구조공단이나 대한법률구조재단 같은 전문기관이 존재함에도 대형 로펌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이들이 많다. 공익활동위원회 간사로서 사건 수행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입장에서 모든 사건을 맡지 못하고 돌려보낼 때마다 깊은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남는다.

최근 한국 법률시장은 눈부신 매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로펌의 공익활동 규모와 깊이가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 비례해 확대됐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률시장의 성장만큼 공익적 가치 실현에도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홍석표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로펌공익네트워크는 로펌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해 2016년에 결성되어 현재 국내 12개 주요 로펌(법무법인 광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대륙아주, 법무법인 동인, 법무법인 로고스,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원,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지평,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화우)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 네트워크는 로펌이 서로 힘을 합쳐 로펌 및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고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시리즈를 통해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을 생생히 알리고,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함으로써 공익활동의 가치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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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응답

  1.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특히 난민 에피소드는 쉽지 않으셨을텐데… 이런 훌륭한 분들의 도움을 받으신 분들도 그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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