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이 없으면 신용도 없다…블록체인으로 라오스 금융 소외 푸는 서울랩스

[인터뷰] 장도희 서울랩스 대표
디지털 신원 담는 ‘슈퍼월렛’…대학생에서 시작해 전 국민 금융 포용으로

“산업이 발전하려면 국민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빌리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신원을 증명하지 못하면 신용도조차 평가할 수 없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확인 기술로 개발도상국 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기업이 있다. 2023년 서울랩스를 창업한 장도희 대표는 라오스 현지에서 모바일 분산신원증명(DID)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장 대표는 “신원확인은 단순한 신분증 발급을 넘어 금융과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금융 포용을 확대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7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글로벌 임팩트프러너(Global ImpactPreneur)’ 데모데이 직후 장 대표를 만났다. 글로벌 임팩트프러너는 현대차 정몽구재단과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임팩트스퀘어가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초기 임팩트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날 데모데이에서는 3개월간 멘토링과 IR 코칭, 임팩트 측정 교육을 받은 10개 스타트업이 사업 모델과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랩스는 금융 인프라의 공백을 해소하는 솔루션으로 글로벌 투자사 CVC캐피탈이 수여하는 ‘CVC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공동 수상했다.

◇ 신원 공백이 막은 금융의 문, 블록체인으로 푼다

장 대표는 금융 접근성이 특히 낮은 라오스에 주목했다. 세계은행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라오스 성인의 금융계좌 보유율은 약 38%에 그치고, 정부가 인정하는 신분증이 없는 성인도 약 45%에 달한다. 반면 인구 100명당 모바일 회선은 약 87개로, 휴대전화 이용 기반은 비교적 넓게 갖춰져 있다.

신원을 증명하지 못하면 계좌 개설뿐 아니라 공공복지 서비스 이용에도 제약을 받는다. 장 대표는 “종이 서류는 위·변조 위험이 있고 기록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개인의 소득이나 금융 신용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랩스가 개발한 ‘슈퍼월렛’은 디지털 신원과 학생증·자격증·졸업증명서 등을 모바일 지갑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제출할 수 있도록 한 분산신원증명(DID) 플랫폼이다. ‘슈퍼월렛’은 서울랩스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장 대표에 따르면 거래 처리 시간은 약 1초, 전송 수수료는 0.001원 이하다. 국가별 금융 규제와 결제망, 정부 요구에 따라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설계했다. 장 대표는 “각국의 제도와 인프라에 맞춰 필요한 기능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슈퍼월렛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 코이카 ODA로 대학서 첫발…1000명에서 전 국민으로

서울랩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인 CTS 사업을 통해 라오스 내 대학 2곳에 디지털 학생증과 증명서 발급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들과 구체적 협약을 논의 중이며, 내년 4분기 대학생 1000~1500명에게 디지털 학생증을 발급하는 것이 첫 목표다.

라오스에서는 재학·졸업증명서 등을 발급받으려면 대학을 방문해 신청한 뒤 2~3일 후 다시 찾아가야 한다. 장 대표는 “디지털 증명서는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발급할 수 있어 학생들의 시간과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랩스는 디지털 학생증과 DID는 무료로 제공하고, 재학·성적·졸업증명서 등의 발급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ODA 지원이 끝난 뒤에도 현지에서 서비스를 지속해서 운영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참여 대학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라오스 정부와 협력해 대학생 대상 디지털 신원을 전 국민 디지털 신분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과 직접 협력하는 B2G 방식이다.

디지털 신원체계가 자리잡으면 슈퍼월렛에 이용 과정에서 쌓이는 거래 기록을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대안신용평가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라오스에서의 실증을 토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랩스는 ‘글로벌 임팩트프러너’를 통해 복잡한 기술과 사업모델을 정리하고, 이를 외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익혔다. 장 대표는 3개월간의 교육과 멘토링을 거치며 사업 전략과 IR 자료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IR 자료의 전체 구성과 순서를 잡는 데 도움을 받았고, 초안을 만든 뒤에는 멘토가 장표별로 보완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짚어줬다”며 “사업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익힌 만큼 향후 투자 유치와 피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랩스가 처음부터 금융 포용을 목표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당초 자체 메인넷을 키워 사업적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기술을 라오스의 신원·금융 소외 문제에 적용하면서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부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발전하고 잘사는 데 기여하자는 목표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디지털 신원 발급과 신용평가 과정에서 쌓이는 기록 하나하나가 누군가를 제도권 안으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전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라오스 대학에서 시작한 디지털 신원체계가 더 많은 사람을 금융과 공공서비스에 연결하는 기반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댓글 작성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