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은 한국 임팩트 투자, 과제는 ‘질적 성장’

사회문제 푸는 착한 돈, 임팩트 투자 <2>
정책자금이 키운 한국 임팩트 투자의 흐름…남은 목표는 질적 성장

‘임팩트 투자’는 2009년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함께 좇는 이 투자 방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 이윤 중심 금융에 대한 반성 속에서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2021년 기준 국내 임팩트 투자 규모는 약 7300억 원까지 커졌다. 정책금융 안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2018년 이후로,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더나은미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임팩트 투자’의 연도별 보도량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1년 16건, 2012년 24건에 불과했던 보도량은 기업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정책금융에 본격 편입된 2018년 395건을 기록하며 전년(166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518건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정책 자금 축소 및 시장 한계와 맞물리며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 “사회적기업 키우자”…기업이 먼저 주목한 임팩트 투자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를 대중에 알린 주체 중 하나는 SK였다. 2013년 1월 최태원 SK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반 대중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발언은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은 같은 해 첫 임팩트 투자를 결정했다. 1호 투자처는 취약계층 고용과 영세농민 농산물 직거래로 농촌 경제 활성화를 추구한 ‘파머스페이스’였다. 재단은 이를 계기로 기존 사회적기업 발굴 프로그램을 투자 영역으로 확장했다.

SK행복나눔재단은 같은 해 사회적영향 평가 네트워크 ‘SIEN’ 출범에도 함께했다.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투자 등 약 20개 기관이 참여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측정하고 투자·정책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관심은 다른 대기업으로도 번졌다. LG전자와 LG화학은 ‘LG소셜펀드’로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했고, 현대차그룹은 이동약자 보조기기 사회적기업 ‘이지무브’를 설립·지원하며 사회적기업 투자 흐름에 동참했다. 현대가 3세인 정경선 현대해상화재보험 CSO는 2012년 루트임팩트를 세우고 2014년 임팩트 투자회사 HGI를 창업하며 소셜벤처 투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 2018년, 정책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임팩트 투자

임팩트 투자가 정책금융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소셜벤처를 위한 1000억 원 규모 임팩트 투자펀드 신설 계획을 제시했다. 소셜벤처 평가모형 개발, 투자 애로 해소,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할 민관협의체 구성도 예고했다.

2018년은 임팩트 투자 펀드가 한국 정책금융 안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첫해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소셜임팩트’ 분야를 처음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는 모태출자 360억 원, 결성예정액 450억 원 규모로 잡혔다. 운용사 모집에는 그해 최고 경쟁률인 3.8대 1이 몰렸고, 옐로우독·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코메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성장금융도 성장사다리펀드 안에 사회투자펀드를 만들며 임팩트 투자 재원 공급에 나섰다. 한국성장금융은 크레비스파트너스·라임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사회투자펀드 ‘임팩트투자 부문’ 운용사로 선정했고, 이들은 200억 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를 조성했다. 우리은행도 50억 원을 출자해 최대 민간 출자자로 참여했다.

행정기관과 지자체도 뒤따랐다. 국토교통부와 LH는 도시재생 분야 첫 임팩트 투자펀드를 시행했다. 대전시는 150억 원 규모 소셜벤처 펀드 조성에 나섰다. KB금융은 750억 원 규모 KB사회투자펀드를 조성해 한국성장금융 사회투자펀드에 출자했다.

2019년 1월에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국내 첫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으로 출범했다. 개별 기업보다 임팩트 투자사와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출범 1년 만에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MYSC·소풍벤처스·아크임팩트자산운용 등 4개 기관의 펀드 결성을 위해 54억 원을 출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 634억 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가 조성됐다. 초기 위험을 흡수해 민간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커진 임팩트 투자, 따라오지 못한 생태계

임팩트 투자 업계는 2018년을 한국 시장의 전환점으로 본다. 동시에 당시 정책자금 유입이 시장의 외형은 키웠지만, 생태계의 질적 성장까지 이끌지는 못했다는 점도 공통으로 지적한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처음에는 규모를 늘리는 시도가 불가피했지만, 정작 생태계는 준비돼 있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임팩트 투자사로서의 비전보다 정책 출자 확보에 초점을 둔 ‘임팩트 워싱’도 나타났다. 그는 “정부가 세운 최소한의 규칙만 지키며 투자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정부 출자로 조성된 임팩트 투자 펀드 계정 규모가 7500억 원에 이르지만, 그중 실제로 얼마나 유의미한 임팩트 투자가 이뤄졌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는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2018년부터 임팩트 펀드가 규모 있게 조성되고 성수동이라는 물리적 공간도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자본으로 해결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임팩트 금융이 긴급 자금 공급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태펀드 중심 구조와 부족한 민간 자금 탓에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계는 정책자금이 줄자 더 선명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모태펀드 ‘소셜임팩트’ 분야는 2023년 편성에서 빠졌다. 2024년 200억 원 규모로 한 차례 재개됐지만 2025년 다시 사라졌다. 2023년 개편된 성장사다리펀드2도 딥테크·기후대응·세컨더리·매칭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기후테크는 임팩트 투자와 맞닿아 있지만, 임팩트 투자가 독립적인 정책 분야로 전면에 놓이던 때와는 결이 다르다.

도 대표는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젓지만, 물이 빠지면 진짜가 무엇인지 보인다”며 “좋은 시절에는 20개 기관이 임팩트 투자를 했다면,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6개 정도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정책 출자가 줄자 임팩트 투자를 지속한 운용사는 일부에 그쳤다. 그는 “그때 질적으로 놓친 것은 임팩트 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미션이 있는 조직을 키우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 다시 주목받는 임팩트 투자…과제는 질적 성장

이재명 정부가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123대 국정과제의 81번으로 내걸면서 임팩트 투자에도 다시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가 나온다. 중기부는 2026년 모태펀드 출자공고에 임팩트 분야를 다시 포함하고, 200억 원을 출자해 334억 원 규모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다만 앞선 경험은 양적 확대만으로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주류 금융 편입을 다음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임팩트 투자자를 만나는 데 거부감이 없고, 일반 VC 중에서도 자신들이 임팩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임팩트 투자가 더 이상 낯선 영역이 아니게 된 만큼, 일반 투자시장 안에서 더 폭넓게 확산돼야 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김 대표는 더 선명한 임팩트 투자의 영역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임팩트 투자가 선명한 부분 없이 주류 금융으로만 들어가 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며 “로컬이나 비영리적 문제 해결, 초기 모험자본처럼 임팩트가 더 필요한 영역도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합금융, 성공 창업자의 페이포워드 출자, 비영리재단·공익법인의 출자 등 일반 상업자본이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을 위한 자본 실험도 함께 필요하다고 봤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층위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이 임팩트인지 논의하고, 행정과 현장의 언어를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영리기관·재단·공익법인 등 다양한 출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과제로 꼽았다.

2000년대 후반 낯선 개념으로 소개된 임팩트 투자는 이제 한국에서도 하나의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그 성장은 민간 주도라기보다 정부 정책자금에 크게 기대어 이뤄졌다. 짧은 시간 동안 시장은 커졌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위축되는 한계도 드러났다. 다시 기회가 열리는 지금, 생태계의 질적 기반을 다지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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