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비속살해죄 도입 촉구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극단적인 아동학대임에도, 사회적 논의가 가해자의 상황이나 동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생존아동의 권리와 보호 문제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사건 이후 상당수의 생존아동이 적절한 보호·관리 조치 없이 위험한 환경으로 돌아가거나, 보호 대상임에도 행정 전산망에서 누락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생존아동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국가 차원의 체계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이브더칠드런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2015~2024년) 동안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최소 151명의 아동이 희생되거나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92명은 생존아동으로 확인됐으며, 평균 연령은 만 9세였다. 전체 사건의 43.1%는 경제적 위기, 돌봄 부담, 정신건강 문제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사전 학대가 반복된 끝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 없이 가정 내 위기가 축적되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학대의 연속성이 인정돼야 아동학대살해(미수)죄 적용이 가능해, 사전 예방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 차원의 통계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4년 기준 경찰청 통계에서는 비속살해로 사망한 아동이 47명으로 집계된 반면,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사망 통계에서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사망한 아동이 7명에 그쳐 기관별 기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사건 이후 살아남은 아동에 대한 공식 통계는 별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생존아동 보호 정책 수립에도 한계가 있다. 보이지 않는 아동은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계와 제도에서의 배제는 곧 보호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판결문 120건을 분석한 결과, 사건의 72.5%는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혐의로 처리됐다. 이 가운데 살인미수 사건의 73%는 집행유예가 선고돼 가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생존아동 10명 중 6명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보호조치 없이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을 경험한 아동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 불안, 복합 슬픔 등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과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생존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심리·정서 지원과 지역사회·학교 기반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보호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아동학대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생존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특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한 비속살해죄 도입 필요성을 알리고, 사건 이후 보호받지 못하는 생존아동의 현실을 사회적으로 환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발견부터 보호, 회복까지 이어지는 국가 책임 기반 보호체계 구축 필요성에 대한 시민 공감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서명 캠페인도 진행한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놓여 있다”며 “이는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아동학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생존아동이 단 한 명도 누락되지 않도록 발견-보호-회복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생존아동 보호를 위한 비속살해죄 도입 촉구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서명 참여는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및 캠페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