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했는데 비자는요?” 이주민·난민 전용 AI 챗봇 나왔다 

임팩트 테크<1> 공익법센터 어필의 다국어 챗봇 ‘ASKOVISA’
비자·계좌·체류까지…9개 언어로 응답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비영리 단체와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임팩트 테크’ 기획 시리즈를 통해 기술이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지 조명합니다. 그 첫 번째 사례는 난민과 이주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비영리 단체 ‘공익법센터 어필(APIL)’이 최근 출시한 무료 AI 챗봇 앱 ‘ASKOVISA(에스크코비자)’입니다. /편집자 주 

“외국인등록증은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계좌 개설은 어떻게 하나요?”
“취직하려는데, 구직비자 변경할 때 필요한 서류는 무엇인가요?”

난민과 이주민 등을 위한 법률 조력 활동을 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이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한국을 찾은 이주민과 난민에게 한국의 제도적 장벽은 문화나 언어의 장벽만큼 높다. 복잡한 사증(비자) 발급 기준, 체류 자격, 통장 개설 등 필수적인 정보조차 투명하게 접근하기 어렵다. 출입국사무소는 복잡한 한글 지침만 제공할 뿐, 이주민들이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창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출입국·외국인청이 심사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직접 설명하면 좋겠지만, 관련 지침이 수백 쪽짜리 한글 파일로만 축약되어 제공되는 실정”이라며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법률·금융 정보조차 책자로만 존재해 피해를 보는 이주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보의 벽’을 낮추기 위해 어필은 현대해상의 사회공헌 사업 ‘리부트 울산’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지난해 12월 무료 AI 챗봇 앱 ‘ASKOVISA’를 출시했다. 현재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9개 국어를 지원하며, 이주민이 모국어로 질문하면 AI가 정확한 행정·법률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제공한다.

◇ 정부 매뉴얼 학습해 ‘거짓 정보’ 차단·개인정보 보호도 

ASKOVISA가 기존 챗GPT 같은 범용 AI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할루시네이션(거짓 정보 생성)’을 최소화하고 신뢰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체류나 비자 문제에서 잘못된 정보는 이주민의 삶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어필은 법무부의 ‘외국인체류매뉴얼’, ‘외국인사증매뉴얼’과 재판을 통해 공개된 ‘난민업무처리지침’을 AI에 집중 학습시켰다. 특히 답변의 근거가 된 매뉴얼의 실제 페이지를 직접 캡처해서 보여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 변호사는 “인터넷상의 부정확한 정보까지 학습한 범용 AI보다, 정확한 근거 안에서 답을 할 수 있는 RAG(검색증강생성)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며 “변화하는 제도에 맞춰 두 달에 한 번씩 핵심 매뉴얼 업데이트를 반영하고 있으며, 챗봇이 학습한 지침 범위를 벗어나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질문에는 억지로 답을 지어내지 않고 ‘답변을 찾을 수 없다’고 정직하게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불법체류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 변호사는 “사용자가 진입장벽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채팅에 입력한 정보는 원칙적으로 일절 저장·수집·이용되지 않게 설계했다”며 복잡한 회원 가입 절차를 없앤 이유를 밝혔다.

그 결과, 출시 초기임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유학생은 “취업 과정에서 구직비자로 변경할 때 필요한 서류를 찾지 못해 막막했는데 앱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밖에도 “모국어로 꼭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너무 좋다”, “처한 상황과 이때 알아야 하는 정보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 20개 언어 확대·상담 연계 계획…“출입국 정보 공론화해 제도 개선 이끌 것”

ASKOVISA는 영리 목적이 아닌 공익용 앱으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향후 어필은 지원 언어를 20여 개로 늘리고, 거주 지역 내 실제 상담 기관을 연계하는 기능은 물론 이주민과 선주민이 정보를 나누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도 계획하고 있다.

이일 변호사는 이 앱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제도 개선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한국의 이민 법제는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 부족하고 수시로 바뀌는 지침에 의존하다 보니, 기준이 자의적이고 법적 근거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투명한 기준과 정보 공개는 당사자뿐 아니라 일관된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정부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그는 끝으로 “앱을 통해 출입국 정보가 수면 위로 올라와 토론의 대상이 되면, 궁극적으로 이민행정의 체계적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감춰져 있던 지침을 주된 사용자인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이 앱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ASKOVISA 앱은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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