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지 못할 벽이면 뚫어라” 일본 CEO들의 촌철살인 어록집 ‘일언천금’

20년 차 경영 칼럼니스트의 통찰
기린·교세라·세븐일레븐…일본 경영자 42명의 어록 담아

“넘지 못할 벽이라면 차라리 뚫어라.”

일본 맥주 기업 기린의 전 사장 아라마키 코이치로가 남긴 말이다. 일본 맥주 시장 1위를 놓고 아사히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 그는 이런 ‘돌파의 철학’을 조직에 강조했다. 책 ‘일언천금'(이재우 지음, 시크릿하우스)는 이같은 일본 CEO 42명의 어록을 통해 위기 속에서 나온 리더들의 생각과 결단을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이재우는 CEO들의 어록이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라마키 사장은 “경영자들의 어록은 회사가 무너질 것 같은 공포와 수천 명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진 중압감 속에서 나온 ‘생존 선언’”이라고 설명한다.

기린맥주는 47년 동안 일본 맥주 시장 1위를 지켜온 기업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아사히가 시장 1위를 굳건히 하면서 기린은 거대한 벽과 마주하게 된다. 아라마키 사장은 재임 동안 1위를 되찾지 못했지만, 그의 말에는 어떻게든 장벽을 돌파하려는 리더십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일언천금’은 이런 일본 CEO 42명의 어록을 통해 경영자들의 생각과 철학을 살펴보는 책이다. 단순히 명언을 모아 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조직과 사람을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함께 풀어낸다.

저자 이재우는 일간지에서 20년간 기자로 활동한 경영 칼럼니스트다. 일본 경제 매체 ‘재팬올’을 창간해 일본 기업과 기업가들을 심층적으로 다뤄 왔다. 2022년부터는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글로벌 경영자들의 전략과 통찰을 소개하고 있다.

◇ SK 어록집에서 시작된 질문…“위기 돌파의 타산지석을 찾자”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한국 기업에서 시작됐다. SK그룹이 창업주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50년 기록을 정리해 펴낸 경영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가 출발점이었다. SK는 1만5000여 장의 아카이브를 뒤져 250개의 어록을 추려냈다.

저자는 이 어록집을 읽으며 창업자 형제의 고민과 결단이 담긴 ‘살아 있는 기록’처럼 느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한국 경제가 길을 잃었을 때 타산지석이 되었던 일본 경영자들의 어록과 통찰을 다시 환기해 보면 어떨까.”

저자가 일본 경영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였다. 이나모리는 전자 기업 교세라를 창업한 인물로, 도산 위기의 일본항공(JAL)을 맡아 1년 만에 회생시키며 ‘기업 회생의 신’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한국의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나모리의 고향인 일본 가고시마현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그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 어록을 찾아봤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이나모리가 평생 강조했던 ‘선한 의지가 어떻게 자본의 논리를 이기는가’라는 경영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 수면 아래를 보는 ‘논 타이타닉 경영’…AI 시대 리더의 무기는 ‘진심’

이러한 철학은 교세라 창업 멤버이자 3대 사장을 지낸 이토 겐스케의 말에서도 이어진다.

“빙산은 8할 정도가 물 밑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타이타닉호 선장은 갑자기 해상에 나타난 빙상 하나만 보고 황급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거대한 빙산이 수면 아래에 숨어 있는데 말이죠.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물 위에 뜬 것, 즉 보이는 것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표면상의 실적입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물 밑에 경영철학이나 이념, 열정, 생각, 꿈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부분에 충실해야만 수면 위에 떠 있는 부분도 함께 충실해집니다.” (172쪽)

이토 겐스케는 이를 ‘논 타이타닉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리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의 에너지, 즉 직원들이 활력을 갖고 일하도록 만드는 힘까지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수많은 도전과 위기를 경험했던 일본 CEO들의 말과 삶은 오늘날 한국 기업과 기업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저자 이재우는 그 답을 ‘리더의 진심’에서 찾는다. 책에는 기업 경영에서 신뢰와 책임을 강조하는 어록들이 등장한다.

“타인의 이익이 곧 내 이익이다”(YKK 창업자 요시다 다다오)
“신뢰의 안테나를 높여라”(세븐일레븐 재팬 설립자 이토 마사토시)
“이익보다 양심이 우선이다”(오므론 전 회장 다테이시 요시오)

그는 AI가 정답을 찾는 시대일수록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리더의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진심은 리더가 쥐고 있는 마지막 무기이자 조직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이 단순히 경영자를 위한 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독자들은 이 치열한 문장들을 접하면서 ‘나도 내 삶의 경영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일상을 조금 더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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