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핵심 공정 전기화로 비용·효율 모두 개선
기후솔루션 “수소보다 현실적 대안”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에서 나프타 분해 공정(NCC)의 열원을 수소가 아닌 전기로 바꾸는 것이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는 구조조정까지 병행할 경우, 전환 비용을 최대 128조 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이 2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 시설(NCC)에서 발생한다. 현재 이 공정은 메탄과 LNG를 태워 고온의 열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돼, 산업 전반에서 가장 탄소 배출이 많은 공정으로 꼽힌다. 결국 석유화학 탄소중립의 성패는 NCC의 열원을 무엇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NCC의 가열 방식을 전기로 바꾸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공정 전기화’를 가장 비용 효율적인 탈탄소 경로로 제시했다. 비교 대상으로는 그린수소를 활용해 공정 열원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하는 ‘수소화’ 방식이 검토됐다.
분석 결과, 현재 생산 규모를 유지한 채 NCC를 그린수소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설비 투자와 연료비를 포함해 약 1488억 달러(약 219조 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정을 직접 전기로 가열하는 전기화 방식은 약 756억 달러(약 112조 원)로, 비용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기술 경로를 수소화 대신 전기화로 선택하는 것만으로 약 107조 원의 전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에너지 효율에서도 전기화가 우위를 보였다. 동일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투입할 경우, 전기를 바로 공정에 사용하는 방식은 전기로 수소를 생산한 뒤 다시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보다 약 2.3배 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에틸렌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전기화는 5.0MWh, 그린수소화는 11.3MWh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여기에 더해,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을 고려해 범용 제품 생산량을 약 25% 줄이는 구조조정을 병행할 경우 전환 및 운영 비용을 추가로 약 21조 원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화 전환으로 절감되는 107조 원에 생산 감축 효과를 더하면, 총 절감 규모는 최대 128조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방향은 정부가 논의 중인 ‘석유화학 특별법’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보고서는 시행령에 NCC 전기화를 핵심 전략기술로 명확히 포함하고, 기후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실증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조기에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 성숙도가 낮은 단계에서 초기 투자를 민간에만 맡길 경우, 해외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전남과 울산 등 석유화학 산업이 집중된 지역에 미칠 충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산 감축과 설비 전환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력망 확충, 전환 인력에 대한 재교육 등 연착륙을 위한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석유화학팀 연구원은 “석유화학 탈탄소의 핵심은 나프타 분해 공정을 얼마나 빠르게 전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별법 제정은 출발점일 뿐, 실증과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력 인프라 구축과 기술 실증에 국가 차원의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