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바꾸려다 ‘공간’도 바꿨다…한화가 빈 교실 찾은 이유는?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4> 한화그룹 
[인터뷰] 김용빈 브랜드미디어팀 과장  

“기업의 본업(業)과 연계된 ESG야말로 진정성 면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하니까요.”

최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만난 한화그룹 브랜드미디어팀 김용빈 과장은 자사 ESG 사업의 핵심 가치로 ‘업(業)의 본질 연관성’을 꼽았다. 

한화는 학교 내 유휴교실을 ‘친환경 돌봄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ESG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원하던 단순 기부를 넘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 자체를 혁신하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 태양광 기부에서 ‘공간 혁신’으로…‘맑은학교’의 탄생

‘맑은학교 만들기’는 한화그룹과 환경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22년부터 공동 추진 중인 초등학교 교육 환경 개선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모태는 2011년부터 10년간 진행된 ‘해피선샤인’ 캠페인이다. 한화는 이를 통해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320곳에 총 2187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원해왔다.

한화 전략부문 브랜드미디어팀 김용빈 과장은 “해피선샤인 캠페인 10주년을 맞아 한화의 태양광 비즈니스 역량을 사회적 이슈였던 ‘미세먼지’와 미래 세대인 ‘아동’과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며 “초등학교의 공기질을 개선하고 그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으로 지원하는 ‘맑은학교 만들기’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 단순 설비 지원 넘어 유휴교실을 ‘맑은쉼터’로  

사업 초기인 1~2차년도에는 시설 지원에 집중했다. 학교 출입구에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스마트 에어샤워’와 ‘에어클린 매트’를 설치하고, 교실 창문에는 ‘창문형 환기시스템’을 도입했다. 실내에는 습도 조절과 공기 정화를 돕는 벽면 녹화(모스월)를 적용해 미세먼지 유입 차단과 공기질 관리에 주력했다. 

그러다 4차년도부터는 ‘공간 개선’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 과장은 “현장 실사를 통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아이들이 교실 외에 쉴 곳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단순 시설 지원을 넘어 아이들이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맑은쉼터)을 만들어달라는 학교 측의 수요가 높았다”고 밝혔다.

맑은쉼터 조성은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과 맞물려 유휴교실 활용으로 방향을 잡았다. 저출생으로 늘어난 빈 교실을 돌봄·놀이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요구는 크지만, 공간 구조의 부적합과 예산 부족이 걸림돌이었다. 전영주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부장은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가 보면 먼지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 지점과 필요한 설비 위치가 보인다”며 “맑은학교는 정해진 틀이 아니라, 학교와 상담해 설비·쉼터·유휴교실 개선 방향까지 맞춤 설계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 친환경 교육으로 학생들 인식 개선도 

지원 대상 학교는 ‘환경 취약성’과 ‘개선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 환경부 지정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여부, 학교 주변 오염원(고속도로, 공단 등) 유무를 확인하고 현장 답사를 통해 지원이 절실한 곳을 가려내는 것.

매년 10월 모집해 서류 심사, 전문가 자문, 현장 실사를 거쳐 12월 최종 선정하며, 선정된 학교는 3년간 유지관리를 지원받는다.  

한화에 따르면, 맑은학교 만들기를 통해 현재까지 서울 양화초, 인천 석정초, 대전 진잠초, 광주 금당초 등 21개 학교, 631개 학급, 1만4997명의 아동이 개선된 돌봄·학습 공간을 경험했다. 학교 내 설비와 리모델링을 통해 미세먼지 85.3%, 초미세먼지 41.3%, 이산화탄소 19.1%를 저감했으며, 144kW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 연간 87tCO2-eq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냈다.

‘맑은학교 만들기’의 차별점은 단순 시설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교 곳곳의 미세먼지 저감 요소를 직접 찾아보는 ‘보물찾기 현장조사’ 등 체험형 환경 교육에 참여한다. 

환경재단이 발표한 ‘2025년 맑은학교 환경교육 결과보고’에 따르면, 학생들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 인지(4.6점)’와 ‘기후불평등 개념 이해(4.6점)’ 항목에서 높은 이해 수준을 보였고, ‘환경 문제 관심도(4.4점)’도 교육 이전보다 상승했다. 김용빈 과장은 “5월에는 지역 아동과 가족이 함께하는 ‘환경 운동회’를 열어 환경 인식을 지역 사회로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우주 인재 키우는 ‘우주의 조약돌’

한화의 업 기반 ESG는 2022년 시작된 ‘우주의 조약돌’로 우주 교육 영역까지 확장했다. 이 사업은 한화그룹의 우주 사업 협의체인 한화 스페이스 허브(Hanwha Space Hub)와 KAIST가 함께 매년 중학교 1~2학년 학생 30명을 선발해 1년 과정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5명씩 팀을 이뤄 KAIST 석·박사 멘토의 지도를 받으며 10회 이상의 강의와 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주제는 ‘달로 가는 방법’, ‘그 너머로의 탐사’, ‘지구 귀환 미션’ 등 연도별로 달라지고, 팀별로 발사체·에너지·귀환 루트 등 서로 다른 문제를 맡아 탐구한다. 이 과정에는 이소연 박사, 정재승 박사 등 외부 강연과 SF 작가 초청 강연처럼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연말 성과발표회 이후에는 NASA 탐방도 진행한다. 김 과장은 “경쟁으로 우열을 가리기보다, 학생들의 일상에 우주를 향한 호기심과 관심이 오래 남도록 설계된 과정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용빈 과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 기여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한화의 역량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ESG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책임감을 갖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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