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유독 임팩트 생태계의 ‘인재’를 조명하는 기사들이 두드러졌다. 새로운 리더십을 조명했던 ‘임팩트 생태계 ‘90년대생 리더십’ 시대 열렸다’가 그러했고, 생태계에 필요한 새로운 청년의 언어를 살펴본 ‘이 언어는 누구의 것인가: 청년이 다시 쓰는 임팩트’가 그러했다.
서울숲임팩트클러스터가 조성된 지도 어느덧 10여 년. 수많은 이들이 이 생태계에 발을 들이고, 또 떠났다. ‘맨 땅에 헤딩’하듯 스타트업을 일구던 시절이 지나, 한때 ‘영원한 주니어’로 불리던 이들이 이제는 팀장, 매니저, 책임 매니저 등 시니어 레벨로 자리 잡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솔루션을 고도화하며 생태계의 중추로 성장했다.
하지만 생태계가 성숙하고 솔루션이 다변화할수록, 인재 유입과 육성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대학과 연계해 인재를 끌어오던 기존 전략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위축됐다. 여기에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긴 호흡의 ‘장거리 달리기’ 속에서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저 좋은 마음’만으로는 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시대다. 임팩트 비즈니스가 ‘착한 일’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일’로 인식이 바뀌었듯, 이제는 이 장거리 달리기를 계속할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임팩트스퀘어는 지난 13일, 자체 미디어 ‘임팩트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그룹 인터뷰(FGI) 아티클 ‘인재를 지켜라! 그런데, 어떻게?’를 발행했다. 임팩트 생태계의 서로 다른 조직 형태와 경력, 업무 지속 여부를 지닌 4명의 구성원을 초청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생태계 구성원들의 솔직한 속내를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핵심 아젠다를 찾아보려는 자리였다.
◇ 금전보다 ‘성취’와 ‘성장’의 갈증이 커
FGI를 기획하며 임팩트스퀘어는 처음엔 ‘머무름의 핵심 요인은 보상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인터뷰 결과, 실무자들이 가장 강하게 꼽은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성취’와 ‘성장’에 대한 갈증이었다.
6년 차 실무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지점부터는 월급이 근시안적인 부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결국 핵심은 ‘성취와 성장에 대한 긍지를 얼마나 채워주고 있느냐’에 있습니다.” 그가 말한 ‘성취’는 추상적인 선의가 아니라,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고 있다는 실감’이었다. 다른 인터뷰이들도 이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생태계 진입 8년 차 인터뷰이는 “프로젝트를 몇 번 한다고 사회문제가 바로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시민과 사회가 진짜 변화하고 있다는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긴 시간 투입해도 대중의 반응이 더딜 때 느끼는 좌절감이었다. 이들의 말에서, 임팩트 조직은 ‘각자의 노력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읽어주고 이해해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보인다.
한편 경력직 실무자들은 “업계 전문가로 성장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생태계 업력이 짧은 조직일수록 고연차 실무자에게 과중한 실무가 쏠려, 후배 육성이나 자기 성찰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니어의 문제 해결 방식을 이끌어야 하는 중간관리자들에게는 ‘생태계형 리더십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MZ세대가 말하는 머무름의 조건 : ‘목적의식’과 ‘성장 경험’
이러한 내부의 목소리는 외부 데이터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2025 글로벌 M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MZ세대가 직장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성장 경험·일의 의미·웰빙이다. 특히 Z세대의 89%, 밀레니얼의 92%가 “목적의식(Sense of Purpose)이 직무 만족과 웰빙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들은 ‘일의 의미’와 ‘가치’를 기업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삼으며, 장기 근속의 조건으로 ‘배움과 자기개발’을 꼽는다. 이는 그 어떤 영역보다 임팩트 생태계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가치였다. 하지만 앞선 인터뷰에서 드러났듯, 생태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작 ‘사람의 성장’을 놓친 부분이 있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는 이 격차를 메울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 임팩트 조직의 해답 찾기
임팩트스퀘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재의 ‘머무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구성원들에게 업무 자율성과 도전의 기회를 보장한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젝트가 되고, 그 안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경험이 강력한 동기이자 성취의 보상이 되도록 설계했다. 초기 소속 부문 외에도 다른 사업부로 이동할 기회를 열어두고, 사내 공모를 통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입사 초기부터 자체 개발한 교육 플랫폼(ISQACCEL)을 통해 임팩트 비즈니스 개론, 전략 강의 등 실무 역량을 단계별로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지식 격차를 극복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중간관리자를 위한 리더십 캠프를 열어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상·하반기 전사 회고와 부문별 피드백 세션도 운영한다. 프로젝트 성과와 일하는 방식을 함께 점검해 작은 성취라도 놓치지 않고 ‘읽어주는 문화’를 만든다. 이 과정은 동료 간 성장 경로를 탐색하는 계기가 되고, 실무자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실감을 느끼도록 돕는다.
결국 더 많은 인재를 이 생태계에 오래 머물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단 하나다.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더 깊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인재의 유입과 머무름을 위해 임팩트 조직은 이제 ‘머무름의 언어’를 갖춰야 한다. 조직의 미션과 개인의 성장이 정렬될 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이번 글은 임팩트스퀘어의 사례를 중심으로 했지만, 생태계 전반의 과제이기도 하다. 각 조직이 인재 유입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서로의 시행착오를 공유할 때 우리 생태계의 ‘머무름의 언어’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점에, 그 언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함께 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소선 임팩트스퀘어 책임 매니저
필진 소개 임팩트스퀘어 ‘Team IBR’은 자체 발간 미디어 ‘Impact Business Review’를 기획·발행하고 있습니다. Team IBR은 커뮤니케이션, 액셀러레이팅, 로컬 등 임팩트스퀘어 각 사업 부문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임팩트비즈니스 인사이트] 시리즈에서는 국내외 임팩트 비즈니스의 혁신적인 사례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독자들에게 제시할 것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 비즈니스를 소비’하고, 장기적으로 산업·생태계의 관점이 확장되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