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보도 이후 서울시·SH 입장 조정…공간 연장 결정
모집 공고 전 40명 대기 중…예산·지지 구조는 ‘불안정’
고립·은둔 청년의 회복을 돕는 서울 유일의 그룹홈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의 계약 종료 방침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시민사회의 우려와 언론 보도 이후 가까스로 공간 연장을 확정지었다. 지난 3월 <더나은미래>는 해당 그룹홈의 운영 중단 위기를 보도했고, 이후 서울시와 SH는 기존 사업 종료 이후 논의를 거쳐 입장을 조정했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청년사업담당관 청년활력팀은 “고립·은둔청년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해, 새로운 시범사업으로 공간 연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무서운회사가 운영하는 이 그룹홈은 2021년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으로 시작된 주거 회복 프로그램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이 보증금을 지원하고 입주자는 월 20만원대의 임대료만 부담하면 된다. 주거지 접근이 어려운 고립·은둔 청년에게 이곳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자립 훈련과 회복을 돕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공간 내에서는 공동 식사와 아침 모임, 생활 루틴 훈련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곳을 거쳐 간 청년 20여 명 중 90%가 사회적 관계 회복, 취업 연계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방문 상담을 받거나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외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고립되는 사례가 많다”며 “그룹홈은 함께 생활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경험을 하고, 무너진 일상 루틴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지원하기 때문에 재고립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 서울시, 고립청년 그룹홈 유지 결정…‘정책 거점’ 시범사업 전환
당초 SH는 4년 계약 만료일인 지난 4월 26일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룹홈 운영은 중단 위기에 놓였었다. 거주자들은 “삶을 지지하는 마지막 기둥이 사라지면 다시 은둔하게 될까 두렵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와 시민사회의 관심이 확산되자, SH는 계약 종료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와 SH는 공간을 유지하는 대신, 사업 성격을 새롭게 조정해 ‘고립·은둔청년 교류생활시설 시범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 주거 제공을 넘어 정책 자문, 부모 교육 등 공공 협력을 병행하는 ‘정책 거점’의 성격을 띤다. 수혜자들의 활동 실적은 2년에 한 번 평가되며, 결과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립·은둔청년 지원의 필요성과 공공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청년 회복을 위해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무서운회사처럼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며,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회복 공간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에서 SH는 감정평가 기준을 반영해 임대료를 시세의 약 70% 수준으로 조정했다. 두 채의 공간을 합산한 월 임대료는 약 50만 원 수준이다.
◇ 공간은 지켰지만, 운영 안정성은 ‘과제’
공간은 지켜냈지만, 운영 안정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인건비·프로그램비 등은 별도 공공지원 없이 민간의 자체 재원과 기부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일부 프로그램 유료화를 검토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관이 역할을 분담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기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현재 대기자는 40명을 넘었고, 다음 달 진행될 신규 입주자 모집에는 7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아직 공고도 내지 않았지만 벌써 신청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공간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거창한 정책보다 중요한 건 현장을 아는 단체와 공공이 연대하는 구조”라며 “지금의 그룹홈은 고립청년에게 중요한 회복의 기회이자 사회와 연결되는 안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보건복지부의 ‘청년미래센터’, 서울시의 ‘청년기지개센터’ 등 다양한 공공의 청년 정책사업이 “단기성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의 실천 경험과 연결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