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소년 72.3% 18세 이전 시작·62.5%는 극단 선택 고민
전문가 “조기 발굴·개입 시스템 마련, 민·관 협력 지원망 구축 시급”
“고립·은둔 청(소)년 중 고위험군에 이르면, 쓰레기를 버리는 것조차 큰 에너지가 드는 일로 여겨져 결국 ‘쓰레기집’에 살게 됩니다.”

유연정 청소년행복재단 팀장은 로펌공익네트워크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개최한 ‘2025 상반기 라운드테이블’에서 쓰레기로 가득 찬 방 사진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팀장은 “쓰레기집에 거주한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외출이나 아르바이트 등 외부 활동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1년을 넘기면 위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외출조차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 다원적 원인, 지원 없으면 재고립 반복
이 같은 고립·은둔은 대부분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전국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139명 중 72.3%가 18세 이하에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때 고립·은둔 상태가 되는 경우도 17%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고립·은둔의 시작 이유로 ‘친구 등 대인관계의 어려움(6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업(48.1%), 진로 및 직업(36.8%), 가족관계(34.3%)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정신건강 문제와 삶에 대한 불만족을 겪고 있었고, 응답자의 62.5%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재고립 문제도 드러났다. 고립된 청소년 중 71.7%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 절반 이상이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다시 고립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43.5%는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기 발굴·중장기 계획 절실”
최홍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 “고립 초기 단계에 개입하지 못하면 문제는 누적돼 성인기에도 지속된다”며 “아동·청소년 단계에서 전수조사와 위험군 발굴, 학교·청소년기관 중심 조기 개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관련 법률·조례를 강화해 실효성 있는 보호·지원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의 김옥란 센터장도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고립 문제가 중장년까지 이어지지않도록 ‘지속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당사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선 단순히 취업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과 심리·정서적 취약성도 함께 다뤄야 한다”며 “사람이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기에, 당사자를 돕는 실무자들에 대한 적절한 예우와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이 대신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이라는 낙인 대신 ‘누구나 고립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예방·개입·회복 전 과정에 걸친 사회안전망 전면 재설계를 촉구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