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로의 초대] 기후테크,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캐피탈 스택’이 답이다

기후테크 투자를 검토하다 보면 흔히 듣는 질문이 있다. “기후테크는 경제성을 갖출 수 있을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이미 ‘가격 경쟁력(Price parity, 화석연료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수준)’을 갖췄다. 그러나 산업 전반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과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주목받는 수소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원료 성분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기술이 있다. 또한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탄소포집(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기후 정책 변화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히 지속되며, 기후테크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CB인사이트(CB Insights)에 따르면, 실제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펀딩 규모는 2022년 944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515억 달러, 2024년 309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한때 붐을 일으켰던 클린테크 1.0 시대의 VC 투자 실패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우려를 낳고 있다.

◇ 클린테크 1.0의 실패와 재생에너지의 성공

2000년대 중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들은 클린테크 1.0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06~2011년 사이에 25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고, 태양광·풍력·바이오연료·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등장했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기대한 수익을 내지 못했고, 시리즈 A 단계 투자 기준으로 약 90%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기술적 리스크와 부족한 자금 조달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는 확산에 성공했다. 2022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화석연료를 앞질렀고, 2025년에는 클린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 투자를 넘어설 전망이다. 클린테크 1.0의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한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첫째, ‘라이트의 법칙(Wright’s Law)’ 이다. 누적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단위 비용이 일정 비율로 감소하는 경험적 법칙으로, 태양광과 풍력 산업에서는 대규모 생산 확대와 함께 발전 비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기술 혁신과 대규모 생산 확장이 맞물리면서 발전 비용이 급격히 하락했고, 이 과정이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경제성을 확보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라이트의 법칙이 작동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캐피탈 스택(Capital Stack, 기업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자본 조달 구조)’이 필수적이다. 클린테크 1.0 시절, 벤처캐피털(VC)들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사모펀드(PE)가 매년 수십억 달러를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에 투입하며 시장을 확장했고, 인프라 펀드가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망 구축을 지원하며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이처럼 단계적인 자본 투입이 이어지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클린테크 1.0 시절, VC들이 초기 시장에서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라이트의 법칙과 캐피탈 스택이 맞물리면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 기후테크에도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테크에서도 라이트의 법칙과 캐피탈 스택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정교한 자본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 20년의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기후위기는 기후테크에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이 생산량 증가와 함께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속도보다 기후위기의 악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VC, PE, 인프라 투자, 정부 지원금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과거 클린테크 1.0에서는 VC들이 먼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후 단계에서 다른 형태의 자본이 원활히 연결되지 못해 많은 기업이 좌초됐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초기 리스크는 VC가 감당하고, 정부 지원금이 이를 보완하며, 성장 단계에서는 PE가 자본을 투입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는 인프라 펀드가 맡는 구조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D3는 기후테크 스케일업 펀드를 운영하며 VC와 PE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PE·인프라 자본을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역할이다. 즉, 기후테크가 경제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금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몇 년 후, 기후테크가 오늘날의 재생에너지처럼 경제성을 확보하며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순간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후테크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정교한 자본 조달 전략, 즉 캐피탈 스택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데 있다.

정원식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심사역

필자 소개

글로벌 기후위기와 한국의 인구위기 해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임팩트 투자사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Global Shapers Community에서 활동하며 지방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방특별시 포럼’을 주최하고 있습니다. KAIST 물리학 학사, KAIST K-School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원 과정 중 프랑스 그랑제꼴 Polytechnique와 HEC의 기업가정신 공동 석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학부생 시절, 도서산간 지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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