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금)

변화를 이끄는 힘, ‘비영리 스타트업’을 아시나요?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2024’ 현장
비영리 스타트업 8곳의 성장 여정

비영리와 스타트업. 언뜻 보면 상반된 개념처럼 보이지만, 비영리 스타트업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과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지만, 비영리 스타트업은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 5일 진행된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여한 비영리스타트업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지난 2021년부터 ‘비영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아산나눔재단은 소셜섹터 및 창업생태계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영리 조직이 스타트업의 관점과 방법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다. 박성종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장은 “재단에서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기업가정신과 혁신, 그리고 기술과 경영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초기·소규모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서울 현대빌딩에서 열린 ‘아산 비영리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8개의 비영리 스타트업이 6개월간의 액셀러레이팅 성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기술과 전략을 접목한 혁신 모델을 개발하며 비영리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각 팀이 추진한 프로젝트와 성과를 공유하며, 비영리 조직의 혁신 잠재력을 집중 조명했다. 현장에서 발표에 나선 8개 팀의 주요 성과와 활동을 간단히 소개한다.

◇ 이동약자 위한 정보 제공하는 ‘계단뿌셔클럽’

이동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스타트업 ‘계단뿌셔클럽’은 모바일 앱 ‘계단정복지도’를 통해 계단 정보를 등록하고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 2021년부터 정보 수집을 시작해 지금까지 2200명이 참여했으며 3만 장소의 정보가 모였다. 

계단뿌셔클럽 어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이번 액셀러레이팅 과정에서는 지도와 필터 기능을 추가하고, 수집한 정보를 쉽게 등록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진행하는 정보 수집 활동의 ‘노쇼’ 비율을 낮추기 위해 ‘크러셔 클럽’도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함께하는 모임을 만들어 참석을 유도한 것. 이대호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는 “활동 참여를 신청하고 말도 없이 안 나오는 이들이 많았다”며 “4개월간 꾸준한 활동을 할 크루 중심인 ‘크러셔 클럽’을 만들었더니 44%였던 노쇼 비율이 21%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로 사회변화 이끄는 ‘빠띠’

빠띠는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사회변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지난 6개월 동안은 공익 데이터를 관리·생산하는 ‘데이터트러스트(Data Trust)’ 프로젝트에 주력했다. 데이터트러스트는 공익단체, 기관, 시민 등이 데이터를 보내오면 빠띠가 가공해 정리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데이터트러스트에는 역대 개인정보 유출사고, 영화관 상영관별 휠체어 배치 등 11건의 데이터가 등록돼 있다.

권오현 빠띠 대표는 “이번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공익단체의 원천 데이터를 저작권 및 개인정보 등 관련 문제를 처리해 ‘공개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현재 돌봄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돌봄 기관의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손 편지로 위로 전하는 ‘온기’

사단법인 온기는 사회구성원의 우울감 완화를 돕는 단체다. 대표적인 사업은 온기우편함이다. 온기우편함은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오면 온기 구성원이 손 편지로 답장을 보내주는 프로젝트다.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편지 중 공개 동의를 받은 편지를 개인정보 삭제 및 각색 후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온기레터’도 운영 중이다. 

사단법인 온기의 온기레터 갈무리.

온기는 지난 8월부터 뉴스레터의 오픈율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자, 뉴닉 채널을 통해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인천영화주간 2024’에 참여해 팝업스토어를 개최하고,  방문객들에 뉴스레터를 홍보하며 구독을 유도했다. 조현식 온기 대표는 “덕분에 현재까지 뉴스레터 구독자가 1만 3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 의류 재사용 촉진하는 ‘다시입다연구소’

의류 재사용을 촉진하는 ‘다시입다연구소’는 ‘21%클럽’ 프로젝트로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21%클럽은 오프라인으로 서로 안 입는 옷을 물물교환하며 의류산업이 유발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명 ‘21%’는 2020년 다시입다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옷을 사놓고 입지 않는 비율이 ‘21%’였다는 결과에서 차용했다.

지난 6개월간 다시입다연구소는 프로젝트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에 주력했다. 핵심 전략은 대전 ‘수선스런사람들’, 밀양 ‘다시입제이’ 등의 지역 단체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지역 복지관 등을 빌려 주민이 물물교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찢어진 옷 수선’ 경험 등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총 28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전국 차원으로 진행한 21%클럽은 총 2218명이 참여했으며, 교환 의류 수는 1284점이다”라고 했다. 

◇ 공익변호사단체 ‘두루’와 휠체어 이동성 높이는 ‘무의’

두루는 공익변호사단체로 사회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임팩트 소송을 맡아 진행한다.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 슬로건 아래 캠페인 등으로 휠체어 이동성을 높이는 협동조합이다. 두 단체는 이번 액셀러레이팅 과정에 협업해 ‘모두의1층’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모두의1층’은 생할편의시설 입구에 경사로가 없는 곳을 발굴, 설치해 이동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김남연 두루 변호사는 “올해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가맹점의 경사로 확대에 나서 기존 성동구에만 한정되어 있던 사업을 서울 전역으로 확장했다”고 했다. 

◇ 청년 정치 키우는 ‘뉴웨이즈’

청년 정치인을 발굴·육성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는 ‘뉴웨이즈 피드’를 운영하고 있다. 뉴웨이즈 피드는 유권자와 지역 정치인의 소통 플랫폼이다. 유권자는 뉴웨이즈 피드에 가입 후 사는 동네 주소만 입력하면 지역 정치인의 프로필과 새로운 활동 소식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정치인이 피드에 직접 게시물을 올리면 유권자에게 피드백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뉴웨이즈 홈페이지 갈무리.

뉴웨이즈는 이번 액셀러레이팅 과정에서 유권자가 지역 정치인에게 직접 요구할 수 있는 ‘역공약’ 탭을 추가했다. 유권자가 특정 정치인에 원하는 공약을 입력하면, 그 지역 정치인에게 알림이 가는 구조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리드는 “유권자와 지역 정치인이 소통의 창을 만들어 ‘서대문구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가 없다’는 유권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사례를 창출했다”고 전했다. 

◇ 발달장애인 예술가 양성하는 ‘스프링샤인’

스프링샤인은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스프링샤인은 지난 6개월간 발달장애인 예술가와 환경문제를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것이 디자인 전문그룹 ‘컬러랩제주’와 협업한 ‘플레킹 챌린지’다. 이 챌린지는 올레길과 한라산을 우중 트래킹하는 이들이 버려진 일회용 우비를 수거하고, 인증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챌린지를 통해 취합된 일회용 우비에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사려니숲에서 착안한 디자인을 덧입혀 다회용 우비로 제작, 판매했다. 

김종수 스프링샤인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제주 내 30개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았다”고 전했다.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이하 지소행)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원순환사업, 캠페인, 교육을 진행하는 협동조합이다. 이번 액셀러레이팅 과정에서는 ‘커피박(커피 찌꺼기) 다시 쓰기’ 사업 고도화에 집중했다. 커피박은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소각과 매립 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토양오염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핵심 전략은 성동구, 마포구 등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커피박 재활용을 확산하는 것. 지난 9월에는 마포구와 함께 서울함공원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는 ‘2024 어쓰런: 커피 똥의 부활’ 행사를 개최해, 참여자 300여 명이 마포구 내 카페 밀집 지역을 걷거나 뛰면서 매장 앞에 놓인 커피박을 수거했다. 장한우리 지소행 대표는 “어쓰런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약 700kg의 커피박을 모았고, 8000여 명이 홈페이지에 방문하면서 커피박의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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