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6>
[현장] 임팩트 투자자가 말하는 ‘임팩트 투자 확산의 조건’
우리의 임팩트 투자는 지향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아시아를 이끄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성찰하게 한 핵심 질문입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개최한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임팩트 투자 기관,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재단, 금융기관 등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도 함께 모여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트렌드를 짚고,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포럼입니다. 미디어 파트너로 협력한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주요 연사 인터뷰를 비롯해 현장의 핵심 장면을 기사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아시아 지역의 임팩트 투자자가 한 곳에 모여 가장 큰 숙제인 ‘임팩트 투자 대중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협력과 개인 대상 투자상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7일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임팩트 투자 대표 주자가 꼽은 ‘임팩트 투자 확산의 열쇠’는 무엇일까.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가 진행을 맡은 이날 대담에는 임팩트 투자자 글로벌 네트워크 토닉(Toniic)의 의장 마이클 오(Michael Au)와 그라민 캐피탈 대표 로이스턴 브라간자(Royston Braganza), 일본 사회혁신투자재단(Social Innovation and Investment Foundation·이하 SIIF) 임팩트 경제연구실장 후미 스게노(Fumi Sugeno)가 함께했다. 아래에 대담 현장을 담았다.
이덕준=간단히 자신에 대해 소개해달라.
마이클 오=올해 1월 아시안 최초로 토닉 이사회 의장이 됐다.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토닉은 550명이 넘는 재단과 패밀리오피스로 구성된 글로벌 임팩트 투자 커뮤니티다. 나는 6년 정도 임팩트 투자를 해오며 어떻게 자산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2010년 설립된 토닉은 25개 이상의 국가에서 개인 투자자부터 기관 투자자 및 재단 등의 임팩트 투자자를 연결하는 네크워크다. 토닉은 임팩트 투자자가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돕고, 투자 사례와 데이터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임팩트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로이스턴 브라간자=2007년부터 인도의 그라민 캐피탈 CEO로 일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의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와는 16년간 협업했다. 이전에는 기업은행에서 투자하다가 마이크로파이낸스까지, 큰 금융에서 작은 금융으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주류 은행을 어떻게 활용해야 경제 피라미드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왔다.
후미 스게노=처음에는 비영리 영역에서 중국 농촌 지역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일을 했다. 지역공동체, 교사, 정부와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웠다. 어떻게 하면 교육을 포함한 사회문제를 더 큰 규모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현장에는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단체가 많았는데, 무언가를 새로 한다기보다는 ‘그러한 노력에 투자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SIIF에서 임팩트 경제연구실장으로 일하게 됐다(2017년 설립된 SIIF는 기관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일본 최초의 임팩트 펀드에 참여한 재단으로, 임팩트 투자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 임팩트 측정 및 관리와 함께 임팩트 IPO 등의 사례 연구도 진행한다).
이덕준=아시아에서 임팩트 투자를 확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마이클 오=아시아는 양면성이 있는 지역이다. 많은 부가 늘어나 1인당 자선활동도 커진 동시에 빈곤율도 높다. 그렇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임팩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임팩트 투자가 뿌리내릴 수 있는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자산 소유자만 임팩트 투자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서서, 모두가 임팩트 자체를 내재화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공공 및 민간 기업과 재단이 함께 협력할 수 있다.
후미 스게노=SIIF가 만들어진 2017년까지만 해도 임팩트 투자는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었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임팩트 투자 운용 자산 규모가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이 실무에 임팩트 투자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 확산을 위해서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투자 상품을 늘리려면 금융기관이 임팩트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우리는 2021년 대규모 금융부터 지역은행, 벤처캐피탈, 자산 매니저 등 21개 기관과 함께 ‘일본 임팩트 중심 금융 이니셔티브(Japan Impact-driven Financing Initiative)’를 출범했다. 임팩트 투자 인식 제고를 위해 활동하는 이니셔티브에는 올해 7월 기준 79개 기관이 서명했다.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금융 기관은 7개 원칙을 지키기로 협의한다. 원칙에는 ▲임팩트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 ▲임팩트 측정을 위해 노력할 것 ▲임팩트 투자를 위한 행동 계획을 세울 것 ▲일본 금융 산업 전반에 임팩트 투자를 확산하도록 협력할 것 등이 있다.
로이스턴 브라간자=다음 세대의 임팩트 투자자를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임팩트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 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임팩트에 관심을 두고, 임팩트 투자를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를 작은 집단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담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ESG를 이해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돈을 쫓는 것이 아니라, 돈이 우리를 쫓게 할 수 있다. 현재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서는 확장성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이덕준=다음 세대는 임팩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이 접근하는 금융상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떻게 이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후미 스게노=현재 일본에서 부족한 부분이 바로 대중화다. SIIF에서는 연간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금융기관의 임팩트 투자 운용 자산은 급속도로 증가하지만 임팩트 투자에 대해 아는 일본 국민의 수는 6~7%에 불과하다. 이는 UN SDGs의 인지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임팩트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낮다. 여전히 개인이 임팩트 투자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을 위한 임팩트 투자 금융상품이 있어야 하고, 임팩트 투자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 널리 전해야 한다.
이덕준=금융상품에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는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PB)와 자산운용기관이 고객에게 재무적인 부분만 물어보고 있다. 그러나 내 꿈이 있다면 그들이 고객에게 다른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향후에는 고객에게 어떤 의도를 갖고 투자하고 싶은지, 긍정적 임팩트와 재무적 성과를 모두 추구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봤으면 좋겠다.
마이클 오=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은행, 심지어 정부까지도 임팩트에 대한 관심을 두게 해야 한다. 투자를 원하거나 표를 원한다면 임팩트를 알아야만 하도록 말이다. 금융기관은 보통 재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에게도 임팩트 투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로이스턴 브라간자=제주(JEJU)의 앞 글자를 따서 얘기하고 싶다. 먼저 J는 ‘함께한다(Join)’이다. 패밀리오피스를 비롯해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 임팩트 투자에 함께해야 한다. 그들 중 누가 임팩트 투자를 할 것인지가 아닌, 우리가 모두 해야 한다는 것이다. E는 ‘ESG’다. 어떻게 임팩트 투자에 ESG를 반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 도구를 찾을 수 있다. J는 ‘정의로운(Justice)’ 전환이다. 청정 경제로 나아갈 때 전환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나 직업이 피해를 보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 U는 보편적인(Universal)’이다. 모든 금융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