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기현 트랜스파머 대표
아무것도 재배하지 않아 방치되는 상태의 농지를 ‘유휴농지’라고 한다. 2022년 통계청 경지면적 조사 결과 1990~2022년까지 발생한 신규 유휴농지는 모두 약 23만ha로, 연평균 약 7410ha(약 2240만평)에 이른다. 방치된 농지는 곧 ‘식량 생산량의 감소’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김기현(44) 대표가 설립한 ‘트랜스파머’는 이러한 토지 자원 활용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이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농업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농작물의 질을 높이는 산업을 말한다.
◇ “농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자 공공데이터 모으기로”
김 대표는 삼정KPMG 전략컨설팅본부 이사로 재직하던 2018년도에 트랜스파머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그는 전라북도 김제시 스마트팜혁신밸리 사업의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로 자금을 유치했는데, 이때 각종 스마트팜 관련 업체를 분석하면서 농업의 디지털화가 더디단 것을 체감했다.
“농지 거래는 데이터 기반 관리가 부족해 여전히 발로 뛰면서 조사하는 것이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이로 인해 사기 거래에 대한 불신도 큰 상황이었습니다. 저 또한 과거 농지 사기 거래를 겪은 경험이 있었어요. 정부 각 부처별로 산재된 공공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연결한다면 농촌의 투명성,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하자’고 결심했죠.”
그렇게 2022년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듬해 3월 IT·부동산·금융 등의 전문가 5인과 함께 트랜스파머를 설립했다. 트랜스파머의 C레벨은 삼정KPMG에서 함께 일하며 부동산 본부 이사를 담당했던 도시공학 박사 출신의 이봉석 COO를 비롯해 빅데이터 전문가, 블록체인 등 딥테크 기업에서 CTO를 역임한 전문가 등 10년 이상 각자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이들로 구성돼있다.
◇ 토지 가격·적합 작물·전원주택 건축비 분석까지
트랜스파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농지 가격 측정’이다. 트랜스파머 검색창에 주소만 입력하면 AI 추정가부터 실거래가, 용도지역, 농지면적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트랜스파머의 AI 추정가는 현재 실거래가 대비 약 80%의 정확도를 갖췄다.
또, 기후·토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지별 적합 작물을 비롯해 예상 수익률도 분석해 주며, 귀농 희망자의 거주 공간을 위한 전원주택 건축비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농지연금 수령 가능성과 투자수익률도 진단받을 수 있다. 농지연금은 합산 영농경력 5년 이상인 60세 이상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지를 담보로 해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개별공시지가 100% 또는 감정평가액의 90%를 기준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김 대표는 “농지연금을 잘 모르다가 트랜스파머를 통해서 알게 된 분들이 많다”며 “인기 서비스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자료인 실거래가, 토지 면적, 주변 재배 데이터 등 25억 개 이상의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제공된다.
◇ “유휴지 거래 촉진에 트랜스파머가 해결책 되길”
전망 있는 아이디어라고 자부하며 시작했지만, 스타트업 운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 트랜스파머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농업 관련된 100여 곳의 기업, 지자체, 스타트업 등을 만나 서비스 검증을 받았다.
다수의 지원사업에도 문을 두드렸다. 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 농식품 기술창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 ‘패스트 트랙(Fast Track)’ 등 10여 개의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김 대표는 “올해 7월엔 농식품 특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엔하베스트엑스(NHarvest X)’에도 선정됐다”며 “회사 시드 투자사인 소풍벤처스의 추천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하베스트엑스는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투자 전문 VC(벤처캐피탈) 소풍벤처스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참가팀을 모집해 심사를 거쳐 11개 팀이 최종 선발됐다. 선정된 기업은 농협 계열사와의 PoC(시제품 설계·구현 및 성능 검증)추진,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전문가 멘토링, 후속 투자유치 연계 등의 혜택을 제공받고 있다.
그는 “엔하베스트엑스를 통해 충북 농협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부실채권 홍보 및 거래 플랫폼을 개발할 기회를 얻었다”며 “현재는 충북 농협의 65개 지점에서 베타 테스트(서비스 출시 전 검증 과정)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트랜스파머를 창업한지 1년 반. 트랜스파머는 현재 7.3만의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주 이용자는 농촌에서의 인생 제 2막을 꿈꾸는 45~64세 이용자가 80%로, 가장 많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스마트팜, 식물공장, 펜션 캠핑장 등 토지에 적합한 사업이 무엇인지 분석해주는 기능이다. 그는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은 규제나 지자체 조례 등이 모두 다르다”면서 “어떤 지역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지 등을 분석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토지의 유휴지 문제는 앞으로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휴지 거래와 활용이 촉진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농촌 및 지역 소멸 문제에 트랜스파머가 해결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