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도전해 매출 50억… ‘정신장애인은 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특별 대담]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이민복 대표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 10평 남짓한 커피숍이 들어선지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카페는 현재 전국에 35개 지점을 운영하며, 필리핀에도 매장을 열었다. 장애인 중에서도 사회 통합이 유독 어렵다는 정신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 장애인이 매장 뒤켠이 아니라 앞서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카페, ‘히즈빈스’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급성장하며 매출 50억을 돌파했고,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장애인만 200명이 넘는다. 지난 17일, 더나은미래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카페 히즈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의 임정택·이민복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9년 전 본지 취재로 포항에서 만났던 30대 초반의 청년 대표는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임정택 대표가 대학생 때 히즈빈스를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민복 대표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이민복=2008년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한국 지사 창업 멤버로 시작해 대표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히즈빈스를 조명했던 더나은미래 기사(2015년 6월 23일자)를 읽었다. 회사가 인상 깊어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창업하면서 10년 일하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던 터, MYSC를 통해 사회적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영업 전략 및 제안서 작성과 관련된 컨설팅 강의를 의뢰받았다. 당시 20곳 정도 사회적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 한 분이 임 대표였다. 임정택=히즈빈스를 운영하면서 ‘장애인 일자리 문제 해결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렇다면 기업이 장애인을 잘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당시 회사에는 B2B 비즈니스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없었다. 계속 고민 중에

정신장애인 가족 30% “돌봄 걱정에 결혼 포기”… 소득도 장애 유형 중 최하위

정신장애인의 미혼 가족 10명 중 3명은 돌봄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일 발간한 ‘2021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가족의 3분의 2가량이 생계 책임, 돌봄, 정신건강 관리 등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 가족의 14%는 미혼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30%는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봐야 해서 결혼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부모가 정신장애인의 주거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장애인이 살고 있는 집의 소유주가 부모인 경우는 33.7%로 전체 장애인 평균 수치인 13.7%를 크게 웃돌았다. 정신장애인은 소득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2017년 기준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361만7000원이었으나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이보다 약 120만원 적은 242만1000원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신장애인 가구의 소득은 180만4000원으로, 전체 장애 유형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었다.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5.7%로 장애인 전체 고용률(3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용 형태도 임시직(49.9%)이나 일용직(38.5%)이 대부분이었다. 정신장애인은 한 해의 절반을 병원에서 지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 기간은 176.4일로 스페인(56.4일), 영국(35.2일), 프랑스(23.0일), 스웨덴(15.7일)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정신장애인 입원 기간이 100일을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OECD 27개국 평균은 30.6일이다. 특히 2019년 기준 비자발적 입원율은 32.1%로 높은 편이었다.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하는 비율도 27.4%로 OECD 가입국 평균인 12.0%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의 정신건강복지 정책은 ‘지역사회에서의 회복’보다는 ‘격리와 수용’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치료와 보호, 지원이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 기반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광장으로 나온 ‘매드 프라이드’, 정신장애인 차별 없애는 마중물 될 것”

우리나라 최초의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축제가 오늘(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로 공원에서 개최된다. 매드 프라이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로 정신장애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함께 참여한다. 정신장애인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자리다. 1993년 캐나다에서 처음 열린 것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20여개 국가에서 열리고 있다. 축제는 정신장애 당사자와 비당사자의 네트워크 행사, 정신장애인 예술가 작품 전시·판매, 연극·공연 등으로 채워진다. 화려하게 치장한 참가자들이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상징하는 병원 침대를 밀면서 행진하는 ‘배드 푸쉬(Bed Push)’가 백미다. 축제 전날인 25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매드 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신장애인 김미현(43)씨와 장창현(37·정신과 전문의) 느티나무의원 원장을 만났다. 이들은 정신장애인 예술창작단 안티카의 심명진 대표, 공인인권법재단 공감의 조미연 변호사, 정신장애인 박목우씨 등 10여명과 지난 6월부터 축제를 기획했다. 광장으로 나온 정신장애인… “설렘과 두려움 공존” 매드 프라이드는 안티카가 주최·주관하는 축제다. 김씨도 지난해 여름부터 안티카 소속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1999년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과거 수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만큼 삶을 비관했으나, 현재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를 위해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한다. 정신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팟캐스트 ‘텐 데시벨(10 decibel)’의 제작자이자, 시집을 두 권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텐 데시벨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라고 한다. ‘정신장애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 “설렘과 두려움.” 김씨는 매드 프라이드를 앞둔

세계 최대 규모 정신질환 아티스트 기획사, ‘Workman Arts’ 리사 브라운 대표

정신질환 아티스트와 함께한 29년, ‘리사 브라운’ 인터뷰   캐나다人 5명 중 1명이 겪는 정신질환    300명 넘는 정신질환 예술가들의 기획사 설립해    ‘워크맨 아츠(Workman Arts)’의 성공 비밀   화가 반고흐, 피카소,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소설가 헤밍웨이.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예술 활동을 무려 29년간 도와온 여성이 있다. ‘워크맨아츠(이하 Workman Art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사 브라운의 이야기다. Workman Arts는 정신질환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회·공연·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는 캐나다의 정신장애인 예술 기획사다. 자체적으로 시각예술, 미디어 예술 스튜디오, 트레이닝 시설,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보유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대규모의 정신장애인 종합예술단체이다. 리사 브라운에게 정신질환 아티스트들과 함께해온 지난 29년의 세월을 물었다.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 본 정신질환, 가능성을 발견하다   “저희 할머니가 정신질환을 앓고 계셨어요. 사회적 인식은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을 ‘불능’ 이라고 여기잖아요. 저는 그러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자랐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해도 할머니는 그 누구보다 제게 큰 사랑을 주셨고, 제게 최고의 할머니셨습니다.” 할머니의 영향으로 정신의학 간호사가 된 리사 대표는 토론토 정신건강 병원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녀는 “내게 정신질환은 낯선 것이나 나쁜 것이 아니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몇몇 분들에게서 엄청난 예술적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들의 전문적인 예술활동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계기를 설명했다. 병원에서 만난 정신장애인들과 예술단체를 꾸리려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태화 샘솟는집 30주년…법무법인·병원 등 취업률 52%

  아시아 최초 클럽하우스, 태화 샘솟는집회원 160여명 매일 출근해 지역 주민과 소통하나로마트·국립서울병원 등 협업 취업장 60여개… 무기 계약직 전환 사례도 있어   “처음엔 간판도 제대로 걸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우리 동네에 정신장애인이 160명이나 다니는 시설을 들일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죠. 회원이 직접 갈비탕을 끓여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호기심에 찾아오는 주민에게는 시설을 소개했습니다. 첫 점심식사 자리 땐 한 분도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녀회·경찰서·교회 등에 공간을 빌려주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 강좌도 열고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공동체와 접촉하는 과정을 계속 합니다. 알면 지식이 되지만, 모르면 두려움이 되니까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대형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세워진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시설 ‘태화 샘솟는집’ 문용훈(51) 관장의 말이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3층짜리 살구색 벽돌 건물. 화분과 그림으로 꾸며진 로비는 여느 회사 못지않고, 3층엔 커피숍과 풀로 꾸며진 야외 테라스까지 있다. 165명의 정신장애인 회원이 이곳에 등록해 출퇴근을 한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클럽하우스(지역 공동체 중심의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시설)이기도 하다.  ◇해외서 배우고 간 아시아 최초의 ‘클럽하우스’ “여기가 제 자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오른쪽 안내 데스크. 의자도 없이 전화기와 컴퓨터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 이곳이 문 관장의 집무 공간이다. 직원 26명을 위한 사무실이나 컴퓨터도 따로 없다. 책상부터 장부까지 모든 서류와 기자재를 직원과 정신장애인 회원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회원의 조건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으며, 3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만

그들에게 필요한 건… ‘한 고비’ 넘기는 힘

정신질환자 사회 복귀 지원… 구로구공동희망학교 송경옥 시설장 텃밭 가꾸기·역사·작문 등 일상 생활 관련 프로그램 활용… 2년 전부터 직업 체험도 운영 전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수학자 존 내시, 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 시인 최승자. 각자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이들 네 사람은 모두 정신질환자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링컨 대통령은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고, 수학자 존 내시와 시인 최승자는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았다. 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는 조울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국내 18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27.6%(보건복지부·2011년).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평생에 한 번쯤은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까지 정신장애인에 등록된 이들은 불과 9만7000명. 장애 등록조차 하지 못한 채 변방에 남아 있는 정신질환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다.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활동 최전선에서 달려온 사람이 있다. 송경옥(51) ‘구로구공동희망학교'(이하 ‘희망학교’) 시설장이 그 주인공이다. 희망학교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정기진료를 받고 있는 만 19세 이상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사회 적응 훈련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시설이다. ◇그들의 눈에서 희망을 보다 “지금도 정우(가명)를 잊지 못해요. 술도 끊고 ‘새 삶을 살아보겠다’며 다짐했던 친구였는데, 너무나 갑작스레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정우 어머니와 장례를 치르면서 이 사람들을 제대로 도우려면, 알코올중독 치료나 상담보다 더 복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1년간 수련을 거치면 정신보건 전문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기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인천에서

[희망 허브] 한 잔 두 잔 함께 나눌수록, 편견은 줄어들고 삶의 향기 더해집니다

정신장애인 직업 재활 성공 모델… 카페 ‘히즈빈스’ 바리스타 54% 이상은 정신장애인… 동기부여·실습 등 7단계 거쳐 채용 직원 1명당 7명의 전문가 상담과 지지 덕분에 평균 근속 기간 3년“포항서 7호점 열 정도로 성장… 소외된 이웃 돕는 구조 이어갈 것” 2009년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 중앙도서관에 자그마한 커피숍 하나가 들어섰다. 학생들은 첫날부터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로 줄을 섰다. 바리스타 3명은 손님을 하루 평균 300여명 맞느라 분초를 다퉜다. 90개에 달하는 음료 메뉴를 1분 내로 뚝딱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학생들은 “여기 커피 맛을 한번 보면 다른 곳에 못 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로부터 6년. 월 최고 매출로 4000만원을 찍을 만큼 인정받은 ‘커피 맛’은 포항에서만 7호점을 오픈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비단 ‘맛’뿐만 아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 연구진은 10평 남짓한 카페를 직접 찾아 장애인 고용 시스템을 벤치마킹해갔고, 미국정신재활협회는 직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소식지에 자세히 소개했다. 전문 바리스타의 절반 이상이 정신장애인 커피숍, 카페 ‘히즈빈스’ 이야기다. 히즈빈스 직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3년 이상이다. 6개월 이상 근속하는 정신장애인이 30%에 불과한 데 반해 놀라운 수치다. 게다가 단순 허드렛일을 하는 다른 장애인 카페와 달리 최대 1년 이상 전문 교육을 통해 정식 바리스타로 고용된다. 10평으로 시작한 커피 전문점이 전 세계 정신장애인의 직업 재활 성공 모델로 인정받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 그 중심엔 청년 임정택(32)이 있었다. 25세 청년의 ‘맨땅 헤딩’… 삶을 바꾼 정신장애인과의 만남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