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북한에서 왔어요” 이 한마디에… 꿈도 포기해야 하는 탈북청년들

취업 전선에서 차별받는 탈북청년들
고용률 53%로 전체 비해 7.7% 낮고 ‘일용직’도 일반 국민보다 3배 이상
월 평균 근로소득도 76만원 덜 받아… 대학 나와도 태도부터 처우까지 차별

북한이탈청년들은 “법·제도적인 것과는 별개로, 취업과정이나 업무 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갖가지 차별을 경험한다”고 털어놨다. /조선일보 DB
북한이탈청년들은 “법·제도적인 것과는 별개로, 취업과정이나 업무 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갖가지 차별을 경험한다”고 털어놨다. /조선일보 DB

지난달 인천공항공사의 한 아웃소싱 업체 면접을 봤던 북한이탈주민 김명진(가명·29)씨는 면접장에서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경험을 했다. 면접관에게 “공항에는 출입국관리소와 세관 등이 있어 북한 출신은 보안 쪽으로 문제가 된다”며 “이쪽으론 아예 마음을 접으라”는 말까지 들은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을 재차 확인하고, 수년간 준비에 매진했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김씨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제조분야 특채로 입사한 북한이탈주민 한동철(가명·27)씨에겐 면접 때부터 따라다닌 질문이 있다. “회사 기밀사항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다.”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고급 정보를 더 많이 알 텐데, ‘승진이나 될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이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1만27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의 고용률은 53.1%로 전체(60.8%)에 비해 7.7% 낮았다.’일용직'(19.8%)이 일반 국민에 비해 3배 이상 많고, ‘사무직’이 8.3%에 불과하다. 북한이탈주민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147만원으로 일반국민(223만원)에 비해 열악하다.

김재석 국가인권위 북한인권팀 팀장은 “한국의 교육열을 감안하면, 탈북 청소년들이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도의 업무 역량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역량을 갈고 닦은 취업 준비생들마저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는다는 점이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들은 ‘태도부터 처우에 이르기까지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반면, 기업에선 ‘업무 역량에 따른 조치’라고 여긴다”며 “기업과 취업자 사이의 간극이 줄지 않고 있다”고 했다. 탈북자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국가자격증을 5개씩 딴 청년이 시종일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보다가도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어그러지는 사례도 많았고, 어렵사리 정비 분야에 취업한 청소년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한다’며 힘들어하는 경우도 봤다”며 “아직까진 우리 사회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취업과 관련, 차별이나 불이익을 당한 취업 희망자가 국가인권위원회(humanrights.go.kr)에 진정을 제기하면, 시정위원회를 통해 여부가 결정되고, 90일 이내에 해당 기업에 시정 권고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국가인권위진정 건수는 9차례뿐이다. 이 중 (기업에 대한) 권고조치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3건은 기각, 나머진 제소자가 스스로 진정을 취하했다(기각된 3건은 간호사나 아웃소싱 업체 채용 면접 시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한 내용이지만, 조사 결과 ‘업무역량 부족으로 탈락한 것’으로 일단락 났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바로잡고, 채용 과정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당사자들이 차별 사례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이를 공론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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